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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루이스 다리에서

점심을 거하게 해결한 우리는 와이너리 투어를 위해 도우 강 건너편으로 향했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동루이스 다리를 건너야 했고, 도우강이 흐르는 모습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도보다리를 이용했다. 조금 무서워서 카메라를 꺼낼 엄두를 못냈어서 유감스럽게도 사진이 없다... ㅎㅎ;; 동 루이스 다리의 아랫부분은 도보와 차량이 이동하는 곳이고, 상단부는 트램과 도보가 같이 있는 다리로 구성이 되어있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아래의 통행로가 보수공사중이라 보행자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통로 밖에 없었다. 

 

 

꺄르르(실제로는 웃기지 않음)

다리를 건너고 안도하는 이여사. 사실 이 때 즈음에 너무 많이 걸어서 지친것도 있었고, 포르투 공항에 도착한 짐을 언제 찾으러가야 하나 초조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날씨가 슬슬 더워지면서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둘 다 땀 범벅이 되었었다. 

 

 

그래도 포르투의 순간 순간을 담아내는 나

그래도 포르투의 한 순간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던 나. 그걸 찍는 이여사. 건너 편에 히베이라 광장과 도우강을 끼고 주욱 늘어서 있는 공간을 가득 메운 식당가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게 보였다. 그리고 종종 보이는 유람선에 Say hello를 해 준다. 한국이 아니라 타지에서만 할 수 있는 이방인의 사교성이라고 해야되려나 ... ㅎㅎ

 

 

도우강에 정박해 있던 오크통을 담은 배들

포트와인은 포르투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건너편에 와서야 보이기 시작한 오크통들은 정말 작업을 수행하는 배인지, 아니면 각각의 와이너리를 홍보하기 위한 광고용인것인지 모르겠으나, 그곳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이 배들이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와이너리 투어를 하면서 대충은 배울 수 있었다. 

 

 

한국인은 다 알법한 샌드맨!

KOPKE, SANDEMAN, GRAHAM 등 포트와인을 잘 모르는 나도 한 번 쯤은 들어보고 마셔봤을 법 한 와이너리들이 신시가지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이 곳 신 시가지의 이름은 빌라 노바 데 가이아(Vila Nova de Gaia)인데, 직역을 하면 가이아의 새로운 마을 정도 되겠다. 창조의 어머니 신으로 통칭되는 '가이아(Gaia)'를 따서 이름을 지은 것을 보면, 기존의 보르도 와인과는 다른 새로운 와인의 종류인 '포트와인'을 생산하는 새로운 대지라는 의미로 지은 것이 아닐까 감히 추론해본다. 

신시가지를 주욱 걷고 있으면 대낮부터 햇빛을 벗 삼아 와인을 마시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옆을 지나가며 알게 모르게 은은히 퍼지는 포트와인의 향을 느끼는 호사를 누렸다. 

 

 

이여사~ 클라이밍 아니야~

테일러 와이너리는 다른 와이너리와 다르게 언덕 위를 조금 올라가야 했다.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올라 뜨거운 햇빛이 내 몸을 태워버릴 만큼 더워지기 시작할 때 비로소 테일러 와이너리의 입구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이런 곳에 위치하면 와인이 맛이 없을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테일러 와이너리의 투어는 별도의 예약도 필요 없었거니와, 역사도 가장 오래되어(400여 년)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덩굴로 그늘진 입구가 인상적

덩굴로 그늘진 입구가 지친 여행자의 숨을 고르게 했다. 언덕길을 오르느라 열심히 헐떡였던 덕분에 목이 마르고 몸은 단 것을 원하고 있었다. 포트와인의 달콤한 향기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 같았다. 

 

 

엄청난 크기의 오크통

정해진 시간을 갖고 투어를 진행하는 타 와이너리와는 달리, 테일러 와이너리는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여 셀프 투어를 하게끔 하는 프로그램인데, 오늘 시간에 쫓기고 있는 우리에게 아주 적합한 투어였다. 와이너리의 역사나 만들어지는 과정 등이 궁금했어서 그 부분은 좀 열심히 듣고, 스킵할 부분은 스킵할 수 있는게 최고 장점이었다. 

 

 

저 부르셨어요?

인근의 포도 산지에서 공수한 포도를 와인으로 만들기위해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당분이 남아있는 발효 중간단계에 브랜디를 첨가하여 발효를 중단시키고, 이에 따라 도수와 당도가 높고 오래 보관 가능한 와인이 바로 포트와인이다. 역사와 제조과정을 보다보니, 아까 도우 강에서 봤던 배들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게 됐다. (양조와 숙성하는 장소로의 이동 역할)

 

 

킁킁

투어의 중간중간에 직접 시향하는 오크통도 있다. 공기를 불어넣는 펌핑을 하면 견과, 베리류 향이 은은하게 퍼져왔다. 무슨 향인지 맞추기를 했는데, 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다 틀렸다. 하나는 맞출 줄 알았는데... 

