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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흔한 조식

여행을 가면 아무리 늦어도 8시에는 일어나서 사부작사부작 준비를 하는데, 전날 어찌나 피곤했는지 예정된 시간에 일어나지 못했다. 자연기상(?)이라는 단어가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알람소리에 깨지 못한 대신 호텔의 담장을 너머 방 안에 들이치는 햇빛에 잠을 깼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서 1층의 식당으로 내려가니 간단한 뷔페식 조식이 마련되어 있었다. 조식은 꽤  괜찮았다. 스페인은 어떤 과일을 먹어도 평균 이상은 한다. 특히 오렌지로 만들어진 모든 것들... 

 

 

커다란 나무아래 트램정류장

호텔에서 몇 분 안되는 거리에 위치했던 트램 정류장. 오전 미사시간에 맞추어 소예르 타운 쪽에 있는 성당에 가기로 했다. 포르투 대성당에서 미사를 드리지 못했던게 못내 아쉬워 이곳에서 대신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트램 정류장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출발 시간에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탑승했고, 타운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바닷가가 가장 잘 보이는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무로 된 신기한 열차

트램은 편도 당시에 편도 7유로 정도였는데(한화로 만 원 정도), 10분? 20분 정도 운행하는 것 치고는 꽤 비싼 가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철덩어리가 넘치는 현대사회에 나무로 된 교통수단을 도대체 언제이용해 보겠는가? 싶어서 아주 기쁜마음으로 지불했다. 말끔한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객실을 돌아다니며 결제를 해준다. 근데 정말 나무로 된 교통수단이 요새는 눈을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든데 정말 귀중한 경험을 한 거였네... 냄새라도 맡아볼껄...

 

 

저 멀리 소예르 성당이 보인다

소예르 성당이 보인다. 우리가 내린 자리에서 한 1~2분 정도를 더 걸어들어가면 성당을 중심으로 작은 번화가가 형성되어 있다. 그곳에는 갖가지 소품을 파는 노점상들과 노천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소예르의 약간 다른 거리

거리 곳곳에 동그란 것들이 걸려 있었는데, 이게 뭔지 까먹었다. (아시는 분 알려주세요) 저것들 때문인지 뭔가 우주를 형상화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보통의 거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조금 이른 시간에 온 탓인지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른 오전에 부지런한 스페인 사람들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니까 ... 

 

소예르 성당에서

소예르 대성당에는 아침 미사를 위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우리들처럼 외국에서 온 사람들도 깨나 있었는데, 이곳의 신부님도 이런것이 익숙한 탓에 미사중에 외국인들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는 질문을 던졌다. 앞에 앉아있던 학생 복장의 친구들이 이러한 질문에 We are from Germany! 라고 답변하는 이색적인 장면도 봤었지 ㅎㅎ

 

 

소예르 항구로 돌아가는 길

소예르 항구로 돌아가는 길. 편도 7유로짜리니까 가만히 있을 틈이 없었다. 타운으로 갈 때와는 달리 올 때 바라보는 바다의 장면이 더 멋졌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향하는 느낌이랄까.. 

 

 

HK&DY 부부와 함께

소예르 항구로 돌아온 우리는 회사 동료에게 소개받은 부부와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오래된 인연은 아니었으나, 둘 모두 같은 회사에 다니는 임직원이었고, 많은 여행일정이 겹친다는 것을 알게되어 여행 시작 전부터 값진 정보들을 공유했다. 그래도 어제 경기 시작 전에 아주 짧게만 일면식을 가졌던 지라 소예르에서 헤어지기 전에 식사라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점심식사를 가졌다는.. ㅎㅎ 소예르를 기점으로 우리는 남쪽으로, DY부부는 동쪽으로 향하는 일정이었기에 같은 길을 갈 수는 없었으나 여행에서만 나눌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함께 나누며 좋은 시간을 가졌다. ('새 생명'이라는 아주 좋은 소식과 함께)

 

 

발데모사로 가는 길. 소예르에서 얼마 멀지 않았다.

사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축구경기가 끝나면 숙박까지 팔마에서 모두 해결하고 발데모사 → 데이아 → 소예르로 가는 경로였으나, 경기 일정이 달라지는 바람에 모든 것이 꼬여버렸고, 소예르 → 발데모사 → 팔마 → 데이아의 일정으로 바뀌어 버렸다. 정말 다행인 것은 마요르카라는 섬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었고(제주도 정도?) 단시간 운전으로 모두 커버할 수 있다는 점... 소예르 항구에서 경치를 즐기며(사실, 좁은 도로 때문에 낑낑대며 운전했다) 아주 천천히 운전하고 갔음에도 넉넉잡아 40분 정도 운전하니 발데모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차미션 성공 (저거 배 나온 거 아님)

