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공기가 그렇게 좋을수가 없다. 아침에 크고 잔잔하게 피어오르는 안개를 보며 가볍게 산책을 했고, 햇빛이 짙어지기 시작하니 그 뒤로 후지산이 멀건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고산이었고, 호수의 거대한 안개였고, 자연의 상쾌함이었다. 오전 조식을 간단하게 해결하고 다시 도쿄 중심상가 쪽으로 이동했다. 출국 하기 전에 쇼핑 등등을 하라는 목적으로 이동한 비너스포트. 유럽의 오래된 거리라는 컨셉을 가지고 만들어진 일종의 테마파크 같은 장소이다. 중앙의 홀에는 분수가 있고, 천장처럼 생긴 곳은 하루에 세 번이나 변한다고 한다.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거나, 결혼하면 다시 오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폐점을 하는바람에 마음속에만 남아버린 장소가 되어버렸다. 추억의 장소가 없..
오전에는 만화가 애니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볼 수 있는 곳을 방문했다.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ㅠㅠ) 한국에는 일본의 만화가 상당히 많이 녹아 있어 내가 알만한 만화 캐릭터들이 상당히 많았다. 뭐 포켓몬만 해도 말 다했지.. 사진이라 표현이 잘 안됐는데, 1컷 1컷의 그림들이 이렇게 뱅글뱅글 돌면 정말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애니가 이렇게 만들어진다고 한다. 지금은 사무실에서 죽도록 하고 있는 모습이긴 하지만 저 당시에는 많이 어색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저 티셔츠를 아직도 안버리고 가지고 있네... 막상 저렇게 열심히 그리는 척 했지만, 난 그림에 재능이 없다. 코를 그리라고 하면 돌맹이를 그리고 눈을 그리라고 하면 망고를 그린다. 후지산도 식후경. 우리는 지금 후지산에 가는 길이고, 일본..
오늘은 고대하던 자유여행의 날이었다. 비록 단기연수 프로그램에 묶여 완전하게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성인이 되고 해외여행을 와서 맞는 첫 자유여행이기에 기대가 남달랐다. 아침 일찍부터 찾은 메이지 신궁. 1920년 창건된 이 신궁은 역대 일본 왕을 기리는 신사로 '신사'라는 의미보다 더 높게 친다고 한다. 면적 70만 제곱미터의 인공 삼림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 신궁에는 365종 12만 그루의 나무들이 있다고 한다. 정말 간단하기 그지없는 입구를 지나면 숲길이 길게 자리하고 있다. 걷다보면 마음이 참 차분해진다. 세계 대전 중 공습으로 인해 훼손이 많이 되었었는데, 일본 전역을 포함,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나무를 공수해서 나무를 심고 복원을 했다고 한다. 조금은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둘러보기로....
한 순간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아침에 일찍 눈을뜨고 짐을 정리하고 곧장 나갈 준비를 했다. 이때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행만 가면 유난히 부지런을 떨고 싶어하는 성격이 되어버린 것 같다. 평소보다 더 힘든데, 더 일찍 일어나고 싶어지고, 평소보다 더 할 일이 많은데, 더 많이 소화하게 된다. 오늘은 아마도 '첫' 호텔 조식을 먹는다는 기대감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호텔 조식 뷔페였다. 일본 답게,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들, 찰기 있는 쌀밥과 간장과 가쓰오부시가 얹어진 두부와 미소된장국. 토종한국인인 나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았던 아침식사였다. 오전 일찍 처음으로 간 곳은 일본 최고의 대학 동경(東京)대학교. 굳이 한국으로 치면 서울대 이상의 ..
중학교 시절 호주에 한 달 간의 홈스테이 이후에 떠나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독도 분쟁, 애니메이션 강국, 튼튼하고 기능이 다양한 전자제품, 온천, 사무라이 등등.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이지만, 세계 초 강대국이자 선진국인 일본. 당시 전자공학을 전공하던 나에게 있어 일본의 방문은 가장 큰 기회이자 해외여행에 눈을 뜨게 된 역사적인 계기였다. 공부하는 목적과 비전을 확립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으나, 여행에 눈을 뜨게 된 가장 확실한 계기가 되었지 ... 당시 대학교 2학년이던 나는 한창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학술연수의 존재자체도 모르고 있다가, 선배 한 명의 부재로 대신해서 참석하게 되었다. 얼떨결에 조인을 한지라, 내가 가장 막내..
장장 5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을 거쳐 도착한 알마티 시내. 어떤 인연이든 헤어짐의 순간은 아쉽겠으나, 2박 3일간 함께해 준 타냐와 로만이 정말 고마웠다. 이렇게 동행식으로 1 on 1 가이드 해 본 경험은 또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말이다. 내가 오늘 카자흐스탄 호텔에 묵는다고 하니, 친절하게 여기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까지~ ㅎㅎ 이렇게 나름 알마티의 상징이라 불리는 카자흐스탄 호텔에 도착 1977년에 지어진 50년이 다되어가는 호텔이지만, 나름 4성급의 호텔이고 진도9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고 한다. 깔끔한 멋도 좋지만, 이런 오래된 느낌이 주는 편안함도 좋은 것 같다. 호텔의 외관은 변경과 리모델링이 쉽지 않겠으나, 내부는 그래도 나름 현대적인 느낌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다. 호텔..
어제 불같이 돌아다니고 불같이 잠들어서 새벽 이른시간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회사다니면 맨날 늦잠자고 싶은데, 여행에서의 잠은 1분 1초가 사치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의 국룰... 눈뜨자마자 밖을 나섰는데, 아직 안녕을 고하지 않은 새벽 별빛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어제 그 자리에 있던 별들인 것 같은데,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시골집의 흔한 아침풍경인데,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 닭이 울고 개가 짖고 굴뚝에는 연기도 피어오른다. 흡사 우리나라 시골이라 해도 믿을 법한 모습들이었다. 이제 아침이 가까워지고 들이치는 햇빛을 맞으며 홍차 한 잔 하기.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대자연 카테고리인 '호수'를 방문하는 날인데,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거점 마을인 사티를 중심으로 왼쪽으로 가면 카인디 호수가 있고, 오른쪽으로..
눈을 떠보니 열려있는 창문으로 아침의 쌀쌀한 공기가 들어왔다. 어제 맥주를 완병하겠다는 목표보다는 피곤해서 좀 더 자야겠다는 욕구가 강했는지, 맥주를 남겨둔 채 (세상에나!) 창틀위에 저렇게 올려두고 잠이 들었다. 그래도 남아있는 맥주는 차갑게 유지시키겠다고 저렇게 창문을 열고 잔 것 같다. 거실로 나가니 이미 저렇게 아침이 준비되어 있다. 부드러운 빵과 샐러드, 그리고 속이 꽉찬 만두 같은 음식도 있었다. 정확히 뭐를 베이스로 한 속인지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냥 만두같다고 생각하고 먹었던 것 같다. 오늘도 신나게 덜컹거리는 오프로드를 달린다. 어제 타냐가 농으로 말했던 Natural Massage는 오늘도 계속되었다. 밤에 잠이 잘 오는 이유도 하루종일 이런 마사지를 받아서 일까...? 로만은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