 

 

시음하는 곳으로 이동!

대망의 시음장소! 마실 것을 강하게 원하고 있던 우리에게 시음장소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정원에서 강한 햇살을 받으며 마시면 대낮부터 벌겋게 달아오를 것 같아서 실내에서 시음을 하기로 했다. 게다가, 이 곳 집주인인지 모르겠는 공작님께서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안주를 달라고 머리를 흔들고 계셔서...

 

 

타우니, 화이트가 고루 나왔던 시음 와인

한 명당 20유로에 투어와 시음까지 있는거면 엄청 대단한 혜택이 아니야? 하면서 무뎌진 금전감각을 뽐내는 도중에 서빙된 와인들. 칩 드라이(White)와 LBV(Late Bottle Vintage, Red) 각각 한 잔 씩 주는데, 무더운 날씨를 견뎌온 우리의 갈증을 해소해주기에 충분했다. 포트와인은 보통 주정강화 와인이기 때문에 도수가 일반와인에 비해 굉장히 높은편인데 (20%~) 단 맛 덕분인지, 이미 술에 절여진건지 몰라도 엄청 맛있게 느껴졌다... ㅎㅎ 

 

 

기념품샵에서 만난 혜자가격의 타우니 포트 와인들

시음을 마친 후 기념품 샵에서 만난 혜자 가격의 타우니 포트 와인들. 타우니 포트는 블렌디드라고 보면 되는데, 한국에서 만나는 가격들하고 천지차이가 나는 가격이라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정말 이걸 집어도 되고 저걸 집어도 되겠다 싶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20살 청년 와인을 선택했다. 내내 못마시다가, 여행의 가장 마지막인 바르셀로나에서 마셨던 것 같다. 아주 끝내줬는데, 30~40살 친구들을 사지 못한 걸 정말 후회했다지...

 

 

내려가는 길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내려가는 길은 언제나 시원하다. 일정이 바빴지만, 아픈 다리도 쉬게 해주고 시원한 바람도 종종 맞으며 내려갔다. 

 

 

노숙자 아님

갑작스레 바뀐 공간.

우리는 스냅촬영을 하기 전, 무조건 캐리어를 찾아야 했다. 필수품을 제외한 모든 물건들이 캐리어 안에 있었고, 우리가 신혼여행을 위해 준비한 갖가지 옷들도 모두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짐이 공항에 도착했다는 메일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스냅촬영이 6시였는데, 그 시간에 맞춰야 했다. 공항 직원에게 이야길 하고, 신분확인을 한 뒤 보안 구역으로 들어갈 기회가 주어졌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무슨 이유로 나현이가 그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뭔가 국경을 두고 생이별 한 느낌 ㅠㅠ

 

 

이여사 님 환영해요

혼자 캐리어를 두 개를 끙끙대며 끌고 입국 Gate를 나오는 이여사를 위해 힘내라고 준비한 이벤트. 뭔가 여행사 직원같다...이여사는 이 장면이 좀 웃겼다고 한다. 우리는 드디어 캐리어를 찾고 정상적인(?)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짐을 찾았을 때 즈음은 5시였는데, 스냅촬영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얼른 갑시다 

 

 

스냅#1, Photographed by 레츠스냅

원래 약속한 시간은 오후 6시 포르투 대성당 앞이었다. 하지만 가까스로 6시에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옷 갈아입는 시간 때문에 촬영 작가님께 양해를 구하고 10분 늦게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작가님 소개, 그리고 촬영 스팟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시작된 촬영. 이런 촬영이야 스튜디오 촬영때 해봤어서 괜찮겠거니 했으나, 포르투 대성당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던 게 조금 민망했다. 복장만봐도 뭔가 웨딩 촬영같고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Good/Handsome/Pretty 등 여러가지 수식어를 전달했다. 

 

 

스냅#2, Photographed by 레츠스냅

대성당 앞 난간에 걸터앉고 찍는 장면이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라서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카메라로 우리를 연신 찍고 있었는데, 작가님과 같이 온 보조작가인가 싶어서 물어봤더니 모르는 사람이랜다... ㅋㅋ 중국사람인 것 같았는데 좀 어처구니가 없었음. 중국 어딘가에서 우리 사진이 쓰이고 있을지도 -_-

 

 

스냅#3, Photographed by 레츠스냅

장소를 옮겨 히베이라 광장으로 가는 골목길에서 한 컷. 개인적으로 녹색을 좋아하는지라 이런 느낌의 사진 정말 좋았는데, 누가 이 사진보고 천호동 골목 아니냐고..... 

 

 

도우강의 노을을 바라보며

열심히 사진을 찍다보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모로 정원에서 일몰을 보는 일정도 가장 첫째날에 있었는데,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근데 왠걸~ 이제 모로정원 쪽으로 이동을 한댄다. 

