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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축하 메세지

결혼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지만, 결혼을 축하하는 메세지는 언제들어도 기분이 좋고, 마치 정말로 새로운 시작을 축하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숙소를 예약하면서 Honeymoon이라는 코멘트를 꼭 넣었었는데, 저런 기분좋은 메세지카드를 주었던 숙소도 있었고, 침구류에 꽃잎으로 하트를 만들어 주거나, 달콤한 디저트를 선물해주는 숙소도 여럿 있었다. 사실 이여사에게 이런 이벤트같은 순간들을 매일매일 만들어주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매일매일이 이벤트의 연속이었다 (굳이 내가 준비하지 않아도 ㅎㅎ)

 

 

간단한 아침식사와 함께

어제 폰토 파이날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마트에서 과일과 요거트, 그리고 이것저것 주워담았던 스낵과 빵으로 아침을 간단하게 때웠다. 예전에 유럽에서 돈이없어서 값싼 요거트로 끼니를 때우던 게 생각났는데, 유럽의 요거트는 어딜가든 맛이 참 좋다. 

 

 

숙소 앞 빨간꽃 나무 앞에서 (이름 아시는분?)

숙소 앞의 빨간 나무가 분홍색으로 들이칠 정도로 햇볕은 거세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높았다. 리스본은 언덕을 끼고 발닿는대로 여행하기가 좋아서 오늘은 아무렇게나 돌아다닐 참이었는데 참으로 잘되었다. 정말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그 유명한 '28번 트램'을 탈까도 생각했으나, 소매치기도 많고 인파도 많아 기가 빨릴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다. 그냥 걷기로 했다. 

 

 

리스본 대성당 앞에서

숙소 바로 뒤편에 있었던 리스본 대성당을 찾았다. 언덕의 도시답게 바로 뒤편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덕을 한참 올라가야 했고, 언덕을 오고가는 트램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제는 숙소를 찾느라 정신이 없어 트램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구경하지 못했는데, 도시의 건물들 사이사이 도로에는 트램 철길(?)이 깔려있고, 3분에 한 번 꼴로 볼 수 있을만큼 흔하게 지나다니고 있었다. 

 

 

리스본 대성당 앞에서

리스본 대성당 앞도 지나가 본다. 아쉽게도 미사는 드리지 못했다. 성당 중심에 있는 스테인글라스는 아마도 오렌지를 모티브로 한 것 같았다. 여러차례의 지진을 견뎌낸 기특한 성당이라고 ... 다만 성당의 키가 너무 크고 언덕에 자리한 탓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지는게 좀 어렵다. 너무 길쭉해서 사진도 같이 길어진다. 

 

 

리스본의 거리 걸어보기

한참을 위로 오르다가 또 내려가기도 하고, 참으로 재미있는 도시다. 오늘 아침부터 햇빛이 강렬해서 쩌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낮지 않은 도시의 건물들이 햇빛을 잘 가려주었다. 언덕길은 좀 짜증이 났으나, 규칙적이지 않은 건물들과 신기하게 생긴 바닥들, 그리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불규칙성 때문에 걷는게 참 재밌었다. 

 

 

엘리베이터 시작점(좌), 엘리베이터 위 전망대(우)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죽~ 내려가다보면 비로소 만나볼 수있는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 1902년에 개통한 이후로 지금까지 운행을 해오고 있는 나이가 많은 엘리베이터라고 볼 수 있겠다. 줄을 서 있는 사람도 너무 많고(사진 내 저 많은 사람들이 전부다 줄을 서 있었다...), 가격도 한 번 타는데 거의 7천원 남짓해서 꼭대기 쪽 방향으로 걸어가보기로 했다. 사진 내 서있는 곳과 엘리베이터 꼭대기층의 언덕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엘리베이터인데, 굳이 엘리베이터를 타야되나 싶어서 걸어갔던 게 20분 정도 걸렸다... ㅎㅎ 지나가면서 스윽 봤는데, 엘리베이터 내부는 목각 인테리어의(내가 아주 좋아할만 한) 멋드러진 방처럼 되어있더라. 

