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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커피타임을 가진 나

떡진 머리가 이른 아침의 정신없는 내 모습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신혼여행에서 가장 기대하고 고대했던 마요르카에 가기 위해 아침일찍 공항으로 향했다. 전날 호텔 스탭에게 요청했던 콜택시가 도착해 있었고, 기쁜마음으로 택시를 탔다. 세비야에서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보다는 오늘 드디어 마요르카라는 사실이 더 기뻤던 것 같다. 오전 8시 55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6시 출발하는 택시를 탔다. (더 이상 비행기를 놓칠 수 없었기에...) 

 

 

우리의 짐들아 무사해줘...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우리는 공항 안에 있는 가게에서 간단한 샌드위치를 먹고 비행기를 기다렸다. 사실 수하물 분실로 악명이 높은 부엘링 항공을 예약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마요르카에 당장이라도 가고 싶어 선택지가 몇가지 없었다. 그래도 한 시간 거리 스페인 안에서 잃어버리면 그래도 빨리 찾을수는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아무 생각없이 예약을 했던 것 같다. 다행히 수하물 분실 이슈는 없었다. 아주아주 상콤하고 기쁜마음으로 마요르카 일정 시작!

 

 

해외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렌트란 것을 해봤다!

공항에 도착하고 수하물을 수령한 우리는 공항 렌트카 업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요르카에는 수많은 렌트카 업체가 있는데, 그중에서 우리는 Wiber라는 곳을 선택했고, 공항에 이미 셔틀이 대기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우리 이름을 말하니 짐을 트렁크에 실어주던 젠틀한 스페인 남자의 안내에 따라 차에 탑승. 

 

간단한 수속 절차와 함께 부여받은 우리의 차는 Ford의 Focus. 5일 렌트하는 데 고작 16만원이라는 염가가 믿기지 않을 만큼 아주 만족스러웠던 신차 급의 이 차는 아주 놀라웠다. 외국여행을 하면서 매번 뚜벅이로 다니다가 마요르카는 도저히 렌트 없이는 못다닌다는 말을 듣고 과감하게(?) 결정한 렌트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L♥Y Couple을 의미하는 듯한 번호판부터 마음에 들었다. ㅎㅎ

 

 

아주 평화로운 도로, 안정적인 하늘, 익숙한 방향

마요르카 여행을 하며 가장 좋았던 건 단연 날씨. 생각해보면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비가 단 한 번도 안 왔던 걸 생각하면 정말 축복받은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초행길인데 비까지오면 조금은 절망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평선을 향해 쭉~ 뻗어있는 도로와 구름을 벗삼아 달리는 운전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방향도 같아 운전을 하기가 참 편했다. 다만 조금 불편했던거는 도로가 생각보다 좁다는 거 ... 

 

 

주차하다가 차량 사이드쪽 조짐ㅋㅋ

팔마에서 한 시간 정도를 달렸을까? 네비가 안내해주는대로 달리니 북적이는 사람들과 낮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안내해주는 장소에 도착한 우리는 주차장에 주차하기 위해 호텔의 뒤편으로 왔는데 주차장 입구는 막혀있고, 그 어떤 차량도 주차가 되어 있지 않았다. 왕복2차선의 도로에서 계속 얼타고 있다간 생전 들어보지 못한 스페인어 욕을 먹을 것 같았고, 지체할 수가 없어 블럭 한바퀴를 돌았다. 다시 돌아온 우리는 호텔 직원을 통해 주차장이 호텔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주차장 열쇠를 건네받았다. (주차장이 멀어서 좀 짱났음...) 

 

안내받은 위치에서도 한참을 뺑뺑 돌고나서야 (유턴을 두번이나 함) 겨우 찾아낸 주차장은 매뉴얼로 철문을 열어야 했고, 그 이후에 차가 들어간 다음 다시 문을 닫고 열쇠로 잠궈야 했다. 근데 실수로 철문을 덜 열었는지 그곳으로 차를 꾸겨넣다가 철사에 차 문을 쭉 긁고 말았음 .. 풀보험 든 것을 진짜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주차를 어찌저찌 하고 호텔로 입성... 이제 우리는 소예르를 즐길 준비가 되었...

