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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어놓고 잤나보다

눈을 떠보니 열려있는 창문으로 아침의 쌀쌀한 공기가 들어왔다. 어제 맥주를 완병하겠다는 목표보다는 피곤해서 좀 더 자야겠다는 욕구가 강했는지, 맥주를 남겨둔 채 (세상에나!) 창틀위에 저렇게 올려두고 잠이 들었다. 그래도 남아있는 맥주는 차갑게 유지시키겠다고 저렇게 창문을 열고 잔 것 같다. 

 

거실로 나가니 이미 저렇게 아침이 준비되어 있다. 부드러운 빵과 샐러드, 그리고 속이 꽉찬 만두 같은 음식도 있었다. 정확히 뭐를 베이스로 한 속인지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냥 만두같다고 생각하고 먹었던 것 같다. 

 

 

출바~알

오늘도 신나게 덜컹거리는 오프로드를 달린다. 어제 타냐가 농으로 말했던 Natural Massage는 오늘도 계속되었다. 밤에 잠이 잘 오는 이유도 하루종일 이런 마사지를 받아서 일까...?

 

 

출입구 치곤 허전한.. ㅋㅋ;; 매표소 비슷한 느낌이다

로만은 정말 신기할 정도로 길을 잘 찾는 편이었는데, 이정표고 네비게이션이고 다 필요없이 그냥 알아서 쭉 간다. 이렇게 매표소의 형태도 갖추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는데, 진짜 어떻게 이렇게 용하고 길 잃는 거 없이 잘 찾던지... 

 

 

너른 땅덩어리가 참 멋지다

게이트를 거쳐 또 한참을 향한다. 끝도없이 펼쳐져 있는 넓은 황금빛 광야와 얼마나 멀리있는지도 모를만큼 갑자기 솟아있던 산맥들이 줄지어 보인다. 산머리가 하얀 걸 보면 대충 3~4천 미터는 족히 되어 보인다. 

 

 

싱잉듄의 허름한? 표지판

우리가 도착한 곳은 싱잉듄(Singing Dune)이라는, 말그대로 해석하면 노래하는 언덕이라는 사막언덕인데, 모래를 밟거나 바람이 불면 노래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서 싱잉듄 이란다. 근데 마침 바람이 좀 부는 날씨여서 귀를 쫑긋하며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뭐야 할만한거 아님?

이렇게 멀리서보면 언덕길이 낮아보여서 해볼만하다 싶었다. 이 당시에는 계속 넓은 땅과 높은 산들을 작게만 봐와서 그런지, 원근 감각이 무너져 버린 게 확실하다. 진짜 생각보다 높아서 놀랐었다 ㅋㅋ;;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능선을 따라 올라가야 하고 옆은 말그대로 모래언덕(낭떠러지?)이다. 무섭지는 않지만 괜히 쫄만큼 가파르다. 

 

 

난 이런 원거리 샷이 좋더라

뉴질랜드에서도 해변가 옆에 정말 뜬금없이 위치해있던 사막언덕(Dune)을 오르고 어린애마냥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었고 발은 밟는 족족 푹푹 파여들어갔으며, 때문에 신발을 들고 힘겹게 올라갔던 것 같다. 그래도 오늘은 그정도는 아니었다. 전날 비가 왔다고 해서인지 모래가 잘 뭉쳐져 있어 올라가기 좋은 길이 만들어져 있는 상태였고, 신발도 벗지 않고 편하게 올라갔던 것 같다. 

 

 

위에서 내려다 본 뻥 뚫리는 뷰

위에서 내려다보니 어느새 이만큼이나 올라왔다. 우리가 길을 만들어 낸건지 원래 저렇게 길이 있었던건지 모를 정도로 희미하게 알아볼 수 있었던 도로가 보였고, 저 멀리에는 마치 나와 평행한 곳에 위치한 것 같이 보이는 커다란 산들과 (실제로는 엄청 높다) 하늘이 마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언덕의 끝자락에서

더이상 올라갈 길이 없어질 때까지 능선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이렇게 능선이 굽이치는 장면들이 연출된다. 맘먹고 저 끝자락까지 갈 생각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조금은 걸어보고 싶어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곳까지 가보겠다고 했다. 모래언덕을 밟을 때마다 언덕이 부분부분 무너져 내려서 내려가는 길이 난이도가 더 높았다. 

 

 

저 멀리서 인사를 했던 노부부

모래언덕을 한참을 내려오고나서 보였던 한 노부부. 내가 먼저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네니 저 멀리서 나를 발견하고 인사를 해 주었다.  

 

 

모래위로 솟아있는 이름 모를 나무들

아래에는 그래도 언덕의 황량함을 채워줄 이름모를 나무들이 아무렇게나 솟아있다. 주변에 뭔가 더 볼게 있나해서 둘러보았으나, 바람만불고 입은 텁텁해져 다시 차에 올랐다.

 

 

챠른캐넌의 입구에서

아시아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우는 챠른캐니언으로 향했다. 아무리 달려도 똑같은 평원이고 저 멀리에는 똑같은 산맥들이 크기만 변하고 도대체 내가 움직이고 있는가 싶었는데, 그래도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주더라. 싱잉듄에서 거의 4시간 정도를 풀악셀을 밟고 달렸더니 그래도 해가 쨍쨍할 때에 잘 도착했다. 이곳의 날씨는 정말 변화무쌍하다고 하는데, 타냐 말로는 나는 오늘 운이 좋았다고 한다.

 

 

주차장과 식사장소

저렇게 너른 공간에 주차를 하고 옆에 그늘막에서 타냐가 마련한 식사를 했다. 그래도 매 끼니 잘 챙겨줬던 타냐... 솔직히 어느 나라에 가던 날씨 걱정, 사람 걱정 하기전에 음식 걱정을 제일 많이 하는 편인데, 여기서 먹는 대부분의 음식은 익숙한 맛들이라 걱정할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로 치면 볶음밥?이라고 하는 '플럽'을 자주 먹었던 것 같다.