발데모사 공영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앗차! 주말이었지'를 알게됐다. 주말답게 주차장은 이미 인산인해에 빈자리가 없었고, 잠깐 빙빙 돌던 우리는 주차정산기계가 보이는 골목길 어귀에 차를 세웠다. 주차 정산을 하려고 기계를 작동시키려 했는데, 아예 꺼져있던 정산기계는 응답할리가 없었고, 잠깐 얼타고 있었다. 한국같으면 그냥 세워두고 갔겠지만, 주정차위반에 대한 스페인의 법이 어떠한지 잘 모르고 있었기에, 괜히 벌금 덤탱이를 맞으면 기분도 안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동네 주민(?)처럼 보이는 남자가 오늘은 주말이니까 정산 안해도 된다고 얘기를 해주더라. (완전 친절) 주말에 오니 이게 왠 떡~ 이라며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발데모사에 입성. 

 

 

Information 센터 옆에 있었던 Valldemossa 분수

발데모사의 이니셜이 친절하게 적혀있던(발데모사 스펠링은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계속 틀리고 있는 중) 분수가 마을의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 발데모사는 쇼팽이 사랑했던 도시라고 하는데, 마치 음표를 형상화 한 듯한 글자가 참 멋졌다.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쪼르르 거리는 물소리 때문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발데모사의 초입에서

테라스에서 주말의 오후를 즐기고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사실 마을의 초입은 여느 마을과 다르지 않았는데, 다만 정말 좋았던 것은 톤다운 된 돌담과 갈색의 지붕,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녹색의 천국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발데모사에 오기 전부터 이곳에 어울리는 옷으로 꼭 입고 와야지 했던 게 바로 오늘이었다. 초록과 베이지, 그리고 갈색... ㅎㅎ 마을을 가로지르는 돌길을 걸으며 느꼈던 편안함이 생각이 난다. 

 

 

Forn i Pastisseria Ca'n Molinas에서

유구한 역사를 지녔다고 알려진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한 카페. 사실 다른 사람들처럼 빵을 엄청 좋아하는 편이어서 빵지순례를 한다거나 맛집을 찾아서 가는 편은 아닌데, 감자빵 맛집이라고 해서 무작정 들어왔다. Cafe con leche(카페라떼)와 함께 곁들인 감자빵은 환상적. 플레인(Coca de patata)과 누텔라 베이스를 각각 시켜서 먹었는데, 사실 엄청 맛있는 건 모르겠고(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 일상의 권태를 충분히 이겨낼 만큼 달았던 누텔라의 강한 향기가 기억이 난다... 거부할 수 없는 이 달콤함... ㅎㅎㅎ 우리는 테라스에서 먹었는데, 자연과의 조화가 이곳의 컨셉인지는 몰라도 빵 부스러기를 먹으려는 새들로 넘쳐난다.

 

 

녹색과 베이지 즐기기

우리가 발데모사에 온 이유: 녹색과 베이지를 즐기기 위해! 한국에서 이정도 베이지와 녹색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집집마다 다르게 걸려있는 타일(우)

발데모사의 집에는 번짓수와 함께 요런 타일이 같이 있는데, 타일은 수호 성인의 그림이라고 한다. 각 집마다 카탈리나 토마스의 일대기를 담은 그림이 걸려져 있다는..ㅎㅎ 그냥 아무 계획없이 골목을 지나갈때마다 보이는 기념품샵도 들르고 모르는 사람들 뒤를 따라가며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당연한 얘기지만 마그넷도 하나 샀다.

 

 

발데모사를 내려다보며

돌아다니다보면 이렇게 발데모사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스팟도 있다. 재채기 하려는 사진 아님... 

쇼팽은 자신의 연인인 조르주 상드와 발데모사 수도원에 머물며 빗방울 전주곡(Preludes Op.28 No.15 "Raindraop"), 녹턴11번(Nocturne No.11) 등 많은 작품을 작곡했다고 한다. 두 곡 다 오늘의 맑은 날씨와는 다르게 밝은 분위기는 결코 아닌데, 비가오는 날씨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반면에 병마의 신음하는 쇼팽과 이별을 준비하는 상드의 우울한 느낌의 곡들이 신혼여행이라는 테마에 안 어울렸을지도 모르지만 ... 

