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아침피로(?)를 씻어내기 위해 공용탕을 찾았다. 공용탕도 나름 옥빛을 내는 온천수 덕분에 몸이 말끔히 씻긴 듯 했다. 노보리베츠의 온천수는 씻고나면 약간 미끌미끌한 촉감이 있어 신기했는데, 일본사람들은 온천수의 기운을 유지하기 위해 탕에서 나온 후로는 따로 비누칠을 안한다고 했다... ㅎㅎ 거한 아침식사를 맞이했다. 다른 일본의 료칸과 다르지 않게 한상차림으로 푸짐하게 나왔고, 배가 고문을 당할때까지 밀어넣느라 힘이 들 정도였다. 노보리베츠에서는 더 이상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 없기 때문에 아침일찍 숙소를 나섰다. 숙소 바로 앞쪽에 위치해 있던 차고지 쪽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역으로 가기 위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삿포로 행 기차를 타기 위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어느 플랫폼으로..
어제와 마찬가지로 산뜻하고 신선한 해산물로 시작한 우리는 오전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어제 한밤의 모토마치거리가 너무 아쉬웠던 우리는 트램을 타지 않고 산책 겸 슬금슬금 걸어갔다. 날씨가 워낙 많이 풀려서 눈이 차츰 녹기시작했는데, 마지막날 그러니까 뭔가 좀 아쉽기도 하고..ㅎㅎ 눈이 펑펑 내리면 또 어땠을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봤다. 아카렌가 창고쪽은 사람이 거의 없고 한산했는데, 어제의 복작복작한 느낌보다는 한산한 느낌이 훨씬 더 잘 어울렸다. 우리의 유난스러움이 고요함을 깨고 있었지만 정적의 한가운데에서 떠드는 기분이 오묘했다. 오전에는 거리 앞쪽의 바다가 정말 잘 보였다. 영화의 중반부에도 이런 거리의 모습이 정말 멋있게 나왔는데 실제로 봐도 정말 아름다웠다. 가끔씩 언덕의 가장 높은곳에..
방 안으로 햇빛이 쏟아졌다. 오늘은 교통패스를 끊고 하루종일 돌아다녀야 할 만큼 일정이 꽉꽉 차 있는 하루였고, 오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호텔 내에는 별도의 식당이 없고, 주변에 제휴된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사권을 제공해주는 형태였다. 멀리갈 필요 없이 우리는 바로 앞에 위치한 작은 식당에 들어갔고, 가이센동이 포함된 아침 정식과 미소라멘을 주문했다. 가이센동은 해산물을 뜻하는 '가이센'과 덮밥을 의미하는 '동'의 합성어이다(부타동, 가츠동처럼). 말 그대로 해산물을 주 재료로 한 일본식 덮밥인데, 아무래도 신선한 해산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고 재료도 너무나 신선했다. 해산물이 주요 식단이 아닌 우리에게 정말 낯선 향들과 재료들이었지만, 정말 '신선함'..
삿포로 역에서 하코다테로 향하는 길. 눈과 바다가 한 장면에 보이는 신기함이 오늘도 이어졌다. 날씨는 푸르다 못해 치명적이기까지 했다. 바닷가를 쭉 타고 이어지는 해안 철길이 여행의 노곤함을 그대로 씻어주었다. 여행의 딱 중간이 되는 날인데, 피곤함은 없고 아직도 설렘 한가득을 안고 가본다. 추추추추~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와 해안가를 끊임없이 어슬렁대는 파도들을 보며 수 시간을 달렸다. 하코다테는 홋카이도 남서쪽에 있는 항구도시로, 삿포로 공항에서 비행기로 쉽게 갈 수도 있고, 이렇게 우리처럼 바닷가를 달리는 낭만을 선택할 수도 있다. 시가지가 바다에 튀어나온 열쇠형의 지형을 하고 있어서 위에서 내려다 본 도시의 전망이 참 멋있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코다테 역에 도착. 여름의 복잡함과 가을의 적..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얼마 안 가 도착한 탁신관. 이곳은 미술관과 자작나무 숲이 잘 어우러져 있는 인기 명소이다. 탁신관의 미술관 안에는 비에이 지역의 다양한 사계의 모습들을 담은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했다. 신발을 벗어야해서 귀차니즘을 이겨내지 못하고 패싱. 이곳에 와서 놀랬던 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눈이 쌓일 수 있구나 했던 것...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압도적인 눈 때문에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중간중간 바람 때문에 땅으로 떨어지는 눈더미들이 있었는데, 안피하고 그대로 맞으면 좀 아플 것 같았다.. 많은 눈과 추운 날씨의 콜라보 = 눈이 나무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사실 이곳이 진짜 유명한 이유는 자작나무가 많아서 사진을 찍기 너무 좋다는 것. 나무가 길쭉길쭉해서 그런..
어제까지만해도 눈이 다 녹고 없었는데, 아침은 다시 하얀 빛으로 변해 있었다. 오늘 비에이와 후라노 가이드 투어가 예약되어 있었는데, 오늘의 이 여행을 위한 환상적인 날씨가 아닐 수 없었다. 역시나 자유여행과는 다르게 정해진 장소와 시간이 있었다. 마침 어제 오타루로 가는길에 잠시 지나쳤던 장소였고, 그곳은 삿포로 TV타워 앞이었다. 버스가 두 대 정차되어 있고 그 앞으로 가이드로 보이는 남자분이 명단이 적힌 종이를 들고 체크를 하고 있었다. 버스가 구분되어 운영되고 있었는지, '이 버스를 타셔야 됩니다'라고 분명하게 안내를 해주던 정일도 가이드 님. 오랜시간 배낭여행을 해오던 나는 가이드투어가 정말 익숙하지 않았다. 낯간지러운 가이드의 자기소개부터 조용하고 싶은 순간에 시끄러운 안내멘트들을 계속..
사실, 여행을 하면서 유명한 여행지는 대부분 예쁜 곳이고(왜 잘생겼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걸까?), 그런 곳은 대부분 커플들이 우리 예쁜 사랑하고 있어요 우리 이만큼이나 로맨틱해요를 보여주기위한 사진을 찍는 장소였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할 적이면 그래도 필수코스이니 만큼 눈도장은 찍고 가야지 하는 마음에 괜히 들렀다가 사진기사가 되서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 다반사였다. 같이 여행을 하면 가장 좋은 점은, 이런 걱정은 이제 더 이상 안해도 된다는 것이다. 좀 낯간지러워도 되고, 서로 사진을 찍어준다고해서 민망할 일은 전혀 없었다. 한겨울의 오타루가 그런 곳이었다. 오타루는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영화의 제목에서 주는 첫 느낌부터가 사랑이 가득하고, 금방이라도 따뜻함으로 온 세상이 물들..
여행의 텀이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겠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 이제 막 3개월이 지났는데,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홋카이도 지방 여행을 계획했다. 이여사는 신행에서 복귀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여행을 가느냐고 잠시 머뭇했으나, 삿포로는 이게 있고~ 오타루는 저게 예쁘고~ 하코다테는 저게 있고~ 비에이랑 후라노는 진짜 예쁠거야 라는 나의 착한 속삭임(?) 때문에 못이기는 척 비행기 예약에 동의했다.(동의를 당했다라는 표현이 맞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약 일주일을 계획해서 다녀온 홋카이도 지방의 여행은 매우 훌륭했다. 여행의 완성은 멋진 장소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훌륭한 숙소라고만 생각했는데, 같이 가는 사람도 정말 중요하구나 라고 더더욱 느꼈던 여행이었다. 나고야에서도, 그리고 신혼여행에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