 

20분을 올라가면 빨간 지붕들의 전망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사진에서는 별 거 아닌거같아보이는데, 높이가 426ft(≒130m) 정도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콩알만해 보일만큼 아찔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사진의 왼편으로는 언덕배기에 자리하고 있는 시가지가 번듯하게 내려다보였고, 오른편으로는 코메르시우 광장을 비롯한 타구스강이 시원하게 뻗어있는게 보였다. 바람도 불고 기분이 좋다.

 

 

포르투갈 전통음식 중 하나인 바칼라우(Bacalhau)

전망대 바로 옆에 있었던 빵집인데, 뭔가 해서 들어가봤더니 포르투갈 전통 음식 중 하나인 바칼라우(Bacalhau)를 파는 가게였다. 바칼라우는 포르투어로 생선 중 하나인 '대구'를 지칭하는 단어인데, 염소?양의 젖을 압착한 치즈에 염장한 대구를 갈아서 으깨넣고 고로케 빵처럼 튀긴 간식거리였다. 마침 입도 심심하고 목도 마르던 찰나에 바칼라우와 생맥주를 시켜서 시원하게 들이켰다. 바칼라우는 생각보다 비려서 우리 입맛에 맞지는 않았으나, 바다냄새가 잘 섞인 특색있는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음식인 것 같다. 비린맛을 잡아주는 맥주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빨간벽에서

마치 베네치아처럼 여기저기 특색있는 벽이 보였다. 카몽이스 광장으로 가는 길.

 

 

지나가는 서점에서 고서적을 찾는척하는 이여사

오래된 종이냄새가 진동하는 서점에도 들렀다. 서점 안 LP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고서적을 들추는 이여사. 온통 포르투어로 쓰여져 있는 고서적의 내용을 알 길은 없었으나 뭔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분위기를 주기엔 충분했다. 

 

 

28번 트램을 바라보며

카몽이스 광장(Luis de Camoes)은 16세기 시인인 카몽이스를 기념하는 동상 주변으로 사람들이 만남을 약속하는 장소이다. 광장 주변으로는 수많은 식당들이 줄지어 있고, 버스킹이 활발해서 다양한 소리로 꽉 차 있었다. 여기에 소금 한 스푼을 더하는 것처럼 리스본에서 가장 핫한 28번 트램이 지나간다. 우리가 타려고 했던 트램인지라 아쉬움을 사진으로 대신해봤다. 당시의 핸드폰이던 갤럭시 10e가 좀 아쉽다. 

 

 

코메르시우 광장의 개선문인 'Acro da Rua Augusta'

코메르시우 광장(Praca do Comercio)으로 가는 길. 언덕의 도심에서 내려와 광장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관문처럼 지나야 하는 곳이 바로 아우구스타 개선문이다. 100여 년에 걸쳐 완공된 이 개선문은 유럽에서 가장 큰 개선문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개선문 상단과 양 옆에 위치해 있는 우화적인 조각상들이 볼만한 작품 중의 작품이었다. 우리는 올라가보지는 않았으나, 코메르시우 광장과 타구스 강의 조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비밀의 장소라고도 한다. 

 

 

코메르시우 광장을 걷는 이여사

코메르시우 광장의 대리석 바닥을 마음껏 감상하는 이여사.

 

 

제로니무스 수도원으로 가는 길

우리는 다음 행선지인 제로니무스 수도원으로 향했다. 전날 개통한 리스보아 카드를 이용해서 리스본 내 유명 관광지와 교통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특권을 마음껏 누리는 중. 그냥 마음 닿는대로 원하는 때에 트램을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자유로움을 선물받은 것 같았다. 

 

 

길게 늘어선 줄 보고 실성함

벨렘지구에 위치한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1502년에 포르투갈의 탐험가들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역사적인 건물이다. 언뜻 수도원 외양만 보면 바르셀로나에서 봤었던 고딕양식의 건물들과 비슷했으나, '마누엘린 양식'이라고 칭하는 고딕/이탈리아/스페인/플랑드르 디자인을 합병한 건축양식의 걸작이라고 한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교함을 넘어서는 웅장함이 '대항해 시대'라 칭하는 포르투갈의 번영의 시대를 보여주는 건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수도원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길게 늘어선 줄은 앞으로의 고단한 일정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단 하나뿐이었고, 그 하나뿐인 입구는 태양을 바로 마주하고 있어 태닝을 하기 딱 좋았다. 그늘막 하나 없는 대기열에서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서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대학내일?