 

 

스냅#4, Photographed by 레츠스냅

모로정원에서 한 컷. 많은 연인들이 도우강과 일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앞에 진짜 수많은 사람들이 일몰을 보고 있는데 이러고 있는거 진짜 진짜 민망했다... ㅋㅋ 진짜 수백명은 있었던 듯. 어떤 사람은 박수도 쳐준다. 

 

 

스냅#5, Photographed by 레츠스냅

이제 모로 정원의 언덕쪽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한 컷.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만 20번은 한 듯. 이 사진도 마음에 드는 게 뭔가 자연스러워 보여서 좋다. 여기서 대마초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어서 그런지 대마 냄새가 좀 났었다... 

 

 

스냅#6, Photographed by 레츠스냅

자리를 옮겨서 좀 덜 민망한 곳으로... ㅎㅎ 동 루이스 다리를 배경으로 한 사진 한 컷. 밤이 가까워지면서 야간 사진촬영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움직임이 적어야만 했다. 저 자세로 10초 정도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ㅋㅋ 바로 뒤에는 절벽이라서 좀 무서웠...

 

 

스냅#7, Photographed by 레츠스냅

도우강을 등지고 한 컷. 도로의 바로 옆 도보에서 촬영했는데, 차가 지나갈 때마다 멈춰야 했었다. 배경이다 했다~ 작가님이 저 멀리 언덕쪽에서 촬영을 했는데 자세 좋아요 표정 좋아요 계속 우쭈쭈 해주신다. 우린 그 말을 듣고 신나서 또 웃는중

 

 

스냅#8, Photographed by 레츠스냅

이번에는 같은 장소에서 동 루이스 다리를 등지고 한 컷. 배경 좋아요~

 

 

스냅#9, Photographed by 레츠스냅

이번엔 신시가지의 강변가에서 한 컷. 이 곳이 촬영의 마지막 장소였다. 고생해주신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는 것과 동시에 오늘의 모든 일정 종료. 

 

 

촬영이 끝나고 이여사와 함께

다리가 욱신욱신거리고 종아리가 땡땡해져서 오늘 몇 걸음 걸었나 확인해보니 무려 3만보 ... 세상에 이렇게 긴 하루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하루를 꽉 채워서 보낸 우리는 비로소 긴장이 풀리고 배가고파져서 늦은 저녁을 먹기로 했다. 

 

 

늦은 저녁을 함께 했던 Postigo do Carvão

늦은 저녁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찾은 Postigo do Carvão. 둘 다 힘이 없어서 그냥 대충 돌아다니다가 들어갔는데, 구글 평점도 좋고 음식도 괜찮았던 곳이다. 우리 테이블을 담당했던 여자 서버분이 정말 인상깊었는데, 포스가 얼마나 쩔던지 영어도 유창하고 엄청 유쾌했다. 우리가 배고파 죽겠다고 하니까 해물밥 이거 양 엄청많다. 2명이서 먹을만한 양이다라고 추천해 줘서 많아봤자 얼마나 많겠어 하고 주문했다. 주문하고나서 거의 30~40분이 되도록 안나오길래 도대체 우리 음식 언제나오나 다 죽어가는 병든 닭처럼 눈을 꿈뻑이며 기다리고 있으니 눈치빠른 그 서버가 우릴 발견하더니 체크해보겠다고 하고선 곧 나오겠다고 하며 안심을 시켜주었다... ㅋㅋ 근데 문제는...

 

 

이거 2인분 맞아요? 8인분 같은데요

내가 먹성이 원체 좋아서 웬만하면 남김없이 먹겠는데, 군대에서 20인분 밥은 거뜬히 해낼 것 같은 거대 양철 냄비에 해물밥을 한가득 담아서 주었다. 우리가 잘못시켰나하고 확인까지 했는데, 제대로 시킨거 맞댄다. 배고프고 다리아프고 힘들어서 진짜 빨리 먹어치우고 싶었는데, 받자마자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부터 나왔다는... 포르투 인심 뭔데... 2인분 시켰는데 8인분 주는 인심 뭔데...

 

 

숟가락은 비대증에 걸렸는지 엄청나게 거대했다

저 어쩔줄 모르는 손.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해물밥을 시킨 테이블이 딱 한 테이블 있었는데, 거기는 4명이서 겨우 먹더라...진짜 만든사람의 정성을 생각해서 음식을 거의 안남기는 내가 정말 미안하게도 음식을 남기고 말았다. 근데 그 여자 서버가 우리보고 대단하데...꽤 많이 먹었다면서... 

 

저녁에 술을 한 잔 할까도 했는데,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숙소에 들어와서 뻗어버렸다. 고작 둘째날인데 체력은 절반을 갖다 쓴 느낌이랄까. 아직도 도시가 다섯 개나 남았는데 얼른 회복하고 내일 일정을 준비해야지! 내일은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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