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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클라스 시작~~

우붓에서의 마지막날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곳에서의 3일은 너무나 짧았고, 오늘이라도 값진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아직도 배가 고프지 않은 나의 몸이 좀 걱정되긴 했으나, 그래도 발리까지 와서 고급 호텔에서 숙박하는데,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요가클래스는 경험해봐야 할 것 같아서 시간에 맞추어 어제의 그 채플을 찾았다. 우리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매트 위에 앉아 준비 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잘 따라하는 이여사

동작들이 힘든 것은 아니었는데, 내 몸이 고장났는지 자꾸 마음만 앞서 갔다. 하다보니 땀이 주륵주륵 흐르기 시작했고, 원하는 자세가 나오지 않아 끙끙대는 곡소리만 나올 뿐. 나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너무 잘 따라하고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심지어 이여사 마저도), 나만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것 같아서 구석에 자리잡길 잘했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다보니 임산부에게 어려운 동작들도 가끔 있었는데, 강사 하시는 분이 일찌감치 이여사가 임산부임을 캐치하고는 임산부를 위한 별도의 동작을 설명해 주시기도 했다. 

 

 

아침먹기 전 산책 즐기는 중

길고 긴 1시간이 지났다. 몸의 독소가 빠져나가고 몸이 치유가 되었는지 배가 점점 고파지기 시작했다. 어제와는 달리 오전 내내 기다린 조식을 마주하니 입이 떡 벌어지고 군침이 돌기 시작. 익숙한 음식들이었지만 적당한 달달함이 아침을 깨우기 충분했고, 힘들고 지쳐있던 내 몸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아픈것이 사라지니 주변의 다른 것들에 집중하게 됐다. 온통 녹색으로 둘러쌓인 창 밖의 풍경은 온 세상의 편안함을 다 가져온 것처럼 느껴졌고,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물소리가 숲속의 고요함에 잔잔한 즐거움을 보탰다. 

 

 

이제야 보이는 정글의 아침
드디어 온전하게 즐기는 조식...

이 숙소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고 끊임없이 생각했는데, 아침을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보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홀몸이 아닌데 아픈 남편까지 챙기느라 하루 온종일 수고한 이여사가 갑자기 너무 고맙게 느껴졌고, 나와는 달리 별 탈 없이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했다. 

 

 

알라스 하룸의 입구에서

감사하는 아침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체크아웃을 할 시간. (왜이렇게 아쉽지...) 녹색의 여운을 떨쳐내기 어려워서, 우리는 다소 타이트한 일정을 계획했다. 뜨갈랄랑에 미련이 남은 우리는 짐을 숙소에 맡기고 택시를 타고 잠깐 들러서 계단식 논밭 구경이라도 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드넓었던 뜨갈랄랑의 전경

택시로 시골길을 40여분 동안 달려 도착한 이 곳. 놀이공원의 입구마냥 티켓팅을 하고 팔찌도 받은 우리는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지나 계단식 논밭을 마주했다.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났는데... 그 아래로 수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논밭뷰 인피니티 풀에서

듣기론 논밭뷰를 내려다보며 즐기는 풀장이 있다고 했다. 수영장에 들어가서 즐길 것은 아니지만, 요새 젊은이들(?)은 어떻게 노나 싶어 잠깐 슥~지나가는 식으로 보고 갔다. 

 

 

뜨갈랄랑에서
뜨갈랄랑의 어느 카페에서

임산부가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게 엄청 불편하긴 했다. 그동안 없었던 고단함이 스쳐가는 순간이었는데, 이 잠깐의 고단함도 싫어서 주변에 전망 좋은 카페로 들어갔다. 밑을 바로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좋은 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시원한 과일 음료를 시키고 잠깐의 휴식을 즐겼다. 

 

 

사진을 찍다보면 이렇게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커플들이 흔히 즐긴다는 '발리스윙'도 그곳에 있었다. 커다란 나무 위에 줄을 매달아 직원이 뒤에서 수동으로 밀어주는 형태의 거대한 그네인데, 이게 뭐 대단한 게 있겠냐마는 일단 뷰가 꽤 괜찮고, 그네가 올라가는 높이가 높아 스릴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더군다나 발리st.로도 사진을 잘 찍어준다고 하고, 사진을 위한(인스타 갬성) 의상도 대여해 주기 때문에 나름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액티비티 스팟이었다. 