 

수도원 안쪽은 가운데에 분수가 나오는 정원을 중심으로 거대한 팔각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고, 1층과 2층 형태로 둘러볼 수 있었다. 각 아치 기둥마다 다른 형태의 문양을 가지고 있는 점도 볼만 했고, 각 기둥마다 하늘을 향해있는 첨탑들이 무언가 대단한 것들을 소망하는 것처럼 보였다. 언제 돌아올 지 모르는 항해길에 나서는 선원들이 배에 타기 전에 기도를 올리기 위해 들렀다가 발휘한 상상력으로 장식되어 있고, 살아 돌아온 이들이 그들의 여정, 타향에서 본 것과 꿈을 꾼 것을 그린 멋진 회화로 감사를 표시했기 때문에 그 섬세함이 납득이 되었다. 왜 이 수도원이 완공되는 데 50년이나 걸렸는지 알 것 같았다. 

 

 

바스코 다 가마의 묘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아 신 항로를 개척한 바스코 다 가마의 일화는 '세상은 넓고 모르는 것은 많다'라는 아주 기본적인 호기심을 자극했던 이야기였다. 이런 대항해 시대의 일화를 책으로만 배웠던 나는 '탐험과 개척'이라는 의지를 어떤식으로 해소하고 스스로를 만족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바스코 다 가마의 인도 항로 개척은 서양과 동양의 바닷길이 열렸다는 데에서 큰 의의를 가질 수 있겠으나, 대항해시대를 기점으로 포르투갈을 뒤따라 온 서양의 제국주의 국가들에 착취당한 동양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저 긍정적으로만 말하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 같다.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면 탐험과 개척이겠지만, 나쁜 의미로 보면 단순히 '정복욕'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에는 세계를 탐험한 콜럼버스와 마젤란, 바스코다 가마와 같은 선구자들을 대단한 사람들로만 봐왔었지만, 마냥 좋은 시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식에서도 버는 사람이 있으면 잃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수도원 옆에 있는 산타마리아 성당 안에 있는 바스코 다 가마의 묘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파스테이스 데 벨렘 (Pasteis de Belem)

18세기 이전에는 수도원에서 달걀 흰자를 이용하여 제복에 풀을 먹이곤 하였는데, 이 때 남은 달걀 노른자로 타르트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에그 타르트의 기원이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수도원은 제로니무스 수도원이고, 달걀 노른자로 타르트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파스테이스 데 벨렘이라는 베이커리이다. 파스테이스 데 벨렘(Pasteis de Belem)은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베이커리로, 1873년부터 전통 에그 타르트를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드디어 이 곳에 왔다. '드디어 이 곳에 왔다'라는 표현이 한없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명성에 걸맞게 가게 내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오후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에그타르트를 즐기고 있었고, 좌측에서는 테이크아웃이 한창이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질리도록 줄을 서 있었던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거니와 그럴 힘도 없었기에 테이크아웃을 하기로 했고, 무작정 계산해서 들고나왔다. 성격 급한 우리는 나오자마자 한 개 씩 사이좋게 먹었다. 도무지 형용할 수 없는 맛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당장 커피가 필요하다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는데, 

 

 

스타벅스 너가 왜 여기에?

스타벅스가 왜 세계 최고의 커피 프렌차이즈인지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 곳에 있었다. 급하게 동네 가정집을 렌트하기라도 한 것처럼 아주 평범하게 생긴 건물에 스타벅스 글자만 끼워넣은 것처럼 보였는데, 2층까지 이어진 내부 인테리어는 훌륭했다. 급하게 커피를 주문하고 2층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뜨거운 커피를 들고 조심스럽게 2층으로 올라와 자리에 앉았고, 우리가 테이크아웃해서 들고온 에그타르트가 들어있는 작은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역시 기대했던 것만큼 달짝지근한 계란 향이 가득한 페스츄리 냄새가 코끝을 진동했다.

