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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WITH MY FATHER

언제나, 늘 그랬듯이 나의 여행은 충동적이다. 충동적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좋은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충동적 여행'은 마주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 선택한 것이거나, 분노나 스트레스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지배적일 거다. 나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았다. 광의로 해석하면 위에서 말한 것들이 되겠지만, 이번의 '충동적 여행'은 조금은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출발했다. 내 인생의 2막에서 받았던 스트레스와 분노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여행도 맞는 말이지만, 생애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하시는 아버지를 위한 효도관광(?)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거니와 더 좋은 여행을 만들어 드리지 못한 아들래미의 부족함을 심심한 블로그의 포스팅으로 아버지께 전하는 바다.

 

 

생애 첫 여권은 어떤 의미를...?

생애 처음 해외를 나가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 내로라 하는 대기업에 취업한 아들이 자랑스러운 것은 물론이셨겠지만, 해외에 '처음' 나간다는 감정은 조금은 별개의 문제일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여권을 만들때부터 남다른 설레임이 있었을거다. 여권 사진을 찍고, 접수처에서 등록을 하기까지.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해서 면허증을 받을 때? 아니면 집이나 차를 사서 등록할 때? 나의 첫 울음소리를 듣고 번쩍 들어올렸을 때? 이 모든 것들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것들과는 다른 설레임과 기대였을거다. 50여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가장 첫 시작이 바로 여권발급이니까. 중학교 시절 뭣모르고 만들었던 여권은 내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여겨졌는데, 아버지는 많이 달랐을거다. 발급 당시에 직원이 '처음이세요?'라는 질문에 멋쩍게 웃음지었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 대답이 될 듯 하다.

 

 

수라상을 받으시오

여행하는 내내 아버지는 한 명의 소년 같았다. 말씀은 안하셨지만 이것저것 궁금해하셨다. 차선의 방향은 어떠하며, 이 음식은 무엇이며, 이 술은 무엇이며(물론 소년은 술을 마시지 않지만), 이 곳은 어디며 등등. 어른소년의 호기심을 존중하고, 잘 안내하고, 좋은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여행 나의 임무이자 아들로서 해야할 임무였다. 성공적이었나? 라고 질문을 한다면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할 것 같다. 아버지는 아직도 TV에서 규슈지방의 이야기가 나오면 귀가 번득하신다. 심지어 다음 여행은 어디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하고 계신듯하다.

 

 

으 =.= 뜨시고 좋은거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동안 너무 이기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최근에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충분히 반성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가족들을 포함해서 조금 더 이타적인 삶을 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가족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통해 더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의 여행은 늘 기분을 환기시키는 충동적인 여행이었지만, 아버지와 함께했던 이번 여행만큼은 조금 달랐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었던 아버지와 어머니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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