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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부자(父子)여행

벳푸의 온천을 체험하다!

 

 


 

맑은 아침을 맞이하며

여행을 하면서 맑은 아침을 맞이할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아진다. 너무 맑아도 더워서 문제인데 바닷가 근처라서 그런지 시원시원했다. 내가 이 숙소를 선택한 이유는 바다가 보이는 온천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매력적이었는데, 식사를 하기 전 온천을 하고 나오면 정말 끝내줄 것 같았다.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온천에서 시원하게 땀빼고 광내고 한다음에 먹는 아침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기 때문이다. 카운터에 바로 말해서 가족탕을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아버지 얼굴이 너무 쌔까매서 잘 안보이네...

나도 많은 온천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풍광이 끝내주는 온천은 처음이었다.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옥상 수영장에서 수영하던 사람 안부러웠다. 뒤로는 수평선이 보이고 약간 노락빛이 나는 유황온천에 몸을 담그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아버지 얼굴이 너무 새까매서 사진발이 좀 안받긴 했는데, 당시에 바람맞으면서 하는 야외 온천은 그야말로 끝내줬다.

 

 

아침 수라상을 받으십시오

상차림을 처음 받았을 때, 아버지께서는 '참 간소하다'라고 말씀하셨다. 정말로 필요한 것들만 딱 알맞은 양으로 나왔고, 한눈에 봐도 색깔별로 오목조목하게, 그리고 영양푸짐하게 나온 것이 느껴졌다. 온천 후의 아침밥은 뭘 먹어도 맛있는데, 오늘은 참으로 특별했다. 아버지께서 부담없이 드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하기도 했다.

 

 

벳푸역에서

정말 다행인 것은 날씨가 생각만큼 덥지 않다는 것이었다. 오기 전 더위를 잘 타시는 아버지의 체질을 생각해서 제발 덥지 않기를 기도했다. 서로가 힘들어 짜증을 참고 감당하기엔 너무 짧은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비 한 번 오지 않았던 쾌청한 날씨 덕분에 아버지와 나의 여행이 더욱 즐거웠던 것인지도.

 

 

오이타역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벳푸 역에서 유후인까지 가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군데군데 정차하는 곳이 많았다. 벳푸에서 유후인으로 한 번에 가는 기차가 아주 가끔씩만 있어서 오이타에서 환승을 해야했다.

 

 

우리네 것과 비슷했던 시골마을

도심을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가는 내내 시골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네의 시골과 많이 다르지 않았고,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가정주택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것이 잘 보였다. 햇빛이 뜨겁지 않아서 그런지 커튼을 시원하게 열어두었는데, 너무 익숙한 나머지 졸리기도 했다.

 

 

유후인 역 앞에서

드디어 도착한 유후인(Yufuin). 너무나 잘 알려진 관광지답게 내리자마자 사람이 북적이는 게 보였다. 뭐 한국인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다.

 

 

온천수로 데우고 있는 달걀들

온천의 도시답게 그냥 풍풍 품어져 나오는 온천수로 달걀을 데우고 있다. 2009년에 도쿄 갔을 적에 먹었던 달걀이 생각났다. 먹으면 7년이나 젊어진다나 뭐라나... 그때 21살이었는데 3개를 먹었었지.

 

 

이웃집 토토로 샵에서

지나가다가 봤던 이웃집 토토로 기념품샵. 아버지나 나나 이런거 관심 없어서 그냥 쭉 지나갔다. 여기서 아마 클리어파일 하나를 기념품으로 샀을거다. 예전에 오사카 갔을 때에도 카이유칸 수족관에서 고래가 그려진 클리어파일을 샀었는데, 시간이 오래지나서 그런지 많이 찢어졌다. 일본에 클리어파일만 사러 오는 것 같다...

 

 

유후인 거리를 걸으며

유후인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카페와 기념품샵, 그리고 틈틈히 챙겨먹을 수 있는 간식을 고개만 돌리면 찾을 수 있다는 점일거다. 그만큼 눈요기 할 것들이 많고 가방에 담아갈 것들 또한 많다. 개인적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와서 크게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지만,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즐거운 곳이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운다면 할 일이 많은 곳인 것 같다.

