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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시마칸의 조식

 

이전에 후쿠오카에서 아버지와 함께 묵었떤 일본의 숙소가 생각이 났다. 한국의 여느 식당과 다르지 않게, 스탭이 밝은 얼굴로 우리를 맞아주었고, 자리를 안내받았다. 거대한 강당? 같은 곳에 다다미식 바닥이 깔려있고, 그 위에 테이블이 죽 들어서 있는 형태였다. 어제의 저녁 가이세키와 달랐던 점은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식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스탭이 우리에게 step by step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이미 준비된 한상차림을 먹는다는 것? 정도였다. 

 

 

종류가 너무나 많았던 유노시마칸 조식

정신없이 먹느라 음식 사진 찍은 게 너무 없다는 게 코미디지만, 간략하게 말하면 많은 종류의 음식들이 쬐끔씩 정갈하게 담겨져 있어 에게게~ 할 수 있겠으나, 종류 자체가 원체 많아서 엄청 배부르게 먹었다는 것이다. 사실 어제의 저녁식사가 소화가 잘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온천은 멈출 수 없다

야무지게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퇴실 전까지 한번이라도 더 온천을 즐기고자 대욕장으로 향했다. 프라이빗 노천탕도 물론 좋았으나, 그래도 대욕장도 좋다는 이야기가 있어 즐겨보고 싶었다. 일본의 온천은 하루에 한 번 씩 남탕과 여탕을 바꾸는데 양기와 음기가 뭐 서로 조화를 이루기 위해 바꾼다나 뭐라나... ㅎㅎ 아무튼 어제 봤을 때에는 여기가 여탕이었는데, 오늘은 파란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노바디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대욕장에는 아무도 없어 전세탕처럼 이용했고, 몰래몰래 이런 사진도 잘 찍어놨다. 앞이 뻥 뚫려있어서 내 알몸을 누가 보지 않을까 조마조마 했는데(봐도 별거없긴 하다), 언덕 윗쪽에 자리하고 있어 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무튼, 아무도 없는 온천에 목까지 담기게끔 몸을 푹~ 담그고 피어오르는 수증기까지 모두 즐겼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녹이는 순간만큼은 정말로 아무런 걱정이 없다.  

 

 

창문을 열면 바로 보였던 풍경들
갈 시간이 되니 넘 슬프다

이제 체크아웃 해야 할 시간이 가까워지니 슬슬 아쉬워지기 시작한다. 푹신한 이불도 좋고 노란색 벽지도 좋고 방문을 열면 보이는 바깥 풍경도 갑자기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좌) 사진출처: 트립어드바이저

퇴실하고 밖으로 나오게 되면 게로 역으로 바로 가는 셔틀버스를 준비해준다. 친절하게도 캐리어까지 들어서 차에 실어주는 서비스까지.. ㅎㅎ 듣기론 유노시마칸은 일본의 왕이 묵었던 료칸이라고 하는데, 과연... 나갈때까지 부족함이 없다. 너무 정신없이 나오느라 정작 유노시마칸의 정면 사진은 찍지 못했다... ㅠㅠ 좀 여유있게 둘러보고 밖에도 나오고 할 걸 그랬네...

 

 

타카야마로 가는 길

게로에서 타카야마로 향하는 기찻길. 게로에서 시라카와고로 바로 향하는 버스는 없어 타카야마를 경유해야 했다. 아직까지 시라카와고의 겨울왕국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가을을 상징하는 갈대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고, 바람도 아직은 차갑지 않았다. 

 

 

읭?

타카야마에 도착한 우리는 숙소에 짐만 맡기고 곧장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타캬아마를 좀 진득하게 즐기고 시라카와고로 향하고 싶었으나, 경황이 없어 바로 버스를 타고 시라카와고로 향했고, 아침부터 하루종일 움직였던 탓에 버스에서 곧장 잠이 들어버렸다. 그러고서 주황불빛이 화창하게 내리치는 긴 터널을 지나면서 잠이 갑자기 깼고, 한 10~20초? 정도 지나서 터널 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눈 범벅이 된 세상과 흩날리는 눈발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이렇게 너무 갑자기 시라카와고에 도착해버렸다. 