 

 

바로 이 장면을 담은 마그넷

발데모사에서 출발하여 팔마로 가는 길. 나는 운전에 집중하느라 눈으로 다 보지 못했는데, 다행히 이 여사가 이 소중한 장면을 담아주었다. 우리가 발데모사에서 구입했던 마그넷에 담겨진 발데모사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바로 이곳이구나 싶어 차를 멈추어 잠깐을 즐기고 싶었지만, 이 때만큼 왕복 2차선 도로가 원망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정말정말 힘겹게 찾아낸 공영주차장

어제 아주 잠깐 스쳐지나간 팔마는 생각보다 크고 복잡한 도시였다. 팔마에 도착한 우리는 차량에 탑재된 네비게이션만을 가지고 호텔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했으나, 복잡함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정말 고난이도의 길찾기였다. 길을 아무리 잘 찾는 나였어도 호텔을 찾아가는 데 정말 한참의 시간이 걸렸고, 여행이래 처음으로(태어나서 처음으로) 숙소에 전화하여 길을 물어보기까지 했다. 까랑까랑하고 똑부러지는 호텔 직원의 목소리와는 달리 복잡함에 계속해서 시달리는 우리는 팔마 시내를 빙글빙글 돌며 20분 정도를 헤매고 나서야 주차장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호텔 자체가 언덕 골목길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어 주차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고,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해야만 했다. 덕분에 낑낑대며 언덕길을 캐리어 끌고 올라오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5성급 호텔인데 살짝 짜증이...ㅎㅎ) 

 

 

Hotel Can Cera

호텔의 문앞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게 정말 호텔인가 싶을정도로 시멘트 벽에 호텔이름만 써 있는게 갑자기 뭔가 속은 기분이 잠시 들었으나, 밑져야 본전이라고 벨을 조심스럽게 누르니 이름이 Kindness일 것 같은 직원이 우리를 반겼다. 콘크리트 벽 너머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치 천국처럼 펼쳐진 호텔의 장면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무슨 분위기를 이렇게 깡패처럼 만들어놨는지 마음속으로 우와 우와를 연발하며 들어갔지만 애써 태연한 척 '나는 5성급 호텔에 익숙한 사람이다' 주문 10번 걸고 들어가기...

 

사실 한국에서 5성급 호텔에 가보지 않은 것은 아닌데, 뭔가 정형화된 양식이 있는 것 마냥 거대한 문 앞에는 벨보이들이 서 있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화려한 샹들리에와 리셉션 직원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맞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의 5성급 호텔은 사뭇 느낌이 달랐다. (앞으로 마요르카에서는 계속 그러함) 서비스나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분위기에 촛점을 맞춘 것 같았고,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감을 줄 수 있는 곳이었다. 마치 내가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말이다. 

 

아까 우리의 길찾기를 응대해 준 듯한 까랑까랑하고 똑부러지는(린제이 로한을 닮음) 리셉션 직원이 우릴 반겼고, 체크인까지 도와주었다. 더불어 방 소개까지 도와주고, 부대시설까지 설명을 해주었는데, 저 세상 친절함에 좀 놀랐었다. 

 

훌륭한 방 컨디션(좌), 우리를 위해 준비된 샴페인과 손편지(우)

2층에 위치한 우리 방은 더할나위 없이 안락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메인 조명 없이 간접조명으로만 불을 켜야하는 불편함은 방의 분위기에 충분히 양보할 수 있었고, 양쪽으로 시원하게 트여있는 여닫이 창문이 영화에서 보던 '유럽에서 맞이하는 아침'을 연상시켰다. 우리가 특히 감동받았던 포인트는 샴페인과 함께 있던 손편지였는데, 5성급 호텔은 다 주는지 모르겠지만, 태어나서 처음보는 정직한 글씨체에 엄청 감동했던 것 같다... (감동 포인트 무엇...ㅎㅎ) 

 

 

팔마 대성당에서

그래도 마요르카의 가장 큰 도시에 왔는데, 팔마 대성당을 안보고 가는 건 좀 그래서 호텔 바로 옆에 위치한 대성당에 산책을 나왔다. 우리가 나왔을 때에는 천천히 땅거미가 지고 있었고, 주황 불빛의 도시를 천천히 채워가고 있었다.

 

 

대성당 둘러보기

대성당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대성당 전체를 돌며 구경하지는 않았고, 성당 앞으로 탁 트여있는 Palma Bay를 바라보며 석양을 즐겼다. 우리는 항상 고생하는 여행을 지향해왔는데, 이렇게 쉬면서 짧은 경로의 여행을 한다는 사실이 조금 불안하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쉬기만 한다고?라는 마음 등) 일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나와 아무것도 안하고 쉰다는 것이 조금 좋기도 했다.  (지금에와서 소회하기를 팔마를 제대로 못 둘러본 것이 조금 후회된다는...)

 

 

석양을 마주한 달

끝을 모르는 저 수평선 위로 새초롬이 떠 있던 석양을 마주한 달. 달빛이 진해지는 것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정말 어색하다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안하고 바깥을 돌아다니다가 숙소를 복귀한 우리. 