 

 

귀여운 강아지 조형물들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상점 문 앞에 모여있던 강아지 모형들. 역시 난 개보다는 고양이다.

 

 

나를 깨우치던 소형차들

아버지와 나의 눈에 가장 뜨였던 건, 일본사람들은 소형차를 많이 타고 다닌다는 점이다. 세상의 모든 것에 정답은 없다지만, 한국에서는 개인의 높고 낮음을 직,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자동차라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알고있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소형차를 몰고다니면 사회 초년생 혹은 중형 세단을 몰기 힘든 사람 정도로 인식되곤 하는데, 일본에서는 오히려 중형세단을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소형차가 대부분이다. 기타큐슈 지방이 도쿄와는 달리 지방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인상적이었다. 중형 세단만 바라보는 나의 시각도 반성하면서.

 

 

꿀벌아이스크림 드시는 아부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잠시 들렀던 꿀벌아이스크림 샵. 안에는 꿀벌인지 말벌인지 모르는 벌을 직점 담가놓은 꿀도 판매하고 있다.

 

 

긴린코호수에서

아버지와 걷고 또 걸었더니 눈앞에 펼쳐진 긴린코 호수. 새벽안개와 함께 보지 못해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름 멋졌다. 호수 언저리를 두르고 있는 산책코스로 걷다보면 많은 물고기도 구경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개인적으로 이 호수를 좋아하셨다.

 

 

아버지는 사진 찍을 때 입을 꾹 다무신다.

아버지는 사진을 찍을 적이면 입을 꾹 다물곤 하신다. 표정의 변화가 없어 늘 같은 표정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할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 같기도.

 

 

소원종이인지 모르는 편지모양의 종이들이 나무를 두르고 있었다.

긴린코 호수를 쭉 둘러 간결하게 나 있는 산책로를 쭉 걷다가, 어느덧 점심 시간이 다 가고 있음을 늦게서야 알아채고는 점심을 뭘 먹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출발하기 전 줄곧 생각하던 게 있었는데, 날씨도 덥고 장어덮밥이 제일 좋을 것 같았다.

 

 

유후인의 명소 중 하나인 'B SPEAK'의 롤케익

아, 이건 친구가 추천해 주었던 빵집인데 유후인의 상점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B-SPEAK라는 롤케익만 파는 곳이 있다. 롤케익은 1/2크기와 온전한 크기로 나누어서 파는데 스몰사이즈는 이미 동난지 오래. 그래서 어쩔수 없이 가장 큰 사이즈를 하나 샀다. 케익이 상하지 말라고 작은 냉동팩도 넣어준다.

 

 

장어덮밥. 비쌌음

대기가 길어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나왔던 장어덮밥. 아버지께서는 맛만 본다 하시면서 장어의 갯수를 최소한으로 하셨는데, 못내 마음에 걸렸다. 가격이 좀 나빴던 탓인데, 간장으로 양념을 한 듯한 밥에 초벌로 구워진 장어 두 도막이 나왔다. 그래도 실망스럽지 않은 맛 덕분에 밥풀 한 톨 남기지 않고 먹었던 기억이 난다. 더불어 엄청나게(?) 맛있었던 물 덕분에 아버지께서 기뻐하셨었지.

 

 

조금은 기대했던 벳푸 맥주

상점을 돌아다니다가 더운나머지 냉장고에서 무심결에 꺼낸 벳푸 맥주. 단순히 일본 맥주라고 해서 조금은 기대했는데, 맛은 쏘쏘였다. 아버지께서도 한 입 하셨는데, 감탄보다는 탄식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셨다. 오잉, 그러고보니 유후인에서 뱃푸맥주를 마셨네?

