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린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렸다." 지루한 사만다 공식 블로그 유럽을 여행하며 많은 작품을 보아 왔지만 가슴으로 동감하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은 적었다. 나는 그들과 같은 시대에 살지 않았고, 역사적인 이야기들 또한 글로써 전해지는 것들이기 때문에 크게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은 없었다. 모두가 칭송하는 다빈치의 작품이나 고흐의 작품을 보고서도 그저 그렇다 혹은 아직은 잘 이해할 수가 없다 식의 반응 뿐이었다. 물론 내가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어쩌면 걸작이라 함은 모두가 처음 보고도 놀랍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이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첫째로 그 작품의 규모가 굉장했고, 둘째로 익살스럽게 표현된 그림에서 억압받고 있는 시대적인 상황이나 작품을 통해..
'코를 제외한 나의 모든 감각을 자극했던 영화' 엠마스톤이 여주인공(그웬 스테이시 역)으로 나오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결말 장면을 보던 나의 대사가 생각이 난다. "죽지마... 제발...아... 안돼ㅠㅠ" SF영화에서 그토록 내 감정을 싣고 결말의 혹독함에 못이겨 한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엠마스톤이 날 그렇게 만들었다.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야 엠마 스톤이 여주인공인 걸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행복이 넘치는 미소와 반짝이는 금발, 그리고 여자치곤 약간 저음에 속하는 목소리이다. 영화 킬 빌에서 빌이 금발에 미쳐있었던 이유도 어느 정도 납득은 간다. 하얀 피부라서 그런지 금발이 유난히 돋보인다. 거기에 녹색 홍채라니.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다. 어메이징 ..
'눈이 번쩍 뜨이는 프랑스 가정식의 담박함을 느낄 수 있는 곳' 루블랑 홈페이지 바로가기 루블랑 가는길 주말 저녁을 맞아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프랑스 가정식을 한다는 곳을 찾았다. 길을 나름 잘 찾는다고 자부해왔는데, 찾기가 좀 힘든 곳에 있다. 홍대에 놀러간 것도 오랜만이거니와 파리에 놀러갔을 적 너무나 맛있게 먹었던 스테이크 타르타르(Steak tartare)와 같은 맛을 기대해서였다.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내부가 인상적이다. 많은 종류의 프랑스 음식은 무언가 고르기 두렵고 격식을 차려야만 할 것 같아서 망설여 지는데, 분위기가 생각만큼 무겁지 않아서 부담스럽지는 않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의 간격도 꽤 있기 때문에 시끄럽지 않다는 게 나에게는 최고의 장점이었다. 조용하다. 식당 내부는 어두운 조..
새로운 도전 어찌나 깊은 잠을 잤는지 머리맡이 차가워지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트래킹을 하며 며칠 내내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깨곤 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알람소리를 듣고서야 잠기운을 씻어낼 수 있었다. 어제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트래커들과 따뜻한 난로 앞에 모여앉아 즐거운 아침 식사를 하고 마차푸차레(Machapuchare)가 보이는 벤치에 걸터앉아 아침 일출을 지켜보았다. 따다빠니(Tadapani)에서 내려다보는 일출은 무엇보다도 운해(雲海)가 인상적이었는데, 쌓인 피로가 싹 가실만큼 멋지더라. 이것을 배경으로 안나푸르나에서의 의미있는 첫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것은 바로! 나의 일정을 파괴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나의 원래 일정은 이랬다. 따다빠니(Tadapani)에서 데우랄리(Deurali), 고레..
다시 시작하기 어제 도반(Dobhan, Dovan)의 숙소에 도착한 이후로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숙소의 침대 한 켠에 누워 한참을 그대로 누워있다가 밖을 나와보니 구름이 잔뜩 껴 있었는데, 숙소의 주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고산의 공기에 익숙해져 나름대로 빗소리가 주는 여유로운 리듬도 감상할 수 있었고 정상을 정복해 냈기에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았다. 다만 이때부터 무릎이 좀쑤시긴 했지만 이 날은 버틸만 했다. 하룻밤 자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숙소 앞에 있었던 수국은 아침부터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3,000m가 넘어가면서 메말라버린 산의 모습에 조금은 실망했었는데, 산중의 온도가 조금씩 미지근해지고 마침내 꽃을 볼 수 있는 숙소에 왔던..
드디어 그곳에 닿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었던 순간을 지금 말하려 한다. 고등학교 시절 한라산 등반에 실패한 이후로 수 년 동안 계획했던 안나푸르나 트래킹의 가장 절정이었던 순간은 바로 오늘이었다. 아직 밟아보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 땅을 머릿속에 그리며 가슴이 뛰고, 사진속의 장면들을 미래의 청사진으로 삼아 끊임없이 달려왔다. 내가 그 곳에 닿았을 때 이 순간을 얼마나 고대했는지, 이 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생각하니 머리의 뒤끝에서부터 시작되는 전율이 멈추지를 않았다. 그 당시에는 '보인다'였던 것들이 '보았다'로 바뀌면서 기억의 뒤편으로 밀리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아직은 그 생생한 기억들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너무 많이 잤나?" 그래, 너무 많이 잤다. 어제 오..
신선들의 놀이터에 들어서다 시누와(Sinuwa)의 아침은 좀 쌀쌀했다. 와이파이와 전기 사용료가 별도인 것을 밤새도록 투덜대다가 새벽 5시 쯤에 눈을 떴다. 늘 그랬듯이 아침에는 팬 케이크 두 장과 레몬생강차로 하루를 시작했다. 트래킹을 하는 내내 꿀을 발라 먹는 팬 케이크와 레몬생강차에 유난히 집착했는데 입맛에 문제가 생겼나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신선하고 맛이 좋았다.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는 한국에 있을 때에는 늘 늦게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는데 아침에 마시는 차(茶)의 따뜻함을 잘 몰랐다. 뉴질랜드에서 홈스테이를 할 적에 브루스가 아침마다 홍차를 데워주곤 했는데 그 때부터 아침 차를 마시기 시작한 것 같다. 특히 오늘같이 쌀쌀한 날씨, 그리고 겨울에 마시는 아침 차 한 잔이 제일인 것 같다. 다이닝 ..
설산은 아침에 보아야 제 맛 꿈속에서 신라면을 먹다가 잠이 깨버렸다. 어제 저녁 라면을 먹을까 하다가 꾹 참았는데, 꿈에 나온 거다. 오늘만큼은 눈 덮힌 산을 보며 라면을 꼭 먹겠다고 아침부터 다짐했다. 가장 이른 아침에 일어난 나는 팬케익과 레몬생강차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유난히 한국사람을 좋아한다며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던 주인장 누나(?). 어제 나를 호객했던 사람인데 생각보다 호의적이고 친절해서 편했다. 영어는 서툴렀지만 음식이 맛있어서 오랫동안 있고 싶었던 곳이다. 누군가 설산은 아침에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이 참이다. 때는 이른 아침이었지만 퇴근하시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마중을 나갔다. 태양이 서서히 빛을 더하고 산 꼭대기가 반짝이면서 아래를 밝게 비추었다. 안나푸르나 트래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