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서의 4일차. 여전한 이 더위는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숙소의 에어컨을 풀로 틀어두고 잤음에도 아침에 아주 조금만 움직이면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바깥의 이글거리는 모습만 봐도 땀이 삐질삐질 흐르고 숨이 턱 하고 막혔다. 그래도 나름 여행이니까 나도 조금은 서정적이고 싶은데, 이런 날씨는 여행이 생존의 문제로 바뀌어 버린다. 일단 여행 계획은 세웠고, 다른 친구들이 기다리니까 아침 일찍부터 숙소를 나섰다. 다른 친구들도 똑같은 마음이었으려나 ㅠ_ㅠ 중국에는 크고 작은 절들이 굉장히 많다. 아시아 권 나라를 많이 다녀보면 알겠지만, 여행하면서 이런 절들을 흔하게 만나볼 수 있다. 정안사는 개중에서도 상해의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데, 이 때문인지 '중국에서 가장 비싼 절'로 평가받고 있다. ..
3일차는 자유여행 하는 날. 나름 상해 안에서도 원데이 패스로 돌아다닐 수 있는 티켓을 팔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어울리지 않게 무슨 박물관을 간다고 일정을 잡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괜히 갔다는 생각밖에 안드네... 한국에서도 잘 안가는데... 인민광장? 이라는 곳에 바로 보이는 상해 박물관. 일단 일본여행 같은걸 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여행객을 위한 편의는 일단 없었다. 모든 것이 중국어로 되어있어 이해 난이도가 최상이고(물론 오디오 가이드 했다면 모르겠지만...), 상해의 역사에 대해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일단 넷 다 이런 역사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여행코스를 짰는지 모르겠다 ㅋㅋ;; 그래도 나름 규모가 있는 곳이라 다 둘러보는 데 2~3시간 정도 걸린다는..
트래킹 시작으로부터 7일, 내 생애 최고의 일출 내 생애 최고 높이에서 숙박을 했던 오늘, 그 추위는 역시나 대단했다. 새벽의 추위는 기다렸다는 듯이 날 괴롭혔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지 말고 어서 나가를 신호를 보냈다. 옆방의 Sunir와 Patrick도 일출을 보기 위해 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곤했던 탓에 조금만 더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지난 밤에 지금이 아니라면 이곳의 일출을 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용케 기억해내서 준비를 서둘렀다. 30분 거리에 있는 전망대에 가서 일출만 보고 내려오는 일정이기에, 간단하게 옷만 껴입고, 등산스틱 두 개를 챙겼다. 밤새 추위가 대단했어서 길이 얼어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별도의 랜턴을 챙겨오지 않아서 핸드폰을 들고 다니면서 플래시를 비추어야 했고, 덕분..
새벽같이 일어나서 1층의 호텔 식당으로 터덜터덜 내려오니, 나보다 먼저 아침을 시작한 사람들의 진한 커피 향기가 퍼지고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늘상 아침이면 고통받는(?) 배고픔에 못이겨 접시부터 들고 음식을 둘러보았겠지만, 오늘은 커피부터 시작했다. 아침 커피는 늘 즐겁지만, 여행와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뜨겁다 못해 진하다. 투어 가이드인 타냐와 로만을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았었는데, 그 시간을 온전히 커피 마시는 데 썼던 것 같다. 이전의 여행들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쓰거나 생각에 잠기거나 책을 읽는 건 아니었다. 말을 아끼고 생각을 아끼고 무언가를 채워넣을 수 있는 빈 공간들을 만들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여행을 간 것은 가을이 무르익을 때 쯤 이었던 것 같다 (9월 말..
카자흐스탄 여행은 원래 계획에 없었다. 단지 내 욕심의 무게를 확인하기 위한 배낭만 하나 챙긴 채 원래는 조지아 여행에 포커스를 맞추어 여행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트빌리시 직항이 없었음에 한편으로 감사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가을은 꽤 괜찮았기 때문에. 2018년 9월 23일 토요일, 인천공항에서 약 7시간이 걸려서야 알마티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환전과 동시에 출구 쪽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멍청한 이방인을 찾는 하이에나들이 먹이를 기다렸다는 듯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물론, 그런 수작에 넘어갈 내가 아니다. 이미 현지 가이드로부터 호텔까지의 택시비가 3,000탱게라는 걸 알고 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 속아주겠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서 4,000탱게를 불렀다. 그랬더..
입사 후 첫 가족 여행. 리조트 회원권이 필요한 곳이지만, 회사 예약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좋은 기회에 다녀올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 회사에서 제공해주던 수련원 같은 곳에 종종 따라 갔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내가 부모님을 모시고 간다는 게, 조금은 어색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같은 느낌이다. 도착한 날은 비가 왔다. 첫날부터 비가 오길래 기분이 영 아니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시원하고 상쾌했다. 우리가 배정 받은 독채는 산속에 꽁꽁 숨겨져 있어 리셉션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리솜 포레스트'라는 것이 이해가 갈 정도로 말이다. 친절하게도, 배정받은 곳까지 골프장 카트로 데려다 준다. 짐을 풀고 좀 쉬려고 누우니 8시다. 빛과 어둠이 균형을 이루는 듯 하더니 금새 어두워져 ..
좀 쉬어가기, 더 천천히 Osaka -> Kyoto 아침이 우중충했던 기억이 난다. 덥고 습했던 어제와는 달리 금방이라도 쏟아낼 것처럼 우중충한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마음만 앞서있었는지 몸이 좀 으슬으슬한 것 같기도 하고, 어제 잠들기전에 마셨던 맥주와 편의점 도시락이 소화가 안되었는지 속도 구리구리했다. 평소같았으면 아주일찍 일어나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며 계획한 대로 교통편을 살피고 있었어야 했지만, 오늘은 그냥 쉬어가기로 했다. '일본에 왔으면 일본다움을 좀 즐겨야겠지?' 하면서 지하에 있는 온천에 몸부터 담갔다. 어릴적부터 동물을 보고 만지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바닷속에 있는 생물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이 많았다. 대학생이 되고서 처음 갔었던 코엑스의 아쿠아리움에서 어린아이들의..
새로운 도전 어찌나 깊은 잠을 잤는지 머리맡이 차가워지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트래킹을 하며 며칠 내내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깨곤 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알람소리를 듣고서야 잠기운을 씻어낼 수 있었다. 어제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트래커들과 따뜻한 난로 앞에 모여앉아 즐거운 아침 식사를 하고 마차푸차레(Machapuchare)가 보이는 벤치에 걸터앉아 아침 일출을 지켜보았다. 따다빠니(Tadapani)에서 내려다보는 일출은 무엇보다도 운해(雲海)가 인상적이었는데, 쌓인 피로가 싹 가실만큼 멋지더라. 이것을 배경으로 안나푸르나에서의 의미있는 첫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것은 바로! 나의 일정을 파괴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나의 원래 일정은 이랬다. 따다빠니(Tadapani)에서 데우랄리(Deurali), 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