 

 

5지옥을 대표해서 갔었던 우미지고쿠(바다지옥)

개인적으로 지옥순례를 마무리하지 못해서 좀 아쉬웠다. 온종일 걸어서 그런지 아버지께서 조금 피곤한 기색이 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오늘 저녁에는 기타큐슈에 있는 숙소로 이동해야 해서 가지고 왔던 짐들을 모두 들고 다녀야 했다. 캐리어를 바리바리 끌고 언덕길을 오르느라 지치셨을만도 했다. 완전 욕심같아서는 정해진 시간 내에(마감시간) 가마솥지옥까지만이라도 돌고싶었지만 아버지를 위한 여행이니 참아야지...다음에 반드시ㅠㅠ 반드시 다시 와야겠다. (라고 다짐했다). 근처에 다가가기만 했는데도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소리 때문에 놀랬다. 한참을 이 소리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한번을 빙 둘러서 걷고 나서야 비로소 적응했다. 나는 언제쯤 여행에 대한 긴장감을 초면에 떨치게 될런지... 항상 경계하는 습관 때문에 여행을 즐기지 못할까 두렵다.

 

 

태양느님은 어디로 가는거니...

뉘엿뉘엿

기타큐슈에서 묵었던 숙소는 역을 기점으로 도로 한가운데에 있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훌륭해서 조금 놀랐었다. 어느틈에 또다시 몸을 숨겨버린 태양은 지구 반대편을 향해서 지고 있었다. 아버지와 나는 오늘도 술파티를 즐기기 위해서 밖을 나섰다.

 

 

여기 고구마 소주 한 잔이요!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다가 들어간 펍. 안쪽에 자리가 없었던 나머지 아버지와 나는 입구쪽에 동그란 오크통을 둘러앉았다. 한국말이 어느정도 익숙한 서버가 다가와서 우리가 한국인임을 금새 눈치채고는 한국어로 번역이 된 메뉴판을 갖다 주었다. 친절하네잉을 연발하고는 시킨 프리미엄 몰츠와 하이볼 + 고구마 소주.

 

 

프리미엄 몰츠 + 하이볼 시리즈

정말 한국으로 따지면 안주랄것도 없는 튀김 몇개 시켜놓고 아버지와 나는 금새 취해버렸다. 포장마차? 격과도 같은 일본의 펍은 안주를 조금씩 ~ 아주 조금씩 파는데, 그래서인지 메뉴판을 보면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 같은 안주들이 막상 나오고 나면 아주 적은 양에 조금은 실망하곤 했다. 그래도 여러개의 안주를 트라이 해볼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서 아버지와 나는 돈생각 아무것도 안하고 마구마구 시켰다. 너무 흥분했던 나머지 사진찍는 걸 깜빡했는데 그나마 남은 걸 자랑으로 남겨본다.

 

 

와규꼬치는 내스타일

개중에 가장 맛이 좋았던 와규꼬치. 도막만한 꼬지 두 개에 오천원 돈이라는 사기적인 가격이 나를 감동시켰다. 다행히 아버지께서 맛있게 드셨기에 망정이지 맛이라도 안좋았으면 큰일날 뻔 했다. 이 와규꼬치가 없었다면 아마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는 술자리가 되었을거다.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었던 라멘

술이 좀 된 나와 아버지는 곧장 펍을 나섰다. 그래도 일본에 왔으니 아버지께 라멘을 대접하고 싶었는데, 늦게까지 하는 라멘집이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골목길을 여기저기 쑤시다가 발견한 라멘집이 있었는데, 그 라멘집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술이 좀 됐음에도 불구하고 진한 육수에 탱글탱글한 면빨이 기억이 난다. 더군다나 주인집 아저씨가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있어서 한국말로 대화를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나는 여태 먹었던 라멘중에 손에 꼽을 만큼 맛있었는데, 아버지는 별로이셨나보다. 토종 한국분이신지라...

 

 

맥주 & 사케 with 롤케익

3차는 맥주 & 사케. 아버지는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소주를 찾으셨다. 나는 아직도 뭐가 좋으신지 잘 모르겠지만 소주는 소주란다. 아무렴 어떤가 싶어서 아버지께 사케를 권해드렸는데, 워낙에 도수가 있는 사케를 골라서 그런지(소주와 비슷한 도수를 원하셨다) 금방 달아오르셨다. 더 이상 못드시겠다 싶으셨는지 반쯤 드시고는 침대에 드러누워버리셨다(ㅋㅋ). 스몰사이즈가 없어서 라지의 온전한 사이즈로 들고온 B-SPEAK의 롤케익은 몽땅 내 뱃속으로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여행하면서 걸었던 칼로리가 죄다 뱃살로 가버렸다. 씁쓸한 하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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