 

 

멋지다 멋져~

'미니' 그랜드 캐니언 이라는 별명때문에 생각보다 작지 않을까 지레짐작 했으나, 경기도 오산이었다.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계곡들이 내 시야 너머로 쭉~ 펼쳐져 있었는데, 그 규모나 기암괴석들의 디테일한 표현이 주는 웅장함이 정말 대단했다. 여기 안왔으면 정말 후회할 뻔... 

 

 

내 앞에 펼쳐진 기암괴석의 협곡

한참을 밑으로 내려가서 시작점에서 내려다 본 협곡 트래킹 코스. 시작부터 두근두근하다. 이곳을 걷고 있으니 정말 다른 행성이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트래킹 코스는 왕복으로 1~2시간 정도 코스가 될 것이라 했는데, 차에만 있어서 몸이 좀쑤시던 찰나에 잘 됐다 싶었다. 내가 이곳에 방문한 것은 9~10월, 한국으로 치면 가을이 한창일 날씨였는데, 이곳은 아직 가을이라기에는 좀 건조하고 텁텁한? 이상한 여름에 가까웠다.

 

 

원거리 부탁해용

원거리에서 촬영을 좋아해서 카메라는 타냐에게 주고 나는 열심히 바위 위로 뛰어 올라갔다. 상대적으로 내가 작다보니 다른 것들의 크기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 대충 가늠이 된다. 옆에는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것만 같은 기암괴석들이 너도나도 자아를 뽐내고 있었다. 

 

 

챠른 캐니언과 함께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었던 사진. 타냐가 가이드로서 정말 잘 해줬던 게 2:1비율로 아주 정확하게 타게팅을 해서 사진을 정말 내 마음에 쏙 들게 찍어줬다는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전통 주거형태인 유르트(Yurt)

트래킹 코스의 막바지 즈음에는 이렇게 숙박도 할 수 있는 에코파크 형태의 area가 있었다. 이것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동가능한 주거형태인 '유르트(Yurt)'인데, 유르트의 build-up에 관한 이야기가 좀 재미있다. 남성과 여성 모두가 함께 각자의 역할을 십분 발휘한다는 측면에서 가족단위의 건설적인 협력을 필요로 한다는게 참 멋있었다. 단순히 한국에서 현대사회의 집이라 함은 집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건설사에게 노동의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를 한다는 개념 뿐이었는데, 이러한 '거주지'의 정의가 나에겐 정말 따뜻하고 멋지게 다가왔던 것 같다. 

 

원형의 나무 틀 위에 펠트를 씌우고 밧줄로 동여매는 형태로서 쉽게 조립하고 단시간 내에 해체할 수 있다. 유르트 제작에 관한 지식의 담지자는 유르트를 만들고 실내를 장식하는 남성과 여성 모두이다. 유르트는 재사용이 가능한 천연의 재료로 만든다. 남성과 초보 제작자들은 손으로 나무틀을 세우며, 부분적으로 목재·가죽·뼈·금속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여성은 전통적인 동물 또는 식물, 기하 형태의 패턴으로 장식한 실내 장식용과 외부를 감쌀 덮개를 만든다. 덮개는 경험이 많은 여성 장인의 감독 하에 공동체 단위로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과정에는 직물 짜기, 실잣기, 꼬기, 펠트 만들기, 수놓기, 바느질 등 전통적인 수공예 기법이 총동원된다. 유르트를 완성하기까지 공동체 전체의 참여가 필요하므로 인간의 공유 가치, 건설적인 협력 관계 및 창조적인 상상력이 요구된다. 전통적으로 관련 지식과 기술은 가족 내에서 스승으로부터 문하생에게로 전승된다. 거의 모든 잔치, 의식, 출산, 결혼, 장례식 등의 행사가 모두 유르트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런 만큼 유르트는 오늘날까지 가족, 전통적 환대를 상징하는 표식으로서 여겨지며,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의 정체성의 근간을 이룬다.

 

 

숙소로 가는 길~

1시간 30여분 정도의 트래킹을 무사히 마치고(어렵거나 위험할 만 한 것도 없었다) 그 다음 숙소로 가는 길. 여행지를 고작 두 군데만 다녔을 뿐인데, 온 몸이 눅눅~하다. 땅이 원체 넓어 이동하는 거리 자체가 긴 것도 있으나, 도로가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하기에 차량 이동 자체가 피곤한 탓인가보다. 

 

 

오늘은 꼭 문 닫고 자야지

오늘 도착한 숙소는 그래도 꽤 많은 여행자들이 같이 묵는 형식의 숙소였는데, 신기하게도 저녁식사도 다같이 먹을 수 있게끔 세팅을 해줬다. 뉴질랜드에서 백패커 생활을 하며 다져진 불편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오늘은 꽤 고단했나보다. 홍콩과 호주에서 온 친구들과 오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다가 방에 먼저 들어가겠다 하고 침대에 누웠다. 

 

 

별 헤는 밤~

오늘은 방 창문을 꼭 닫고 자야지 하는 마음으로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는데, 머리맡으로 잠깐의 빛이 들이쳤다. 기대했던 것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룹을 이루어 밤하늘에 흩어져 있는 별볓이 눈에 들어왔는데, 꽤 오랜시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별을 보고 있으니 아무것도 안 보일 것 같았던 어두운 밤하늘이 밝아보이고 풀벌레 소리들이 들리고, 살랑이는 바람도 느껴졌다. 좋은 생각과 기운을 가지고 잠에 드니 이 또한 행복이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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