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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가을편지

트루비옹 2017. 10. 15. 14:30

Where we look at

여름을 보내버렸다.

 

2017년의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10월이 되었다. 더위로 한껏 달아올랐던 마음을 잠재우기 위함인지, 아니면 스스로가 몸과 마음이 지쳐 자연스럽게 가을을 원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 이유없이 좋은 음악을 듣고 싶고, 아무 이유없이 사람들과 만나 대화도 하고 싶고, 아무 이유없이 혼자있고 싶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내 마음을 이해했는지, 시간이라는 절대자는 마치 나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데려다 주었다. 요즘은 정말로, 가끔씩 생각없이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 좋아져 버리는 날씨가 되어버린거다.

 

 

Where we are

가을이 오고나서 여름에 비해 다소 생동감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조금은 물렁해져버린 나의 태도를 탓하기도 하지만,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겠거니 해서 생각의 저편으로 넘기는 편이다. 때문에 최근의 하루를 곱씹으며 대단함을 느낀다거나 내일에 대한 부푼 꿈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가을은 Brand new에 대한, 그리고 Fantastic에 대한 것들이 아닌 것 같다. 이런 물렁해진 나의 모습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고 있음을 인정하는 계절이 가을인 것 같다. 문득,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면서 바쁘고, 쉬고 싶은 와중에도 도저히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가을은, 글을 쓰고 싶은 계절이다.

 

 

Take our time

사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조금 무서웠다. 생각지도 않게 여름이 길어졌고, 가을 없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겨울을 맞이할까 두려웠다. 여름의 무성함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아주 조금씩 겨울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계절이 가을인데, 가을의 날씨가 좀처럼 오지 않아서 걱정을 했던 거다. 그러던 어느날,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빗소리가 방 안의 작은 창문 바깥으로 투닥이기 시작했고, 다소 쌀쌀한 날씨 때문에 가을옷 수납장을 뒤적여야만 했던 나의 모습이 진심으로 반가웠다. 시원함보다 따뜻한 온기가 좋아지는 계절이 왔음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더불어 찾아온 나의 쓸쓸함과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을에는 무엇을 해야할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지만 너무나 행복해지는 질문이다. 10월, 가을의 한가운데에 서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스스로의 모습이 우습기도하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다. 확실한 것은 가을은 지금의 나를 중요하게 여기는 계절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나를 바라보게 하는 추억과 회상의 계절임이 분명하다.

 

가을이 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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