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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하기만 했던 트리부반 국제공항

 

 질문1 : 왜 네팔인가?

 

 네팔 여행을 한 지 1년이 지난 아직도, 나는 답을 찾지 못했다. 여행 갔다 온 누구는 무척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했고, 또 어떤 누구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가장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이미 여행이라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삶의 무게와 깊이, 그리고 생각의 농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번 동남아 여행에서 가장 길게 일정을 잡은 네팔에서 질문도 없는 답을 찾으려고 한 것 같다. 도대체 뭘?

 말레이시아 항공을 타고 거친 기류를 이겨낸 끝에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에 닿았다. 이곳은 카트만두. 몸집이 큰 인천공항과는 달리 초라한 트리부반 공항의 규모에 살짝 실망했다. 절!대! 안전한 교통수단인 비행기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관제탑이 보일 듯 말 듯 한다는 사실이 약간은 충격적이었다(내가 무사 착륙한 것을 굉장히 감사했다). 덕분에 도착한 직후에는 초조한 마음이 더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인도여행의 가이드 누나였던 진희 누나가 카트만두에 대해서 겁을 좀 줬었다. 이미 인도를 경험해본지라 설렘보다는 두려움과 경계심이 눈에 가득했다.

 

 

길고 길었던 비자 발급...!

 

 입국심사를 거치는 것은 꽤 번거로운 일이었다. 30일 비자를 위해서 내야하는 US$40는 당연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하지만 불법으로 이 나라에 입국할수는 없으니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지불(ㅠㅠ). 수하물을 찾을 것도 없어 순탄하게 공항 밖으로 나왔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방법을 몰라 바가지를 쓸 각오로 택시를 불러세웠다. 그러면 그렇지, 이놈의 택시들은 이제 갓 도착한 초보 네팔여행자를 등처먹기위해 말도안되는 가격을 부르기 시작했다. 안 가, 꺼져!

 공항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었던 택시 하나를 잡아서 가격을 물으니 역시나 말도 안되는 가격을 불렀다. 내가 손을 내저으며 싫다고 말하자 택시기사는 미터기를 작동시키겠다고 말했다. 미터기가 조작된 것들 투성이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밑져야 본전인 셈 치고 택시를 탔다. 뭐, 택시비가 비싸게 나온건지 싸게 나온건지 모르겠지만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여기서 사람이 살 수 있는거야?

 

 솔직히 카트만두 시내를 오랫동안 돌아다니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음, 쉽게 말해서 먼지와 매연이 심한 도시다. 조금만 걸어다녀도 온통 먼지를 뒤집어 쓰게 된다. 담배를 피며 침을 뱉는 사람들을 그토록 혐오하던 내가 침을 굉장히 자주 뱉고 다녔다. 하품이라도 하는 날에는 입 안 가득 먼지가 골고루 씹혀서 어찌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숙소로 돌아와서 찝찝한 마음에 얼굴을 씻어내니 더러운 구정물이 한가득 씻겨 내려갔다. 으...

 

 

혼잡과 클락슨 사이, 카트만두

 

 숙소 바로 앞에 있는 골목길을 두루 돌아다녀보았는데, 치이는 게 사람이고 오토바이라 온통 정신이 없었다. 문득 진희 누님께 했던 질문이 생각났다.

 "누나 카트만두 어땠어요?"

 "어, 최악이야."

 인도에 있는 웬만한 도시에도 '최악'이라는 수식어를 갖다 붙인 적이 없던 누님이, 카트만두가 어떻냐는 질문에 단박에 저렇게 대답했다. 뭐, 저것이 얼만큼 믿을만한지 통감한 것은 단 몇분도 안 되어서다. 내 기준으로는 '최악'까지는 아니지만 굉장히 번잡하고 혼란스러웠다.

 

 

타멜로 가는길, 외국인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좀 한적한 곳으로 나왔다. 카트만두를 거쳐가는 외국인들에게 최고의 거리라 불리는 '타멜'로 향하는 길. 사람 수도 줄고 금발의 기다란 누나도 보인다. 클락슨 소리도 줄고 흩날리던 먼지도 조금은 잠잠해졌다.

 

 

여행자들의 천국, 타멜

 

 이곳은 타멜의 한가운데 였을까? 이탈리아 국기며 태극기도 보이는걸 보면 번화가임이 분명하다. 트래킹 복장을 하고 다니는 사람도 왕왕 보인다. 막상 최고의 번화가라는 타멜에 오긴 했는데, 등산복도 모두 챙겨온 마당에 여기서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제일 먼저 뭘 먹어야 잘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을 했었는데 그냥 아무렇게나 생긴 허름한 음식점에 들어가서 볶음밥(Fried Rice종류)을 시켰다. 뭐 아무래도 좋으니 배에 무언가를 넣고 싶었다. 배가 고파서 맛있었던 건지 원래 요리를 잘하는 집인지 무척 맛있게 먹었다. 네팔에서의 첫 끼는 성공적.

 

 

고요한 카트만두의 아침

 

 숙소에서 내려다 본 장면. 오늘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났다.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몰라도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여기저기 흩어지는 흙먼지 때문인지 온몸이 피곤하고 어서 누워서 쉬고 싶었다. 카트만두에서의 일정을 5일이나 계획한 것은 실수였을까. 나의 이런 후회가 바보같은 생각이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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