 

 

호텔 1층에 위치한 다이닝 'Vermuteria'

숙소에 들어온 우리는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찾기를 포기하고 호텔의 다이닝을 즐겨보기로 했다. 그래도 호텔다이닝이니까 평균은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심코 내려간 호텔 식당의 규모는 꽤 작았다. 애초에 호텔 자체가 객실이 14개 밖에 없어서 그려러니 했다. 역시나 메인조명 없이 간접조명으로만 꾸며낸 이곳의 분위기는 이미 합격.

 

 

토마토/올리브유를 올린 바게트(좌), 으깬감자와 돼지고기 구이(중), Can Cera Special 칵테일(우)

가격 생각 안하고 맛있어 보이는 것들은 죄다 시켰던 것 같다. 호텔 치고는 가격이 꽤 합리적인 가격이었고, 절대 실패할 수 없는 돼지고기 요리와 감자, 그리고 칵테일을 주문했다. 이 여사의 칵테일 도감에 없는, 이곳의 시그니처라고 불리우는 Can cera 칵테일과 마네킹?이라는 특이한 칵테일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바게트와 토마토, 그리고 올리브유의 조합은 맛이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소금 간이 되어있던 탓에 짭조름한 맛이 있었고, 바삭한 식감과 더불어 입 가득 향긋하게 퍼지는 올리브유와의 조화가 좋았다. 집에서도 시도할 수 있을 법한 음식이라 조금 더 친근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장 맛있게 먹었던 돼지고기구이는 세상에 이런 부드러운 돼지가 있나 싶을 정도로 식감이 너무 좋았고, 간이나 구이 정도도 너무 완벽해서 '와 이거 맛있다'를 몇 번이나 연발했다. '살코기는 부드럽지 않아!'라는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 준 아주 맛있는 음식이었다. 

 

 

Can Cera Special 칵테일

서빙과 함께 직원의 퍼포먼스로 시작된 칵테일쇼. 풍선처럼 커지더니 '풍'하며 흩어져버리는 연기와 함께 조심스럽게 더해지는 거품기가 인상적이었다. 나보고 해보라며 거폼건을 주는데, 뭔가 요령이 필요한지 나는 거품이 빨리 터져버리더라... ㅎㅎ 약간 진저향이 섞인 칵테일은 맛 또한 일품이었고, 향이 아주 좋아서 한 잔을 더 시킬까 한참을 고민했다. 사우나를 해야해서 마시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반면에 이 여사가 주문한 칵테일은 모양새는 아주 귀티가 팍팍났지만, 이게 다 데코값인가 싶을 정도로 맛은 그저 그랬다. 라즈베리 향이 메인이었던 칵테일은 알콜부즈가 너무 심해서 마시기가 좀 힘들었고, 이 때문에 내가 주문했던 칵테일을 이 여사에게 상당히 많이 빼앗겼다.... ㅎㅎ

 

 

꼭 포스팅하겠다고 다짐한 Can cera의 엘리베이터

식사 후 자쿠지에서 사우나를 하기로 한 우리는 리셉션 직원에게 가장 늦은 시간으로 예약을 하고 방으로 올라가서 좀 쉬기로 했다. 그 와중에 여행을 하며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 너무 감동적이라서 추억으로 담아보았다. 도대체 이 나라 사람들은 닫힘버튼 없이 어떻게 살고있는 걸까?

 

 

다소 뜬금없는 풋사과ㅎㅎ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가장 늦은 9시로 예약한 자쿠지 서비스. 조금 뜬근없는? 풋사과와 간단한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고, 우리만을 위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스파를 즐길 수 있었다. 일본에서 경험했던 노천탕이나 대나무욕조에서 하는 스파만큼은 아니지만 그 동안의 여행의 묵은 피로를 씻어내기에는 충분했고, 한참을 욕조 안에서 수압마사지를 즐겼다... ㅎㅎ 

 

오늘 이 호텔에 묵으며 갑자기! 우리가 신혼여행을 왔다는 사실이 리마인드가 되었다. 이제껏 쉬는 여행이 아니었어서 그런지 계속 '우리는 그냥 여행을 왔다'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했었나보다. 하지만 오늘은 모든 것들이 우릴 위한 것들이었다. 안내받은 방에는 우리만을 위한 샴페인이 준비되어 있고, 신혼여행을 축하한다는 편지가 써 있고, 맛있는 칵테일이 준비되어 있으며,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게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예전에 사람들이 도대체 왜 하와이나 칸쿤, 푸켓같이 휴양지로 여행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오늘 이렇게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서비스와 맛있는 음식을 먹고나니 어느정도 이해는 되더라. 그 덕분인지 앞으로의 마요르카 일정이 더욱 기대가 되었던 밤이다. 

 

오늘도 즐거웠지만, 내일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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