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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부자(父子)여행

56세 여명수씨, 드디어 출국하다!

 

 


 

첫 비행기에 좀 긴장하신 듯?

다른 기업을 준비할 때에도 합격한 이후에 뭐하지뭐하지 늘 고민했었는데,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게 가족과 여행가는 것이었다. 늘 혼자하는 여행을 선호했던 나머지, 가족 다 같이 국내 여행 간 적이 거의 없었다. 꼭 합격해서 가족 모두 비행기를 타보는 게 하나의 꿈이었는데, 이제껏 실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 여태 최종면접에서 다 탈락해서 그런거지만.

그러던 중에 상반기 결과가 좋아서 이렇게 여행을 가게 됐다. 입사 일자도 너무 일찍 잡히고, 동생 시험기간도 껴있는 바람에 가족이 다같이 가지는 못했지만,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이라는 일정을 계획하게 됐다. 급하게 여행을 계획하는 바람에 비행기 값이 부담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버지의 식습관이나 첫 여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이 가장 좋은 여행지가 될 것 같아 선택했다. 뭐 결과는 말할것도 없고. 아버지는 귀국 이후 며칠동안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연발하셨다(ㅋㅋ).

 

 

닮았나?

아버지는 비행기가 많이 긴장되셨나보다. 티켓팅을 할 때부터 내 옆에 꼭 붙어계셨는데, 면세점에 들어서부터 마치 다른세상에 오신것처럼 반응하셨다. 아마 '처음'이라는 순간은 나이에 상관없이 작용하는지 마치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호주에 처음 갔을 때의 그것처럼 보였다. 비행기가 시동을 걸고 가속을 할 때, 그리고 바퀴가 땅에서 떨어질 때 굉장히 신기해 하셨다. 멀미가 조금 있었지만.

 

 

8,800m

기장이 "현재 위치는 상공 8,800m, 시속 980km 입니다."라고 말했는데, 자동차나 기차만 경험해보신 아버지는 이 대단한 숫자가 신기하게 느껴지셨나보다.

 

 

이거.. 무려 620엔짜리...

착륙 후 일본 입국수속을 밟자마자 진에어 직원이 나눠준 티켓(무려 한화로 6200원짜리... ㅋㅋ). 공항 바로 앞의 버스에서 기다리다가 오후 여섯시 20분 늦은 버스를 타고 고쿠라 역으로 향했다.

 

 

3일동안 교통을 책임졌던 북규슈레일패스!

35분 정도 걸렸나? 고쿠라 역에 내리자마자 역 중앙에 있는 매표지점으로 들어가서 북규슈레일패스를 끊었다. 3일 이용권이 8,500엔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인데, 편 별로 티켓팅을 해서 이용하는 가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일본은 철도라인을 국가가 운영하는 시스템이 아니고 모두 민선이기 때문에 가격이 천차만별인데다가 비싸기까지 하다. 3일동안 교통비에 구애받지 않으려면 이정도쯤은 감수해야했다. 예전에 유레일 패스를 끊었을 당시에는 패스권이 좀 성의없어 보이긴 했는데, 나름 브로셔 같이 생긴데다가 설명도 친절하게 써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기념품으로 가져가도 될 정도로 말이다.

 

 

첫날 늦은 저녁을 해결한 숙소 근처이자카야

숙소에 예상 도착시간이 8시 언저리여서 가이세키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택시도 잘못타고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식사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때문에 숙소 근처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처리하기로 한 우리 부자는 사거리 근처에 있는 선술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버지께서 이런 포차(선술집)분위기를 좋아한다고 연이어 말씀하셨는데, 가격도 생각보다 합리적인데다가 맛은 진짜 예술이었다.

 

 

안주삼아 먹었던 일본 요리들. 맛이 일품이었다.

 

모둠 회, 오이타 산(産) 쇠고기구이, 치킨 텐동, 그리고 류큐(생선회를 간장 소스에 절이고 볶은 참깨와 파를 섞어 넣은 오이타현의 향토요리)를 시켰다. 아버지는 온더락(얼음을 넣어 조금씩 희석시키는 것) 고구마 소주랑 보리 소주를 시켜드시고 나는 당연히 맥주...(맥주는 사랑이니까)를 시켰다. 모둠회부터 간단하게 시작해서 류큐에 이르기까지 하나씩 하나씩 시켰는데, 조금씩만 먹다보니 아주 감칠맛이 나더라. 아버지는 '소주'라는 단어에서 한국에서의 진로 소주의 맛을 기대하셨는지는 몰라도 당신 스타일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첫날부터 소주소주 노래를 부르신 분이지...무튼 도착한 날의 하루는 이렇게 갔다. 아버지께서도 시간이 어떻게 간 지 몰랐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빠르게.

 

전적으로 나의 가이드만 믿고 따라오시는 여행이기에 부담감이 좀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첫 해외여행이신데다가 아버지와 나와 단 둘이 온 여행이었기에 뭔가 제대로 된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 나중에 해외여행에 대한 더 좋은 꿈을 꾸실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내일은 벳푸의 정석, 온천! 그리고 유후인의 진가, 긴린코 호수를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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