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에서의 마지막날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곳에서의 3일은 너무나 짧았고, 오늘이라도 값진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아직도 배가 고프지 않은 나의 몸이 좀 걱정되긴 했으나, 그래도 발리까지 와서 고급 호텔에서 숙박하는데,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요가클래스는 경험해봐야 할 것 같아서 시간에 맞추어 어제의 그 채플을 찾았다. 우리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매트 위에 앉아 준비 호흡을 하고 있었다. 동작들이 힘든 것은 아니었는데, 내 몸이 고장났는지 자꾸 마음만 앞서 갔다. 하다보니 땀이 주륵주륵 흐르기 시작했고, 원하는 자세가 나오지 않아 끙끙대는 곡소리만 나올 뿐. 나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너무 잘 따라하고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심지어 이여사 마저도),..
에어컨을 full로 틀어놓고 잠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열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즈음 이런 증상이 보이곤 했는데, 어느덧 어제 온종일 나를 감싸고 있던 잔열은 다 빠져나가고 말쑥해진 상태로 아침을 맞이했다. 근데 조금 이상했던 점은 배고픔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평소에 뭐든 잘 먹는 내가 배고픔을 느끼지 못한다는 거는 큰 문제가 있는 건데, 어제는 열이나고 아파서 그랬다쳐도 오늘은 열도 내렸는데 왜 이어는거지? 싶었다. 일어나서 잠깐을 돌아다녔더니 아직 어지러운 증상은 남아 있었다. 여전히 입맛은 없었고, 바깥공기를 들이마셔도 답답한 기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오늘은 오전부터 일정이 있었다. 우리가 거의 유일하게 예약한 액티비티라고 해도 무방한 쿠킹클래스. 어제 상태가 많이 안좋..
우리의 아침을 기분좋게 해주는 플루메리아가 길목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나무는 그 자리에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꽃이 피고 지는 건 당연하지만, 마치 앞으로 우리 가족이 될 똘똘이를 위한 축복처럼 느껴졌다. 어제 호텔안에서만 물놀이를 하느라 나가보지 못했던 바로 앞 해변가를 좀 거닐었다. 신발을 벗고 모래를 밟으며 그동안 멀리했던(?) 땅과 나의 거리를 조금 더 좁혀보고, 지도의 경계선에서 츄르르 촤아 소리를 쉬지않고 내는 파도를 밟아보기도 했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높아서 잠시 동안 이곳이 가을이라는 착각도 해봤다. 세상 자유로운 댕댕이들이 해변가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댕댕이들이 목줄 없이 아주아주 자유롭게 물장난을 치는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면 인간에 의해 길들여지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물이..
우리의 아침은 길고 또 길었다. 일어나는 시간을 정하지도 않았고, 어디가서 뭘 할지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인터넷으로 몇 번 검색만 해보고 여기 좋은데? 여기 가볼까? 정도만 얘기했을 뿐, 몇 시에 여기 가고 몇 시에는 여기를 갈꺼야~를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의 휴가에서 절대 익숙하지 않은 '자연기상(알람을 맞추지 않고 일어나는)에 아침을 깨우고 커튼을 촤르르 걷어 숙소 바깥 풍경이 어떤지부터 살폈다. 연꽃이 피어있는 정원에 키높이 구두를 신은 야자수, 살랑이는 바람에 나부끼는 초록정원이 마음을 너무 편안하게 했다. 내가 부스럭대는 게 신경이 쓰였는지, 이여사도 얼떨결에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가볍게 아침 산책을 해 본다. 어제 한참 어두웠을 때 호텔에 도착해서 호텔 내부를 제대로 ..
왜 여행을 가는지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다. 다만 어디로 갈지에 대해서만 한참을 고민했을 뿐이다. 우리 둘 모두 30대를 지나가고 있는데, 아마도 둘만 이렇게 길게 가는 것이 마지막일것이라 생각했다. 아이에게 하나 좋을 거 없이 부모의 편안과 즐거움을 위한 여행에 '태교여행'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게 참 웃기지만, 그래도 산모의 행복한 기운이 아이에게 전해질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여행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뉴질랜드 여행 이후 무려 7개월 만의 휴가였다. 해외여행을 갈 때에는 늘 처가 신세를 진다. 괜히 우리가 잠자리를 불편해 할까봐 침대까지 양보해주신 아버님 어머님 덕분에 아침을 정~말 개운하게 시작했다. 오전 일찍 비행기타러 나간다고 하니 이렇게 정성스레 사과까지 컷팅해주시는 아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