 

 

우린 왜 밖에 있을까

을 줄 알았는데 이게 뭐람...피곤한 몸을 이끌고 들어온 우리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호텔에서 실수로 오버부킹을 하는 바람에 우리가 예약했던 소예르 바다뷰 방이 날아가 버렸다. 뭐 호텔 직원은 미안함을 표하며 정당한 보상안에 대해서 제안을 해줬는데, 노말 타입의 방과 일정 금액에 해당하는 식사쿠폰, 그리고 페이백을 해주겠다고 했다. 좀 짜증은 났지만 그래도 주변에 여기만한 호텔이 없어 제안을 받아들였고, 주린 배를 달래러 호텔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페이스츄리 느낌의 감자튀김, 바질파스타, 그리고 안심스테이크

밥은 무난무난했던 것 같다. 이런 메뉴들은 실패할 수가 없었지... 특히 저 감자튀김의 식감이 특이하고 인상적이었다. 

 

 

흔한 소예르의 주말, Port de Soller에서

밥을 먹고 가만히 있을 수 없던 우리는 곧장 밖을 나섰다. 소예르도 여느 해변가와 다르지 않게 주말의 오후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날씨는 따뜻했고 바다는 윤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마요르카의 웬만한 요트는 여기 다 갖다 둔 것 같았다. 부자들이 심심하면 놀러오는 곳인가본데.. 

 

 

소예르 산책 w/ 트램

해변가를 따라 타운쪽으로 향하는 트램이 보였다. '삅삅' 경적 소리를 내며 전진하는 트램 안에는 고개를 돌려 바닷가를 바라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어떤 사람은 웃으며 인사도 건넸다. 나무를 소재로 한 웜톤의 트램이 파란색이라는 이미지의 바닷가와 너무 잘 어울렸다. 리스본의 노란 트램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네.

 

 

소예르의 트램을 찍는 나의 모습을 찍는 이여사의 사진을 올린 나

트램은 어떻게 찍어도 잘 나오는 것 같다. 아무래도 새로운 것에 대한 신선함 때문인지 사진이 더 멋져보이기도 ... 오늘 곧장 트램을 타볼까 했으나, 간단하게 트램 시간표만 체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발만 담그는 이여사

다시 호텔에 돌아오니 햇빛이 그림자 저 너머로 넘어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수영장 물도 조금은 차가워져 있었고, 샴페인이나 마시고 들어가자는 이여사는 발냄새를 거두기 위해 수영장에 발만 살짝 담그더라.. ㅎㅎ 사실 컨디션이 좀 안좋아서 코로나인가 좀 걱정을 했던 탓에 숙소에서 낮잠을 자기로 했다. 오늘 아주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컨디션을 쉽게 해칠 수 없었다. 

 

 

그거슨 바로 마요르카 vs. 바르셀로나의 라 리가 경기!!!

오후 늦게(9시) 예정되어 있던 마요르카 vs. 바르셀로나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마요르카에는 우리 이강인 선수가 뛰고 있었고,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발로 출전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한국에서도 K-리그 경기를 관람해보지 않았던 탓에 예매를 하며 많이 긴장도 하고 정말 이 가격이 맞나?(25만원/인)하며 기대반 의심반으로 예매까지 완료했었다. 예매가 완료되고나서 중간에 경기 일정이 아예 갑자기 바뀌어버리는 바람에 일정도 갈아 엎었던 탓에 진짜! 반드시! 최상의 컨디션으로 보고 싶었다.

 

이강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 

 

흔한 경기장의 주차난. (지금 경찰이 나한테 오는중임)

소예르에서 교통체증을 이겨내고 한 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한 팔마의 Estadi de Son Moix. 주차장이 좀 여유가 있을까 넘겨짚은 나의 머리를 딱콩 때리고 횡단보도 앞쪽에 은근슬쩍 주차를 하려다가 그 앞에 패트롤하고 있는 경찰한테 딱 걸려서 딴데로 가라고 주의를 받았다. 도대체 주차를 어디다 해야되냐며 물은 내 질문에 저쪽으로 가세요라고 대충 대답하는 경찰의 안내에 골목 골목을 쏘다니다가 결국 경기장에서 5분거리에 떨어진 곳에 겨우 주차를 성공했다. 

