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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여행

1. 도쿄

트루비옹 2015. 8. 6. 23:49

 

 

아사쿠사 관음사에서

 

  가깝고도 먼 나라

 

  나는 선택권이 없었다. 나는 첫 해외여행이라는 기회를 놓칠수 없었고, 그 기회를 단번에 잡았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말 의도치 않게 시작된 여행이었고, 도쿄 여행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학교 1학년, 호주 이후로 가는 '20대의 첫 여행'이기에 더욱 특별했고(여행에 관한 처녀성은 이곳에서 다 깨졌기 때문에), IT연수라는 부제목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던 여행이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여권에 사증하나 찍히는 것이 그리도 즐거운 것을.

 

 

내가 아나운서를?

 

  그들은 Where are you from? 이라고 물었다.

  Korea라고 대답을 하니 그들은 일본어를 못하는 나를 배려해서 한국어로 쓰여진 대본을 주더라. 앞에 나가서 무엇을 말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내 걱정을 덜어주었다. 무엇이 걱정일까 하여 당당하게 자리에 앉았지만 수십 명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는걸 눈치채는 데에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변으로 카메라가 석 대정도 있었고, 나는 내 바로 앞에 위치한 카메라를 보면 되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시 뉴스의 여성훈입니다.'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하는 내내 말투와 억양이 촌스러워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단지 딱딱하고 새까만 고철덩어리가 나를 꼿꼿하게 들여다 보고 있을 뿐이지만, 점점 돌맹이가 되어가는 기분이랄까. 지금 생각하면 이것만큼 짜릿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없었다. 마치, 메두사를 보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

 

 

일본여행에서 맥주를 절대 빼놓을 수 없지...!

 

  여행 첫 번째 날이었나. 한국에서 난 이래로 HITE와 MAX이외에는 먹어보지 못한 자에게 일본 맥주는 환상 그 자체. 한국의 그것들과 무엇이 다른지 한참을 궁금해하기도 하고, 편의점 진열대에 진열된 수많은 종류의 맥주를 보며 '와~'라는 탄성과 함께 무엇을 골라야 하나 또 고민. 같이 갔던 형들도 잘 몰라 같이 고민. 고민을 보상하는 것인지 짭조름한 과자와 함께 넘겼던 기린맥주의 알싸한 목넘김은 완벽 그 자체. 한껏 감동하고, 피곤했던 여정, 탈 많았던 기억들이 마음속에 고스란히 녹아서 잠드는구나.

 

 

오다이밤의 배경과 함께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도시의 빌딩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소슬한 바람이 좋은 탓인지, 아니면 그것이 싫더라도 해변가에서 저 멀리 보이는 다리의 시원스러운 불빛이 좋은 탓인지 사람들은 그곳에서 말 없이 걷고 있었다. 마치 뉴욕을 연상시키듯(가보지는 않았지만 늘 TV에서 보았던) 꼬마 자유의 여신상이 객(客)의 어둡고 쓸쓸한 밤길을 비추고 연인처럼 보이는 남자와 여자들이 서로 다른 팔 깍지를 끼고 벤치에 앉아 있었다. 혼자왔으면 큰일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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