 

우리가 상자를 열 때 너무 진지하게 임했어서 그런지 옆에 있는 외국인 노부부가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가 한 입 베어물고 온갖 좋은 형용사는 다 뱉어내니까(한국어로) 자기들도 이미 한 박스 먹어치웠덴다. 이따가 카페에서 나갈 때 한 박스 더 사갈거라고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아주아주 자연스럽게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며 우리 이거 Honeymoon이야~ 라고 말하니 wow~ 라고 하며 감탄사 연발하기. 캐나다에서 온 노부부는 자기들이 어떻게 여행을 하고 있는지를 아주 자세하게 이야기 해 주었다(우리가 먼저 묻지 않았음 ㅎㅎ). 아내로 보이는 분이 자기들은 포르투갈을 진득하게 여행하고 있고, 리스본에는 온 지 며칠이 되었다~ 부터해서 파스테이스 데 벨렘에서 에그타르트를 몇 개 먹었다~ 남편이 역사적인 건물에 관심이 많아서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둘러볼 동안 자기는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등 온갖 이야기를 다 해주었다. 뭔가 쌓인게 있었는지 우리한테 하소연을 하듯이 말했는데, 세계 어디서나 남녀의 생각과 관심사는 거의 유사하거나 똑같다는 것을 알았다....ㅎㅎ 우리가 상자 안에 있던 에그타르트를 다 먹을 때까지 유쾌한 캐네디언 부부와의 small-talk는 계속되었다. 

 

 

정복의 역사를 보여주는 배 한 척

꽤 괜찮았던(?) 휴식을 뒤로하고 발견기념비로 향하는 길. 포르투갈의 대항해 시대를 표현하는 듯한 세계지도가 대리석 바닥에 약식으로 표현이 되어 있었다.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의 옆을 지나가는 것으로 보아서 아마 바스코 다 가마의 항해를 표현하려는 것 같았다. 

 

 

발견기념비(Padrao dos Descobrimentos)에서

1960년에 해양왕 엔리케의 사후 500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발견기념비. 엔리케를 선두로 바스코 다 가마를 포함한 대항해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모두 조각이 되어 있었다. 범선을 모티브로 표현된 이 조각상은 타구스 강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마치 금방이라도 앞으로 진격할 것처럼 역동적이고 힘찬 움직임이 표현되어 있었다. 

 

 

뜨거운 햇살 아래의 벨렝탑(Torre de Belem)

발견기념탑에서 타구스 강을 따라 주욱 걷다보면 보이는 벨렝탑. 이 탑도 바스코 다 가마의 위대한 발견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축물이라고 한다. 벨렝탑과 내륙을 연결하는 다리를 안쪽으로해서 거센 바람에 의한 파도가 들이치고 있었다. 파도를 박자삼아 바이올린을 켜고 버스킹을 하는 사람도 보였다. 

 

 

이런 곳에 빠질 수 없는 주류코너. 한국 도입이 시급하다

드높은 태양 아래 쉬지않고 들이치는 멋진 파도의 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저 표현. 'Wine with a view'. 푸드트럭이 아닌 말 그대로 와인트럭이었는데, 한국 도입이 시급하다. 

 

 

키가 왜이렇게 크세요?

벨렝탑 근처로 거대한 나무들이 들어차 있는 산책로가 있었는데, 정말정말 커다란 나무들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점심을 해결할 만 한 곳을 찾고 있었다. 너무 땡볕아래 공원들만 있어서 배고파 죽을뻔...더군다나 벨렝탑까지 보고 나니 오후 3시가 지나 있었어서 오후 브레이크타임을 피해가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나름 구글 평점이 높은 곳으로 찾느라고 땀 뻘뻘 흘리며 찾은 곳은 버거집. 솔직히 버거가 거기서 거기겠거니 했는데, 매우 성공적인 맛이었다. 심지어 숙소로 돌아가는 트램 정류장도 가까이에 있어서 트램이 언제 오는지 체크하기 정말 좋았던 식당... ㅎㅎ 우리는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숙소로 바로 가려다가, 아까 쥐도새도 모르게 해치운 에그타르트가 너무 간절하게 생각나서 중간에 내려 에그타르트를 한 상자 사왔다. 두 상자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피곤함과 졸림을 가지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10월임에도 불구하고 해가 너무 뜨거워 돌아다니는 것이 조금 고되었고, 날씨가 어두워지면 다시 나오기로 했다. 