 

그네타는 게 뭐 좋을까 싶어 할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은 예약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만일의 사태에서 자유로우려면 안전에 정말 유의해야했고, 꽤 높이 올라가는 게 괜히 걱정되어 그냥 지켜보는 걸로 만족. 여기저기서 그네를 타고 있어 왼쪽에서 한 번 오른쪽에서 한 번 아래에서 한 번 사람들이 튀어나오는 데, 그 장면이 좀 재밌다... ㅋㅋ 

 

 

우붓 시내로 돌아가는 길

다시 우붓 시내로 돌아가는 길. 우리나라에도 논밭은 많지만 이렇게 논밭 한가운데 나무가 있는 경우는 없지 않나? 생각하면서... ㅋㅋ 

 

 

 

 

다시 우붓 시내로 돌아온 우리. 스미냑에서 많이 못돌아다녔기에 기념품이라고 할만한 것들을 많이 못챙겼는데, 우붓을 떠나기 전에 조금이라도 챙겨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부모님 드릴 꿀을 사고, 티크우드라는 곳에 들러 나무식기를 주섬주섬 챙겼다. 집에 오래된 나무식기들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이 즐거웠다. 

 

 

파파우부드에서

점심 먹을 곳을 한참을 못찾다가 겨우겨우 들어간 이 곳. 사실 스미냑에서 한 스푼 먹고 못먹었던 아사이볼에 대한 미련이 컸다. 별점은 4.5정도로 높았는데, 점심시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사람이 너무 없어서 당황.. ㅎㅎ;;  식사시간대를 한참 지나고 간 탓인지 홀에는 우리만 있었고, 창가에 앉으려는 우리를 만류하는 직원의 말에 식당의 중앙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원숭이들이 음식을 채간다는 이유라나... ㅋㅋ 아사이볼과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주문했는데, 이제껏 먹어본 아사이볼(2번째 먹어봄) 중에 제일 맛있었다. 처음에는 당근인 줄 알고 망했다 싶었는데, 그 과일은 파파야였고, 부드럽고 오묘한 단 맛이 일품이었다. 더군다나 더운 날씨 때문인지 추운날에 먹는 국밥마냥 와구와구 퍼먹게 되더라. 여행오기 전에 친구가 말하기를, 발리에 가면 무조건 1일 1아사이볼을 하라고 했는데, 그말이 맞았다. 

 

 

이 오토바이의 행렬마저도 그리워지는 순간이 오겠지

우붓과의 짧은 만남에 아쉬운 안녕을 고했다. 사실 아쉬운점이라고 하면 셀 수 없이 많았다. 몽키포레스트도 가보고 싶었고, 수영장에서 하루종일 수영도 하고, 뜨갈랄랑에서 발리스윙도 타고, 동부 지프투어로 일출도 보고 싶었다. 이 모든 것들이 다음에 이 곳에 다시와야 한다는 이유가 될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건 그때가 언제가 될 지 모른다는 점과 우리가 과연 체력이 받쳐줄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던 이번 여행... 그래도 나중을 기약하며 우붓 안녕~

 

 

발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는 나무종 꿀꿀(Kulkul)

우붓 시내를 빠져나오는 데 한참이 걸렸다. 그랩을 타고 두 시간 정도를 달려서야 겨우 도착한 이 곳 짐바란. 한국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아야나 리조트를 갈까 했으나, 이전에 스페인 신혼여행을 갔을 적에 벨몬드 라 레지덴시아를 묵으면서 아주 만족했던 기억이 있어서 같은 벨몬드 체인을 선택하게 됐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벨몬드 푸리 짐바란 리조트(Belmond Puri Jimbaran Resort).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태교여행의 끝은 휴식과 안정이니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안했던 것 같다.  

 

벨몬드 라 레지덴시아 포스팅: https://shyea123.tistory.com/111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환대해주는 벨보이(보이라는 표현이 맞을지?)가 우리의 짐을 옮겨주며 들어오라고 해 주었다. 입구가 마치 귀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마냥 어두컴컴했는데, 들어서자마자 나무로 만들어진 종이 보였다. 발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꿀꿀(Kulkul)이라는 종인데, 환영의 의미로 2번을 친다고 한다.

