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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입사 후 1년

트루비옹 2018. 8. 11. 19:29

 

 

입사 후 1년 정도가 지났다.

 

퇴근 후 운동을 마치고

햇빛이 힘을 다해서 생각의 저편으로 넘어가는 시간,

항상 오가는 퇴근길에 익숙한 발걸음을 뗄 적이면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나서 자연스럽게 전화를 한다.

"응"

이라는 짧은 '전화 잘 받았다'라는 대답을 들을때면

나도 모르게 하루의 변덕스러운 감정과

일하며 받았던 스트레스가 녹아내리고

요즘은 일하는 거 어렵지 않으냐,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하나도 안 힘들다는 거짓말을 해버린다.

 

초인종은 달려있으나

달려서 맞이해 줄 사람이 없는 집 현관문을

항상, 매일, 이맘때쯤 열어야 했다.

어두컴컴한 8평 남짓 되는 방을 밝히려고

항상, 매일, 이맘때쯤 불을 켜야 하는 건 나다.

침묵에 익숙해지는 것은 싫으나

그렇다고 시끄러운 공간이 싫어

항상, 매일, 이맘때쯤 편안한 피아노 소리가 나는 음악을 켜야 한다.

 

출근을 하면 항상 퇴근부터 하고싶었는데,

금요일 쯤이 되고나면

일주일이 단 10초의 찰나가 되어버렸다.

점점 더 의미를 잃어가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동기부여를 하고 싶어

오늘은 무엇을 위해 일을 했는지 곱씹으려고 하니

'월급을 받으려고 일을했다'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1년이 지나버렸다.

 

그러다가 문득, 예전의 아버지 생각이 났다.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뚫고 퇴근길을 이겨내시곤 했던 아버지는

가끔씩 퇴근길에 육교 옆에서 팔고있는

한 마리에 100원하는 붕어빵을 열마리나 사오실 때가 있었다.

우리에게 건네주시며 많이 먹어라 하시던 붕어빵을

당신도 당연히 좋아하시겠거니 해서 사오셨겠구나 싶었는데,

결코 그게 아니었다.

아버지는 항상 열 마리의 붕어빵 중에

한 마리 이상을 드신적이 없었다.

어렸던 나는,

그냥 단순히 우리가 붕어빵을 좋아해서 사오셨다고 믿었다.

 

근데, 아주 약간은 알 것 같다.

가족들을 위해서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참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인내하느라

당신께서 돈을 버는 이유에 대한 고민을 하셨기 때문일 것 같다.

기계처럼 굳어져 가는 반복되는 일상에

소중한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당신이 가족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입사 후 1년,

일을 하고, 반복적인 일상에 지치고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치이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모순에 상처받기도 하는 동안

많은 것들을 배웠다.

아직 아버지의 마음씀씀이에는 한참 못미치지만

조금 더 다른 사람을 위한,

그리고 의미있는 이유를 찾아야 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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