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킹 1일 차 어젯밤 해리가 소개시켜 준 렌탈샵에서 침낭을 빌렸다. 없는 거 빼고 다 빌릴 수 있었는데, 애초에 트래킹을 위한 여행을 계획했기에 옷이나 신발 등등은 챙겨왔다. 침낭을 빌리는 건 처음이었다. 뉴질랜드에서 여행을 할 적에도 침낭을 대신 했던 건 내 옷가지들이었는데 산 위에서의 추위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빌리기로 했다. 보온의 정도에 따라 침낭의 가격이 달랐다.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했던 나이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추위는 두려웠는지 제법 두껍고 튼튼한 침낭을 빌렸다. 아침 일찍부터 레몬생강차를 대접받았다. 차 한잔에 감동받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나는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는데, 해리와 해리의 아내는 먼저 일어나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제 해리에게 부탁한 입산허가서와 TIM..
포카라 걷기(자전거도!) 벌써 지친건가. 어제까지 부어있던 다리가 가라 앉지 않고 통증이 계속되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걸으면서 포카라가 어떤 곳인지 속속들이 파헤치고 싶었는데 좀 걱정이 되었다. 포카라에 대한 편견이 그대로 자리 잡을까 두렵기도 했고 당장 내일부터 트래킹인데 몸을 풀어두지 않으면 다리가 고장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급한대로 혼자서 다리를 주물럭 거리며 마사지를 하고 아침 일찍부터 레몬생강차를 챙겨 마시고 붓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숙소에서 쉬었다. 아, 포카라 첫날 묵었던 숙소는 와이파이가 화가 날 정도로 터지지 않아 무척 답답했는데 그 때문에 초입보다 안쪽에 있는 숙소로 옮겼다. 무심코 찾아서 들어간 숙소였는데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숙소중 하나인 '아보카도'였다. 여긴 한..
드디어 포카라로 인터넷에서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으며 버스 티켓을 끊는 창구를 찾아냈다. 버스의 등급에 따라(이를테면 일반과 우등의 구분처럼 더 안락하거나 와이파이가 되는 것 등등) 가격이 달랐는데, 나는 가장 저렴한 500NRP짜리 버스를 선택했다. 이때까지만해도 인도에서 경험했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버스'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7시간이라는 장거리 구간을 단돈 500루피에 해결하다보니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먼지의 도시(?) 카트만두에서 벗어나 드디어 포카라로 간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던 것 같다. 드디어 여행자들의 천국, 그리고 배낭여행자의 3대 블랙홀 중 하나인 포카라로 간다. 준비할 틈도 없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게 정말 여섯시가 맞나 싶을 정도이다..
불교의 향기를 느끼다 유럽에서의 여행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봐야한다는 강박관념?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네팔 여행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긴 일정에 적게 보자'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꽤 어려웠다. 여전히 '여행은 바빠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새벽에는 알 수 없는 조바심에 눈을 뜨고 분주한 사람들의 틈에 섞여 돌아다녀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스스로와의 계획과 다짐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느린 아침을 먹고 억지로 게으름을 피웠다. 나와는 안 어울리고 성에 차지 않았지만 서서히 적응해가고 있다. 어제는 파슈파티나트만 봤고, 오늘은 보다나트만 볼 생각이다. 매일 아침 먹는 건 잊지 않았다. 사실, 아침 먹는 게 가장 중요했다. ..
이곳을 결정한 건 바라나시 때문이었다. 많은 여행지 중에서도 이곳을 선택한 건 바라나시가 생각나서였다. 바라나시에는 온종일 운반되어 온 시체를 태우는 화장터가 있는데, 화장을 하기 위한 의식을 행하고 시체를 태우는 장면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한국에서조차 화장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인도에 다녀온 이후로 잠시동안 윤회(輪廻)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는데, 시체를 태우는 것으로 하여금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했던 적이 있다. 갠지스강의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는 파슈파티나트를 선택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더 보고 더 느끼고 싶었다. 이른 아침부터 출발하지는 않았다. 다소 늦은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한 나는 쓸데없이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걷는 걸 선택했다. 유난히 걷는 걸 좋아하는 나이지..
Real Cashmere를 원한다면? - 마하구띠는 라짐팟 Rd에 위치해 있다 - 택시타고 가면 80~100루피 정도에 흥정 가능(택시기사가 모르는 경우도 있음) - 스카프, 숄, 스웨터, 식기 등 다수의 제품 - 정찰제, 가격 흥정 불가능 - 스카프의 경우 NRP 2000 ~ 진짜를 원해서 수소문 끝에 찾아갔다. 어느 특정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에 관심이 많아 네팔에서는 과연 무엇을 사야할까 고민을 했다. 지인으로부터 '캐시미어를 사는 것이 좋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런 최상급의 고급원단을 학생인 내가 구입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산지이기 때문에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는 대답을 들었다. 덕분에 어디를 가던 구입했던 엽서와 함께 내가 챙겨올 수 있었던 유일한 기념품..
불교의 향기를 느끼다 어제의 아주 짙은 먼지가 싫었는지 밖에 나서기가 두려웠다. 목은 칼칼하고(마치 감기가 걸린 사람처럼) 코는 훌쩍거리고 목은 부었는지 약간의 통증까지 있었다. 카트만두는 도저히 살 곳이 못된다고 어찌나 투덜거렸는지. 도착한 날과 어제, 딱 이틀 걸었을 뿐인데 나름 면역이 좋다고 자부하는 나의 몸을 이렇게까지 만든 도시의 흙먼지가 싫었다. 해가 창을 통해 쨍쨍소리를 내며 들어오고 나서야 어제 입었던 바지를 바라보았는데, 곤색 바지가 색이 바래진 것처럼 뿌옇게 변해 있었다. 곧장 밖으로 나가서 바지를 털어냈는데, 한국에 있었으면 삼년은 묵어야 나올법한 먼지들(모래폭풍인 줄)이 떨어졌다. 아무리 돈없고 가난한 여행이라 할지라도 이정도의 먼지는 싫어 바지를 신나게 두들겨 팼다. 무슨 소화기인..
네팔의 심장을 걷다. 이른 저녁식사를 한 나는 숙소에 들어와서 이제껏 찍은 사진들을 정리할 참이었다. 불행하게도 네팔의 첫 숙소는 와이파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집에 연락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네팔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 'EVEREST'를 맛보고 곧장 잠들어 버렸다. 좀 오래 자고 싶었다. 다섯시 쯤이었나?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둔 탓에 차가운 공기가 머리맡에 내려앉아 나를 귀찮게 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새벽부터 시끄럽게 울어대는 떼까마귀들 때문인지 몰라도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고, 때문에 오전 5시나 6시가 결코 이른 시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오늘 새 옷을 꺼내서 돌아다닐까 하다가 어제처럼 먼지를 뒤집어 쓰게 될까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