 

 

겨...겨울이었지

도착하고나서 계속 눈을 못봤어서 그런지 그냥 춥다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1월 중순이었다. 한국이었다면 눈이 언제와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였고, 눈을 보게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때였다. 근데, 터널 하나 차이로 너무 드라마틱하게 배경이 바뀌어버린 게 너무나 신기해서 뭔가 환상의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모델이랑 배경이 다했다~~

마을의 뒤편으로는 산이 감싸고 있어 안정적인 느낌을 주고, 농촌처럼 소박하고 서정적인 집들이 하얀색 눈을 머리에 쓰고 있어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그 앞에 자리하고 있던 호수들은 당연히 얼어 있었는데, 그 위로 눈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어서 더욱더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연출해 냈다. 모델도 좋았고요... ㅎㅎ

 

 

뭐든 호기심 많은 이여사

마을이 다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궁금해서 멀리서도 잘 보이는 가장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실제로 사람이 사는지는? 의문

우리나라 시골 집들과 다를 게 없어보였으나, 뭔가 삼각지붕과 그 위에 쌓인 눈이 주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마을 가장 높은곳으로 가는 길목 중간에서

마을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언덕길 중간중간에 이렇게 포토스팟이 몇 있다. 뒷산과 마을을 배경삼아 하얀색 배경과 사진을 찍으니 피로고 뭐고 생각할 시간이 없다. 

 

 

총총총

날이 점점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눈은 멈췄으나 애초에 날이 흐려서 빨리 어두워지는 듯 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마을을 후딱 둘러보고 시라카와고 버스정류장에서 18시 쯤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맨홀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일본

일본은 지역의 특산물이나 특색을 잘 살린 맨홀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시라카와고의 목가적인 분위기를 잘 살린 집들을 포인트로 삼아서 맨홀을 디자인 한 것 같다. 

 

 

수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수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사진도 찍고 

 

 

스노우맨 삼형제들과

스노우맨 삼형제들과도 사진을 찍었다. 누가 찍어주셨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네.... 같은 관광객이었던 듯

 

 

도로 한가운데에서ㅎㅎ

시라카와고를 가로지르는 메인 도로가 있는 것 같았는데, 양쪽에 일부 음식점들과 기념품 샵들이 줄지어 있다. 우리는 하나도 놓치기 싫어서 여기저기 다 쏘다니며 마그넷을 사고 엽서를 사고 충동구매를 시전했다.

 

 

여기가 어디지...

그렇게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다가 어디인지 모르는 곳으로 새어들어왔고, 길을 잃고 시간개념없이 헤매다가 결국 18시 차를 놓치고 말았다. 19시 차라도 타야겠다 싶어서 갑자기 버스정류장으로 뛰기 시작했고, 아주 진짜 가까스로 버스를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었다. 물론 버스 안에서 기절...

 

 

급하게 주문했던 차슈 소유라멘
77ㅓ억~

7시 즈음 출발한 버스는 거의 9시가 다 되어서야 타카야마에 도착했고, 저녁식사를 해결하지 못한 우리는 다급하게 식사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의 한적한 마을 중에 하나인 타카야마의 대부분의 식당들은 영업을 종료한 상태였고, 열려있는 식당을 찾는 데 꽤나 애를 먹었다. 골목길 여기저기를 쏘다니다가 불빛이 들이치는 곳으로 불나방처럼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라멘집이었는데, 라멘을 시켜서 무지성으로 코를 박고 먹었던 것 같다.... ㅎㅎ 배가 고팠는지 진짜 정말 맛있었다. 

 

 

프리미엄 다이긴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짐을 찾아서 체크인을 했고, 이대로 잠들기는 아쉬워 근처의 편의점을 찾아 주전부리와 마실 것을 사기로 했다. 근데 편의점 마저도 영업하고 있는 곳을 찾느라 꽤나 애를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거의 20분 정도 걸어간듯). 기껏 감자칩 과자들과 사케를 샀는데, 정작 큰 맘 먹고 산 사케가 알콜부즈가 너무 강해서 한 입씩 하고 버렸던 것 같다 ㅎㅎ... 역시 맥주 마시던 사람은 맥주를 마셔야 하는가보다...

 

숙소의 침대 옆에는 통창으로 된 큰 유리창이 있었는데, 구름 사이로 거의 보름달에 가까운 달이 보며 하루를 곱씹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의 온천은 좋았고, 시라카와고는 정말 환상적이었고, 내일 타카야마도 정말 기대가 된다는 둥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함께 가져온 다이어리에 끄적이며 잠이 들었다. 정확도가 높은 일본의 기상예보에 의하면 내일은 눈이 온다고 하던데, 오늘보다 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잠에 들었다. 

 

정말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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