 

 

석양에 끝에 다다른 우리

벨보이에 이어 우리의 체크인을 담당하는 스탭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따뜻한 물수건과 웰컴티를 선물받고, 내가 예약할 적에 남겼던 Babymoon이라는 코멘트 때문에 룸 업그레이드를 해주었다는 기쁜 소식으로 체크인을 마무리했다. 우리가 도착할 때 즈음은 이미 석양이 온힘을 다해 안녕을 고하고 있었고, 분초단위로 그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우와~우와~ 하면서 쳐다보다가 뒤돌아보면 다시 모습이 변해있곤 했다.

 

 

체크인이 끝났을 때 즈음에는 이미 파란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우리가 원래 예약한 룸은 코티지 스위트룸이었는데, beach view(해변뷰)로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비치뷰로 업그레이드를 받지 않았다면 정말 아쉬울 뻔 했던 곳이었다. 

 

 

정말 룸 컨디션 만큼은 완벽했던 이 곳

체크인을 마무리한 우리는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우리의 방까지 이동했다. 담벼락이 둘러진 코티지(Cottage: 움막, 오두막집) 형태의 방이었고, 대문을 지나 방 문을 열고 들어오니 환상적인 분위기의 방이 우리를 맞이했다. 다음 포스팅에서 더 상세하게 다룰 예정이지만, 숙소의 컨셉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 투성이었다. 우리만을 위한 널찍한 침대와 캐노피, 그리고 우드풍의 가구들이 방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 

 

 

미리 준비된 향초

나이를 먹었는지 이제는 매뉴얼이 항상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성냥을 긁어서 불을 붙이는 형태라니.. ㅎㅎ 

 

 

이 방의 하이라이트

이 방의 하이라이트는 바깥으로 통하는 제 2의 대문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문짝의 고리를 열고 나가면 곧장 보이는 이 숨막히는 해변뷰는 우리가 충분한 돈을 지불하고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단번에 들게 했다. 뭐 저런거 유튜브보면 다 볼 수 있는거 아니겠냐 싶지마는 바닷바람을 살갗으로 느끼며 우리의 눈으로 직접 담는 거는 감동의 수준이 다르니까 말이다. 

 

 

밖에서 나와서 본 비밀의 문

막상 바깥으로 나오니 생각보다 꽤 더워서 둘이서 쿰척쿰척 우왕좌왕하다가 다시 방 안으로... ㅎㅎ 

 

 

부랴부랴 주문한 오늘의 저녁식사

짐바란의 장점이자 단점중의 하나가 호텔 주변으로는 아무것도 없어서 아주 한적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립되어 있다는 점이다. 호텔에서 모든걸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호텔 안에 있는 다이닝을 갈까 했지만, 오늘은 정말 나가서 돌아다닐 힘이 없었다. 고민도 할 거 없이 룸서비스로 대신하기로.. ㅎㅎ 평소에 여행을 다니면 가격때문에 룸서비스를 망설이는 우린데, 망설일만한 가격이 전혀 아니었다. 

 

 

근사한 룸서비스에 빈땅맥주로 마무리하기...

피자와 함께 이여사가 코마네카에서 맛있게 먹었던 소토 아얌을 같이 주문했는데, 전혀 다른 스타일의 소토아얌이 나와서 좀 당황했지만, 피자가 워낙에 맛이 괜찮았던 덕분에 아주 든든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맥주가 없어 허전하던 찰나에 미니바에 준비된 맥주의 가격이 한국에서의 맥주 값이랑 비슷한 것을 보고 주저하지 않고 하나 꺼내서 끡~ 하고 뚜껑을 따서 왈칵발칵 마셔버리기~

 

내일은 이여사와 나의 결혼 3주기가 되는 날이라 이여사에게 편지도 전달하고 여러모로 뿌듯했던 하루... ㅎㅎ 

나의 편지가 우리가 그동안 만나왔던 날들과 소중했던 순간들을 추억하고 앞으로의 달라질 우리 가족의 앞날을 기대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의 조각이 되었길 바라면서.

- 2024년 10월 23일 발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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