 

 

이미 축제시작

우리는 5번 게이트에 위치한 곳에 자리가 배정되었는데, 게이트로 가는 길은 이미 축제 시작이었다. 큰 음악을 틀고 마요르카 응원가와 함성을 질러대는 홈팬들 덕분에 우리 마음도 쿵덕쿵덕. 저녁을 챙겨먹지 못한 우리는 뭐좀 챙겨먹는게 좋겠다며 무턱대고 구장 옆에있는 매점같은 곳에서 감자튀김을 조지고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는 친구의 소개로 알게된 커플도 오늘 소예르에서 이강인 경기를 보기로 했고, 팔마에 숙소를 잡았다고 했다. 막상 경기장에 도착하면 번잡함 때문에 정신을 못차릴 것 같아서 나중에 정산을 해 줄테니 이강인 유니폼을 하나 부탁했다. 내것도 살까 했지만 진성 마요르카 팬도 아니고 해서 하나만 했다. (엄청 후회함) 그래도 초면인 우리에게 이런 호의를 베풀어 주었던 게 너무 고마워서 매점에서 감자튀김을 좀 샀고, 어찌어찌 연락이 잘되어 물물교환을 완료했다.. ㅎㅎ 모든 것이 순탄한 줄 알았으나, 경기장 안에 맥주를 들고 들어가도 되는 줄 알고 게이트 앞까지 갔다가 뺀지를 먹어서 병 하나를 원샷한 건 비밀... ㅎㅎ;; (축구장 안와본거 티 팍팍냄)

 

 

우리 이강인 유니폼도 샀다ㅋㅋ

마요르카 홈구장 티켓은 웬만하면 티켓이 비싸지 않은 편인데, 오늘은 상대가 바르셀로나라서 그런지 사람도 더 많고 티켓도 더 비쌌다고 한다. 하필 자리잡은 옆자리에 바르셀로나 원정팬들이 좀 앉아있었는데, 대놓고 응원하기가 살짝 민망했다... 아무튼 선수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호명하여 소개한 뒤 우리의 이강인 선수 킥오프로 경기를 시작.

 

이여사님꺼 유니폼을 사고 내것도 뭔가 살까했는데 유니폼까지는 부담스러워서 매점 매대에서 RC mallorca가 적힌 응원타올을 샀다. 좀 그럴듯해 보여서 셀카도 찍음

 

 

No. 19 칸진 리

이강인 선수가 공을 잡을 때마다 환호성 지르기/태극기 흔들기/칸진리 외치기!! 마요르카에서 뛰고 있는 아시아 선수가 이강인 선수밖에 없어 누가봐도 우리는 이강인 선수를 응원하기 위한 관중이었고 주변의 스페인 사람들이 신기한듯이 쳐다보곤 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반칙을 할 때마다 아주 역동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서 가끔씩 따라했더니 현지인 입장에서 어처구니가 없는지 막 웃는다ㅋㅋ 근데 바르셀로나 어웨이 머스타드 색깔 뭐냐.. 진짜 못생겼네...

 

상대가 워낙 강팀인 바르셀로나라서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부담없이 응원하고 이강인 선수 외치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했는데, 이날은 마요르카 경기력이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 좋았고 이강인 선수의 움직임도 대단해서 보는 재미가 상당했다. 심지어 골을 넣을 수 있는 찬스도 있었는데 그 때 너무 소리를 세게질러서 목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정말 신행에서 색다른 경험을 원했던 우리에게 아주 이상적인 item이었다. 돈 값했으 ㅎㅎ 

 

 

정말 오랜만의 유럽 밤바다

경기가 끝나니 어느덧 밤 11시. 팔마에서 소예르까지 돌아오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게 아니고 국도마냥 천천히 쉬운코스로 오는 거라 어렵지는 않았고, 소예르로 가는 다른 차량들도 있어 밤길이 어둡지도 않았다. 다만 오늘 새벽부터 너무 긴 하루를 보내서 그런지 피곤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착하자마자 밖을나서 거닐기로 한 소예르의 밤바다. 오늘이 가고나면 '소예르의 밤바다'라는 귀중한 인생의 한 씬을 놓칠 것 같아 피곤함을 무릅쓰고 나왔다. 생각해보니 이런 유럽의 밤바다가 10년전에 네르하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도시의 불빛이 밝아 밤하늘의 별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오렌지 껍질처럼 포슬하게 흩어지는 물결이 너무 아름다웠다. 기가막힌 밤바다를 끝으로 잊지 못할 오늘을 만들어낸 서로를 칭찬하여 눕자마자 30초만에 잠이 든 것 같다. 

 

내일은 드디어 그 곳으로 간다. ¡Buenas no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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