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금보니 티웨이 항공이었구나

2019년 겨울이었다. 이여사에게 여행을 가고싶다 말했더니 내가 가보지 않은 곳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가까운 나라 일본을 면면히 조사하던 중 나고야 인근의 '시라카와고'라는 곳이 내 이목을 끌었다. 하얀 눈밭에 휘날리는 눈발이 예뻐서가 아닌 낮게깔린 목가적인 분위기의 집들위에 소복히 앉아있는 눈들이 너무나 멋있어 보여서였다. 우리는 주저없이 나고야 행 비행기를 예약했고,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안녕 AQUIS!
공항에서 티쏘 르 로끌과 함께

더불어, 입사 이후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고자 큰 마음을 먹고 구입한 시계를 하나 구입했다. 물론 군 전역 후 어머니께서 사주신 티쏘의 르 로끌 역시 정말 좋은 시계임은 틀림이 없었으나, 나중에 돈을 벌게 되면 내 돈으로 시계 하나 쯤 사 보고 싶다는 이전의 다짐은 아직까지 변함이 없었고, 드디어 그 꿈을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아날로그 시계에 대한 열망은 어렸을 적부터 대단했다. 배터리에 의해 움직이는 쿼츠와는 달리 나의 움직임과 함께 한다는 느낌을 주는 오토매틱이 주는 매력은 너무나도 좋았고, 그렇게 나의 시계에 대한 사랑은 시작되었다. 혹자는 시계는 돈있는 사람들만 한다는 사치품이라고 하지만, 인생의 큰 변곡점을 지나올 때마다 생기는 시계에 의미를 부여해서 특별하게 만드는 것도 참 재미있는 일인 것 같다. 이전에 어머니께서 주신 선물을 군 전역과 함께 새로 태어난다는 의미 정도로 생각해본다면, 이번 스스로에게 준 선물은 그 동안 취업준비로 고생한 나를 위한 '특별한 보상' 정도로 해야할 것 같다.

 

 

도착하자마자 먹었던 장어덮밥

이번 여행은 일본에 처음가는 이여사를 위해 가능한 한 다양한 음식을 먹고자 했다. 일찍 출발하느라 시장했던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한눈에봐도 배가 불러 터져버릴 것만 같은 장어덮밥을 주문했고, 장어가 주는 쥬시하고 오일리함에 흠뻑 빠져버렸다. 뭔가 양이 적은 것 같으면서도 정갈하게 나오는 차림새를 보고 한 번 더 놀랬던 것 같다. 맛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Where is SAMSUNG? LG?

나고야 역에 도착. 

늘상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에서 삼성이나 LG를 찾는것은 매우 힘든일이다. 바꿔말하면 그만큼 제조업과 내수의 강국이라는 거겠지... 

 

 

나고야 최애커피였던 TULLY's COFFEE

숙소로 향하는 길목에 TULLY's COFFEE라는 한국인에게 생소한 카페가 있었는데, 마침 커피 수혈이 필요한 시간이라 잠깐 들러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켰다. 근데 왠 걸...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커피가? 이렇게 우리는 이 카페의 노예가 된다. 

 

 

나고야의 밤

커피 수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숙소 체크인을 한 후 그대로 떡실신을 해버렸던 우리는 어두워지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고, 시간을 낭비할 수 없음에 서둘러 옷을 챙겨입고 밖을 나섰다. 이전에 도쿄나 오사카에서 봤던 네온사인 폭행이 좋다. 아주 현란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지.

 

 

계획없이 들어갔었던 이자카야
나마비루 구다사이~

우리가 도착했던 날은 다음날 출근을 해야하는 '일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있는 이자카야를 찾아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는데, 등잔밑이 어둡다고... 숙소 바로 앞에 있었던 이자카야에 마침 자리가 있어 평점이며 위생이며 생각 안하고 자리부터 잡고 앉았다. 역시나 일본 여행에서의 마무리는 이자카야에서 먹는 잔잔바리 안주들과 나마비루(생맥주). 이 날은 술이 너무 고팠는지, 둘 다 안주를 시키기도 전에 맥주부터 시켰고 저 커다란 맥주를 한 입에 다 털어넣고 사뿐하게 시작했다. 맥주도 꿀떡꿀떡, 안주도 낼름낼름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 없는 밤이었다. 

 

 

2차는 하이볼로 마무리

우리는 뭐가 그렇게 아쉬웠는지 땡글땡글한 눈동자를 이끌고 2차를 할 적합한 장소를 찾다가 1차를 했었던 이자카야의 근처에 열려있던 곳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대부분 현지인들인 것 같았고, 이방인의 냄새가 풀풀 나던 우리는 잠깐 시선을 받으며 입장했으나, 술은 될 대로 됐고, 숙소는 코앞이고 무엇이 걱정인가, 아무렴 어떤가~ 부어라 마셔라 하던 우리는 한 잔의 하이볼로 끝나지 않았고, 각 두 잔씩 신나게 마시고 귀가했다. (어떻게 들어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만...)

 

나고야에서의 첫날밤이 이렇게 지나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