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결정한 건 바라나시 때문이었다. 많은 여행지 중에서도 이곳을 선택한 건 바라나시가 생각나서였다. 바라나시에는 온종일 운반되어 온 시체를 태우는 화장터가 있는데, 화장을 하기 위한 의식을 행하고 시체를 태우는 장면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한국에서조차 화장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인도에 다녀온 이후로 잠시동안 윤회(輪廻)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는데, 시체를 태우는 것으로 하여금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했던 적이 있다. 갠지스강의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는 파슈파티나트를 선택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더 보고 더 느끼고 싶었다. 이른 아침부터 출발하지는 않았다. 다소 늦은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한 나는 쓸데없이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걷는 걸 선택했다. 유난히 걷는 걸 좋아하는 나이지..
Real Cashmere를 원한다면? - 마하구띠는 라짐팟 Rd에 위치해 있다 - 택시타고 가면 80~100루피 정도에 흥정 가능(택시기사가 모르는 경우도 있음) - 스카프, 숄, 스웨터, 식기 등 다수의 제품 - 정찰제, 가격 흥정 불가능 - 스카프의 경우 NRP 2000 ~ 진짜를 원해서 수소문 끝에 찾아갔다. 어느 특정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에 관심이 많아 네팔에서는 과연 무엇을 사야할까 고민을 했다. 지인으로부터 '캐시미어를 사는 것이 좋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런 최상급의 고급원단을 학생인 내가 구입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산지이기 때문에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는 대답을 들었다. 덕분에 어디를 가던 구입했던 엽서와 함께 내가 챙겨올 수 있었던 유일한 기념품..
불교의 향기를 느끼다 어제의 아주 짙은 먼지가 싫었는지 밖에 나서기가 두려웠다. 목은 칼칼하고(마치 감기가 걸린 사람처럼) 코는 훌쩍거리고 목은 부었는지 약간의 통증까지 있었다. 카트만두는 도저히 살 곳이 못된다고 어찌나 투덜거렸는지. 도착한 날과 어제, 딱 이틀 걸었을 뿐인데 나름 면역이 좋다고 자부하는 나의 몸을 이렇게까지 만든 도시의 흙먼지가 싫었다. 해가 창을 통해 쨍쨍소리를 내며 들어오고 나서야 어제 입었던 바지를 바라보았는데, 곤색 바지가 색이 바래진 것처럼 뿌옇게 변해 있었다. 곧장 밖으로 나가서 바지를 털어냈는데, 한국에 있었으면 삼년은 묵어야 나올법한 먼지들(모래폭풍인 줄)이 떨어졌다. 아무리 돈없고 가난한 여행이라 할지라도 이정도의 먼지는 싫어 바지를 신나게 두들겨 팼다. 무슨 소화기인..
네팔의 심장을 걷다. 이른 저녁식사를 한 나는 숙소에 들어와서 이제껏 찍은 사진들을 정리할 참이었다. 불행하게도 네팔의 첫 숙소는 와이파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집에 연락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네팔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 'EVEREST'를 맛보고 곧장 잠들어 버렸다. 좀 오래 자고 싶었다. 다섯시 쯤이었나?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둔 탓에 차가운 공기가 머리맡에 내려앉아 나를 귀찮게 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새벽부터 시끄럽게 울어대는 떼까마귀들 때문인지 몰라도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고, 때문에 오전 5시나 6시가 결코 이른 시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오늘 새 옷을 꺼내서 돌아다닐까 하다가 어제처럼 먼지를 뒤집어 쓰게 될까봐 ..
질문1 : 왜 네팔인가? 네팔 여행을 한 지 1년이 지난 아직도, 나는 답을 찾지 못했다. 여행 갔다 온 누구는 무척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했고, 또 어떤 누구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가장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이미 여행이라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삶의 무게와 깊이, 그리고 생각의 농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번 동남아 여행에서 가장 길게 일정을 잡은 네팔에서 질문도 없는 답을 찾으려고 한 것 같다. 도대체 뭘? 말레이시아 항공을 타고 거친 기류를 이겨낸 끝에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에 닿았다. 이곳은 카트만두. 몸집이 큰 인천공항과는 달리 초라한 트리부반 공항의 규모에 살짝 실망했다. 절!대! 안전한 교통수단인 비행기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관제탑이 보일 듯 말 듯 한다는 사실이 약간..
나도 자전거를 빌리다 더운 기운에 눈을 떴다. 맥주를 어찌나 많이 마셨던지 배고픔도 나를 깨우지는 못했다. 가격이 싼 숙소이다보니 7층에 있는 화장실은 비좁아서 씻는 것이 불편했는데, 다행히도 숙소 1층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사우나가 있었다. 섬나라라서 그런지 찬물 더운물 인심은 후한가보다. 어젯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아주머니가 부러웠는데, 숙소에서 무료로 자전거를 빌렸다. 습하고 무더운건 변함없었지만 바람이 느껴졌다. 신세카이의 아침길은 한~적하다. 게이타쿠엔 정원? 인터넷을 뒤져보다가 아주 분위기가 좋은(왠지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분위기) 정원을 찾아냈다. 오픈시간에 맞추어서 가고 싶어 아침 내내 헤맸지만 입구를 찾을 수가 없어 텐노지 동물에서부터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무작정 뛰쳐나오기 PEACH항공이 싸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일본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수식어가 걸맞게 굳이 여행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여지껏 비싼돈을 들여서 유럽이며 뉴질랜드며 동남아며 여러 나라들을 여행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일본 여행을 결심한 건, 단순히 내가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PEACH항공에서 제공하는 프로모션 항공권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역시, 아직은 학생이라는 수식어 답게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나는 무작정 뛰쳐나왔다. 두 달간의 인턴이 끝나는 바로 다음 날, 옷가지 몇개만 챙겨서 출발했다. 계획? 당연히 없었다. 가서 세우지 뭐! 드디어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 내가 이용한 피치 항공은 간사이 지역만 운행하는 일본의 저가항공인데, 자리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
이런 여행을 와서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는 것은 사치이다. 캐리어에 고이 싸들고 온 옷가지를 보며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고 오늘은 어떤 곳을 구경할까, 어떤 음식을 먹을까(중국에서 이런 기대를 첫날 다 버리긴 했지만...)라는 기대를 하면 잠에 들 틈이 없다. 자유여행이 아닌 탓에 우리는 예정된 일정을 소화해야 했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장면들이 이러한 기대들을 충족해 줄 것이라 믿었다. 오늘은 상해 근교 항저우의 인공호수인 '서호(西湖)'에서 보트투어를 하고 오후에는 동방명주 전망대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날씨는 여전히 덥고 습했지만 덕분에 사진을 찍으면 얼굴이 번들번들해 보이는 효과는 있었다. 인공호수를 빙 둘러 있던 산책로는 한국의 일산 호수공원 산책로와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별반 다를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