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이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건지 오늘도 아주 느즈막이 일어나 하루를 준비한 우리. 여행 후에 그 날 아침은 뭐먹었지? 라고 했을 때 쉬이 기억하지 못하고 사진첩 또한 비어있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여행의 관성도 효과를 다해서 집에 돌아갈 때라고 느끼고 있었다. 오늘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의 일정은 딱 하나. 고딕지구 근처에 위치한 라떼 맛집에서 여유있는 모닝커피를 딱! 마시고 점심 딱! 먹고 공항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일단은 체크아웃까지 한 우리는 짐을 맡기고 오전 일정을 다녀오기로 했다. 샤를 드 골 공항행 비행기가 18:05에 예정되어 있어서 아직은 여유부릴 수 있었다. 천천히 아침 산책 겸 고딕지구로 산책을 나온 우리는 집이랑 회사에서 챙겨먹을 뚜론 등을 구매했고, 곧장 카페로 향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날씨는 꽤 쌀쌀했다. 어제와 같이 알찌게 조식을 챙겨먹은 우리는 호텔에서 대여해주는 우산을 빌려 이른 아침 숙소를 나섰다. 몬세라트로 가는 방법은 에스파냐 광장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었는데, 에스콜라니아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나서야 했다. 광장에 있는 기차역에 들어가면 몬세라트 행 기차를 탑승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티켓 발행도 역무원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우리는 기차+산악기차 조합으로 왕복티켓을 끊었고, 바깥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비오는 경치를 즐거이 감상하며 갔다. 타박타박 창가를 때리는 빗소리가 오늘은 더 신났고, 바람을 타고 거대한 산 봉우리를 넘나드..
유럽에서는 정말 가격대 비 성능을 뽑기 참 어려웠던 것 같다. 무엇이든 라 레지덴시아가 이여사와 나의 표준이 되어버려서 그런지 이정도 아침식사는 누구 코에 붙이지 생각을 여러번 했다 (마음속으로). 그래도 개인별로 선택가능한 디쉬가 있어 그나마 배는 채웠던 것 같다. 오늘은 가우디의 흔적을 따라가는 날. 혹자는 가우디를 세기의 천재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다른 이는 그냥 '스페인이기에 가능했던 예술이다'라고 평가 절하를 하기도 하는데, 나는 전자에 가까웠다. 어제 까사 바트요에서도 느꼈지만, 도시에 자연을 입혀내는 것은 천재가 아니고서 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숙소에서 멀지 않는 그라시아 거리 건너편에서 N6번 버스를 타고 구엘 공원으로 이동했다. 구엘은 바르셀로나의 사업가로,..
괜히 비싼 숙소에 있으니까 아침 산책을 하고 싶어진다. 어제의 늦은 오후와는 다르게 떠오르는 햇빛을 등지고 있었던 메인 풀장. 아침수영을 할까 했지만 아침부터 수영을 했다간 젖은 수영복 때문에 캐리어가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 하루종일 수영할꺼 아니면 수영장이 딸린 호텔을 도대체 왜 가나 했더니, 그냥 마음이 즐겁고 평온해지는 마법이 있어서인가보다. 간단한 뷔페와 선택식으로 골랐던 베네딕트와 오믈렛. 어제 라 레지덴시아에서 너무 호화로운 조식을 먹었어서 그런지 아침식사는 기대했던 것에 비해 그냥저냥이었으나, 에그베네딕트의 퀄리티가 아주 좋아서 개인적으로 낭낭했던 조식이었다. 상대비교하게 되는 것은 인간의 습성이라 ^^; 특히 스페인은 어딜가도 오렌지 쥬스의 맛이 너무 좋다. 단짠단짠이 아니라 단신단..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감정과 빨리 일어나고 싶은 감정이 교차했다. 조금 더 자면서 얼른 피곤함을 누그러뜨리고 싶었고, 빨리 일어나서 호텔의 곳곳을 더 누비고 싶었다. 사실 마음 속의 비중으로만 따져보면 후자가 더 우세했다. 태어나서 제일 비싼 숙소에 묵으면서 이 정도의 편안함과 안락함, 그리고 고급스러움을 언제 다시 느껴볼까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장소에 시간이라는 가치를 매긴다는 것은 아직 내가 이 숙소에 머물 수 있을만한 여유 가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다소 과분한 숙소였고, 모든 것을 누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물론 신혼여행 특수성이 있으니 이런 숙소에 묵게 됨을 감사해야 겠지만 말이다.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는 같은 건물 내에 있..
아침이 대단히 마음에 들었다기보다는 재료들이 굉장히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페인은 어딜가나 오렌지쥬스가 대단히 맛있는데, 이렇게 짜릿한 신맛과 아침잠을 깨우는 달콤함이 잘 어우러지는 쥬스를 본 적이 없었다. 그 덕분인지 아침을 깨우려는 수고로움은 굳이 들이지 않아도 되었고 느긋~하게 산책까지 나갈 준비까지 했다. 너무 느긋했다고하면 거짓말이고... 사실 우리는 팔마 시내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해 초조한 상태였다. 전날 주차장을 찾는데 시간을 쓰지 않았다면 팔마 시내를 그래도 한 두시간 정도 둘러볼 수 있었을 텐데, 일정을 너무 타이트하게 짠 탓에 여행중에 있을 변수를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그래도 자전거 타고 30분 정도 둘러보면 해변가는 돌아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 근처에 있는 자전거 샵을 들렀는..
여행을 가면 아무리 늦어도 8시에는 일어나서 사부작사부작 준비를 하는데, 전날 어찌나 피곤했는지 예정된 시간에 일어나지 못했다. 자연기상(?)이라는 단어가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알람소리에 깨지 못한 대신 호텔의 담장을 너머 방 안에 들이치는 햇빛에 잠을 깼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서 1층의 식당으로 내려가니 간단한 뷔페식 조식이 마련되어 있었다. 조식은 꽤 괜찮았다. 스페인은 어떤 과일을 먹어도 평균 이상은 한다. 특히 오렌지로 만들어진 모든 것들... 호텔에서 몇 분 안되는 거리에 위치했던 트램 정류장. 오전 미사시간에 맞추어 소예르 타운 쪽에 있는 성당에 가기로 했다. 포르투 대성당에서 미사를 드리지 못했던게 못내 아쉬워 이곳에서 대신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트램 정류장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출발 시간에..
떡진 머리가 이른 아침의 정신없는 내 모습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신혼여행에서 가장 기대하고 고대했던 마요르카에 가기 위해 아침일찍 공항으로 향했다. 전날 호텔 스탭에게 요청했던 콜택시가 도착해 있었고, 기쁜마음으로 택시를 탔다. 세비야에서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보다는 오늘 드디어 마요르카라는 사실이 더 기뻤던 것 같다. 오전 8시 55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6시 출발하는 택시를 탔다. (더 이상 비행기를 놓칠 수 없었기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우리는 공항 안에 있는 가게에서 간단한 샌드위치를 먹고 비행기를 기다렸다. 사실 수하물 분실로 악명이 높은 부엘링 항공을 예약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마요르카에 당장이라도 가고 싶어 선택지가 몇가지 없었다. 그래도 한 시간 거리 스페인 안에서 잃어버리면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