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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카이의 아침 길

나도 자전거를 빌리다

 

더운 기운에 눈을 떴다. 맥주를 어찌나 많이 마셨던지 배고픔도 나를 깨우지는 못했다. 가격이 싼 숙소이다보니 7층에 있는 화장실은 비좁아서 씻는 것이 불편했는데, 다행히도 숙소 1층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사우나가 있었다. 섬나라라서 그런지 찬물 더운물 인심은 후한가보다.

 어젯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아주머니가 부러웠는데, 숙소에서 무료로 자전거를 빌렸다. 습하고 무더운건 변함없었지만 바람이 느껴졌다. 신세카이의 아침길은 한~적하다.

 

 

물소리만 들리던 한적한 게이타쿠엔 정원

게이타쿠엔 정원? 인터넷을 뒤져보다가 아주 분위기가 좋은(왠지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분위기) 정원을 찾아냈다. 오픈시간에 맞추어서 가고 싶어 아침 내내 헤맸지만 입구를 찾을 수가 없어 텐노지 동물에서부터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이사람 저사람에게 묻다가 겨우 찾았다! 시간을 딱 맞추어 왔더니 손님이 없다. 마치 주인없는 정원을 걷는 기분. 정원 연못에 있는 알록달록 잉어킹들도 구경하고 대나무 속으로 흐르는 물줄기도 봤다.

 

 

잘 다듬어진 정원, 게이타쿠엔

분위기 좋다. 한 시간 정도를 혼자 걸었다. 물소리며 새소리며 다 완전하게 들린다.

 

 

수크령 사이로 보이는 츠텐카쿠 / 텐노지 동물원

텐노지 동물원에서 유년기의 행복을 혼자서 곱씹다가 수크령사이로 발견한 츠텐카쿠 발견. 텐노지 동물원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동물원을 아무런 계획없이 돌아다녔다. 난생 처음보는 동물은 없지만 먹이를 먹는 호랑이를 코앞에서 구경했다. 호랑이 몸집이 얼!마나 거대하던지 정말 놀랬다.

 

 

유난히 그늘만 고집했던 시텐노지

자전거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시텐노지. 땡볕을 걸어 돌아다니느니 자전거를 타는 것이 훨씬 낫다 생각했는데, 이 역시 만만치 않았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이 수고로움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땡볕아래 그대로 드러나 있는 절을 돌아다니는 여행객은 많지 않았다. 그저 이곳을 한적한 곳이라 생각하며 나 혼자 여유 있게 돌아다녔다고 결론을 지었다. 시텐노지 꼭대기에서 오사카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어떨까하여 띵띵부은 다리를 참고 올라갔다. 별 건 없었다.

 

 

여기가 오사카 성으로 가는 길 맞나?

오사카 성까지도 이어질 것 같은 이 거대한 강물을 지나려다가 지도와는 정 반대로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다시 빽~

 

 

청록으로 빛나는 오사카 성

자전거가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어떻게 왔을까. 청록으로 빛나고 있는 오사카 성이 보인다. 옅은 청록에 금색이 촌스럽고 안어울릴줄 알았는데, 성 자체가 약간 '봄'같은 느낌을 준다.

 

 

천수각은 공사중 ㅠㅠ

위에 천수각은 공사중인지 모양새가 그리 예쁘진 않았다. 카메라 용량을 아껴두었다가 오사카 성을 마음껏 찍을 참이었는데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앞에는 이렇게 오사카 성이 떡 하니 있고,

 

 

해자가 내려다 보이는 성터에 걸터 앉는 것도 나쁘지 않다

뒤를 보니 건물을 가려버리는 돌담과 파란 하늘이 보인다. 구름바다가 너울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오사카 성을 끌어안고 있는 푸른 해자

오사카성을 뱅~ 두르고 있는 해자. 파도가 없어 너울거리지 않고 청색의 하늘과 떨어지는 나뭇잎을 끌어안고 있었다. 바람도 없고 고요했다.

 

 

겉만 바삭해서 아주 고소했던 가다랑이

오사카 성을 끝으로 숙소에 돌아왔다. 두어시간 정도 잠을 잤을까. 에어콘은 나와 맞지 않아 한 번도 틀지 않았는데, 역시나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마침 오사카 패스에 온천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어 그곳을 찾았다. 온천은 나쁘지 않았다. 적당히 따뜻한 물과 바깥의 바람이 느껴지는(전혀 습하거나 뜨겁지 않았던 매서운 바람!)노천탕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온천 후에 먹는 밥은 늘 해장국이었는데, 이번에는 일본 고유의 정식 요리를 먹었다. 가다랑이, 튀김요리, 소바, 그리고 대나무 밥 등 뭘 먹어도 맛있는 판국에 이런것들을 입에 넣으니 천국 저리가라였지. 그러고 보니 오사카에 온 이후로 바다요리는 처음 맛을 보았다.

 

 

정부청사 전망대의 엘리베이터에서

오사카의 밤은 이렇게 저문다. 어제는 우메다 스카이빌딩에 갔었는데, 오늘은 정부청사 전망대에 갔다. 이곳은 인기가 없는지 이 좋은 야경을 혼자 감상했다. 혼자라는 단어가 갑자기 쓸쓸하게 느껴졌다. 이날은 하늘도 깨끗하고 달도 밝고 야경도 무척 반짝였다.

 

 

덴포잔 관람차에서

무슨 욕심이 이리도 많은지, 야경을 묵혀두기 아쉬워 대관람차를 탔다. 물론, 오사카패스만 있으면 무료라는 사실 때문에 간 것이지만 혼자하는 여행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스스로에게 준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내일 난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라는 고민을 대관람차에서 내내 했다지. 뭐가 되었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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