 

 

언덕길에 자리하고 있던 Wine bar

해가 지구의 반대편으로 넘어가고, 형형색색의 조명이 도시를 가득 채울때 즈음에는 뜨거운 낮과는 달리 시원한 바람이 골목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언덕길을 오르며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도시의 다른 장면들을 즐기는 것이 좋았다. 유난히 재미있게 빛나고 있던 한 와인바가 눈에 들어왔다. 

 

 

와인을 마시자고 신호를 보내는것인가?

앞장서 가던 이여사. 와인을 마시자고 신호를 보내는것인가? 아직은 그럴 수 없다. 언덕길을 더 올라가보기로 한다. 

 

 

언덕에 자리잡은 수많은 펍들

언덕이 잠시 소강상태에 들었다. 이때다 싶어 자리잡은 펍과 식당들이 보였고, 그곳을 채우고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군데군데에서 들렸다. 조명과 가로등 사이로 지나가는 28번 트램도 눈에 들어왔다.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규칙성 없는 건물들 사이로 은은하게 퍼지는 간접조명들이 참 멋졌다.한 평생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저 도시의 건물들이 조금 부럽기도 하고, 나중에 다시 못 올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아쉬웠나보다. 야밤에 무슨 깡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저 골목 골목길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마치 조명에 취한것처럼...

 

사실, 포르투갈에서의 마지막 밤이라서 포르투갈의 전통 음악 쇼인 '파두(Fado)' 공연을 보고 싶었으나, 기본적으로 괜찮은 파두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예약을 기본으로 해야 했기에 아쉽게도 볼 수가 없었다. 아쉽게나마 파두의 음악적 의미를 생각해보며 골목 골목을 지나다녔다.

바다는 세계 곳곳의 많은 음악 속에서 특별한 영감을 전하는 중요한 테마로 존재해 왔다. 특히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야만 했던 섬이나 항구 도시의 사람들은 바다를 그들의 운명처럼 느끼며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바다와 함께 노래해 왔다. 해양 강국 시절 새로운 세계로의 진출로였던 바다는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삶의 동반자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바다를 향한 갈망은 바다로 떠난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떠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낳았다. 파두는 바다를 숙명처럼 여기며 살아온 포르투갈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음악이다.
 
이 시기에 수많은 포르투갈의 남자들은 신대륙이나 아프리카로 길고 긴 항해를 떠났다. 그 뒤에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남아 있는 사람들, 즉 여인들의 기나긴 기다림과 삶의 아픔이 뒤따랐을 것이다. 또한 떠나가 있는 이들은 조국에 대한 향수와 무거운 고독감을 이겨내야만 했을 것이다. 이때부터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바다는 삶이자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파두라는 단어가 운명, 숙명을 뜻하는 ‘파툼(Fatum)’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도 포르투갈 사람들과 바다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한 단면일 것이다.

(네이버 캐스트: 포르투갈 파두 - 바다를 향한 그리움의 노래 (월드 뮤직, 황윤기)
 

 

 

앨범 썸네일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이 덜 깼거나 취한게 분명하다. 하트모양을 보면 급발진이라도 하는 것처럼 신혼부부 분위기 내고 싶어했던 우리...

 

 

랍스타 리조토와 연어스테이크, 그리고 생맥주

기나긴 골목길 여정을 마치고 결국 숙소 근처로 돌아왔다. 숙소 바로 옆에는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었고, 별다른 선택지가 없던 우리는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리스본에서의 마지막은 랍스타 리조토와 연어스테이크, 그리고 맛이 풍부했던 생맥주와 함께했다. 

 

 

어제 남은 화이트 포트와인도...

원래 화이트 포트와인은 식전주로 많이 마시는데, 우리는 어쩌다보니 식후땡이 되어버렸네... zzZ 오늘 기나긴 일정을 소화하는 데에 정말 고단했는지 결국 만취로 잠에 들었다... 포르투갈에서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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