후커밸리 트래킹 전 날 날씨를 체크했을 때 10시에 출발하는 게 마운트쿡의 온전한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 (그 이후로는 구름이 짙어진다고 했음) 후딱 준비를 하고 출발을 하고 싶었다. 근데 이게 왠 걸~ 아침 일찍 일어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밖을 바라보니 이렇게 온전한 모습의 마운트 쿡이 보였다. 사진을 찰칵찰칵 찍고 온몸을 꼼지락대고 있으니 이여사도 기상. 이렇게 이른 시간에 엄청난 칼로리를 소비하다보니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애초에 호텔 예약할 떄에 아침식사를 포함한 금액으로 예약은 하지 않았지만 안 먹으면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식당으로 곧장 내려가서 현장결제를 했다. 통창으로 보이는 마운트쿡을 보며 먹는 조식은 누가 뭐라해도 ..
새벽 4시에 눈을 뜬 우리. 날씨를 확인해보니 흐리긴 했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상쾌한 날씨였다. 정확히 시간을 따져보면 5시간 정도를 잤는데, 8시간 잔 것처럼 너무 상쾌했다. 다른 호텔도 그랬던 것처럼 여기는 기본으로 생수를 제공하는게 아니라 우유를 제공하기 때문에 물은 따로 전날 끓여서 준비를 해놨다. 물이 혹시나 부족할까 바리바리 싸들고 에너지바와 랜턴을 패킹한 후 호텔을 나섰다. 호텔 체크아웃이 10시 30분이기 때문에 혹시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일찍 가는게 좋을 것 같았다. 차를 운전해서 고작 6분 거리에 있었던 로이스픽의 출발점. 주차장에 갔을 때에는 이미 수많은 차들이 주차가 되어 있었고 대체이게 무슨일인가 싶었다. 랜턴머리띠를 두르고 반바지에 나시만 입고 가는 사람들, 엄마를 모시고 온 딸, ..
며칠 일정때문에 고생했으니 오늘은 좀 쉬어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침에 몸이 축 쳐지고 눅눅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흐린 아침이었다. 덕분에 간만에(?) 늦잠을 잤다. 하지만 체크아웃이 10시라는 함정이 있어서 그 전에 짐은 싸 두어야 했고 9시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씻고 아침을 허겁지겁 챙겨먹었다. 엊그제 마트에서 사 둔 미트파이와 사과. 예전 외국인 노동자 시절의 그 아침을 생각나게 했다. 어제 장장 10시간이 넘는 운전을 한 덕분에 Full로 차 있던 기름이 거덜나 있었고, 오늘 기름을 채우지 않으면 글레노키와 와나카 일정은 말짱 도루묵이었다. 어차피 주유 해야할 거 여행 시작하기 전에 해버리자는 마음에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주유소에 들렀다. 뉴질랜드 초보자인 우리는 기름값을 비교할 여력이..
뉴질랜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중에 하나는 아침식사. 그 중에서도 과일을 빼놓을 수 없다. 어제 마트에서 아삭하고 달콤한 식감을 자랑하는 Royal Gala라는 품종을 픽했는데 아침을 깨우기 정말 좋은 사과였다. 오늘은 밀포드 사운드 가는 날. 밀포드 사운드와 퀸즈타운과의 직선거리는 60km정도밖에 안되지만, 재정상의 이유로 경비행기 투어는 배제했고, 렌트카로 직접 운전해서 가보기로 했다. 거리가 꽤 되는지라 새벽 여섯시에 출발해야 제때 도착해서 크루즈 투어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밍기적밍기적 하다가 결국은 40분 정도 늦어진 우리 ㅎㅎ그래도 출발은 언제나 신나는 법. 구글 지도에 찍히는 시간은 4시간 안쪽. 호수를 끼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에 하나인 테 아나우(Te Anau)를 ..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깼다.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하루였다. 온센핫풀을 9시에 예약 했던지라 8시 30분까지 정해진 장소에 집결해야 했고, 호텔에서 도보로 20분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햇빛이 호수 중앙에 채 닿기도 전에 일어나니 시간이 지나면서 호수의 색깔이 변해가는 것이 그대로 보였다. 어제 Four Square 마켓에서 구입한 각종 식재료들. 뉴질랜드의 3월은 사과시즌인데, 사과가 종류별로 잘 분류가 되어있고, 그 맛이 대단히 좋다는걸 기억하고 있었다. 난 사실 체리를 맛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체리시즌은 끝나서 마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ㅠㅠ 그리고 뉴질랜드는 식빵의 종류도 어마무지하게 많은데, 개중에서도 내가 가장 즐겨먹던 친구로 냉큼 집어왔다. 물 속에 들어갈..
비행기가 오클랜드 공항에 가까워졌을 때 갑자기 나도모르게 눈물이 났다. 벅차오르는 감정과 그 옛날 나의 소중한 기억들이 다시 되돌아 온 것 같아 너무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11시간이라는 긴 비행을 했기에 다리는 띵띵 붓고 얼굴은 수척하고 꼴은 말이 아니었지만, 정신만큼은 말짱했다. 그만큼 내가 이곳에 돌아오기를 기다려왔고 그리워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목표한 곳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그럴 수 없었다. 지난 번 신혼여행때 비행기를 놓쳤던 것도 환승할 때였기 때문에 변수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입국심사가 길어질까봐 걱정했는데,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원래는 Exit를 나오기 전에 있는 Spark에서 유심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나오고 나서야 생각나..
살다보니 견뎌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는 힘들고, 당장 내일 있을 출근과 주말의 낮잠을 기다려야 하더라. 그리고 고통스러운 것들도 생각보다 많다. 점점 다양해지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견뎌야 하고, 생각보다 모르는 것이 내가 지내온 일수보다 몇배는 더 많아지고 있다.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용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지금의 편안함과 행복에 안주하는 삶이 더 가치 있어 보이는 지금.. 내가 끊임없이 세상에 도전하고 뛰어들었던 20대의 그곳으로의 삶이 갑자기 기억이 났고, 스위스와 뉴질랜드 중에 어디가 더 좋을지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뉴질랜드를 선택했다. 5개월 전쯤이었나, 10월이 다 지나갈 때 즈음에 비행기를 예약했다. 원래 뉴질랜드 최고의 여행시기인 1..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감정과 빨리 일어나고 싶은 감정이 교차했다. 조금 더 자면서 얼른 피곤함을 누그러뜨리고 싶었고, 빨리 일어나서 호텔의 곳곳을 더 누비고 싶었다. 사실 마음 속의 비중으로만 따져보면 후자가 더 우세했다. 태어나서 제일 비싼 숙소에 묵으면서 이 정도의 편안함과 안락함, 그리고 고급스러움을 언제 다시 느껴볼까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장소에 시간이라는 가치를 매긴다는 것은 아직 내가 이 숙소에 머물 수 있을만한 여유 가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다소 과분한 숙소였고, 모든 것을 누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물론 신혼여행 특수성이 있으니 이런 숙소에 묵게 됨을 감사해야 겠지만 말이다.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는 같은 건물 내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