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서의 4일차. 여전한 이 더위는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숙소의 에어컨을 풀로 틀어두고 잤음에도 아침에 아주 조금만 움직이면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바깥의 이글거리는 모습만 봐도 땀이 삐질삐질 흐르고 숨이 턱 하고 막혔다. 그래도 나름 여행이니까 나도 조금은 서정적이고 싶은데, 이런 날씨는 여행이 생존의 문제로 바뀌어 버린다. 일단 여행 계획은 세웠고, 다른 친구들이 기다리니까 아침 일찍부터 숙소를 나섰다. 다른 친구들도 똑같은 마음이었으려나 ㅠ_ㅠ
중국에는 크고 작은 절들이 굉장히 많다. 아시아 권 나라를 많이 다녀보면 알겠지만, 여행하면서 이런 절들을 흔하게 만나볼 수 있다. 정안사는 개중에서도 상해의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데, 이 때문인지 '중국에서 가장 비싼 절'로 평가받고 있다. 지리적 장점이나, 역사적 가치로 보나 그 가격이 어마어마해서 지금은 가격을 매길 수도 없을지 모른다.
꽤 이른시간 도착해서 넉넉하게 돌아볼 참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향불을 피우고 종루를 향해 동전을 던지고 있었다. 정신없는 도시 속에서 잠시나마 찾아온 평온.. ㅎㅎ
뭐 오늘 마지막날이니까 동전도 털 겸 해서 계속 던졌음. 성공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ㅋㅋ..소원이 이루어진다나 뭐라나 ...
중앙의 종루와 대웅전 말고도 네모진 구획안에서 쭉~ 둘러볼 수 있게끔 되어있어 한바퀴 돌기로 했다. 화려한 장식과 디테일을 살린, 그리고 동물들을 소재로 한 조각품들이 눈에 띈다.
이땐 그래도 젊었구나 (22세)
상해의 도심 한복판 아무렇게나 걸어다니기. 신천지쪽으로 이동해서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쇼핑 위주로 돌아다녀서 사진이 그렇게 많이 없는 것 같다.
신천지 도착. 신천지는 내가 상해에서 정말 유일하게 편안함?을 느꼈던 곳인데, 나름 모던하면서도 고전적인 느낌이 잘 어우러진 신기한 곳이다. 스타벅스를 좋아해서 그런지 스타벅스가 신천지 초입에 있었던 것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저때 스타벅스 주식을 샀어야 했는데 ... 현지인들이 평가하기로는 상해에서 가장 세련된 곳이라고 한다.
스타벅스로부터 시작되는 신천지 초입을 쭉~ 걷다보면 각종 카페, 식당들이 테라스를 펼치고 있고 있어 눈과 코가 즐겁기도 했다. 서점과 카페, 식당들 말고도 골목길 골목길도 오밀조밀 잘 꾸며져 있었다.
상해식후경,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어느 식당. 정말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중국에서 맛집 검색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상해에서 뭘 먹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식사를 한 게 아니고 배가 고파서 끼니를 떼웠던 것 같다. 정말 기억에 남는 음식이 하나도 없다.
며칠간 도보여행을 했던지라 (아마도 하루에 거의 3만보씩은 걸었던 것 같다) 수고했던 우리의 두 발을 위해 선택했던 발 마사지. 마사지 샵을 따로 찾아보진 않고, 그냥 마사지 간판이 있는 곳을 찾아서 들어가기로 했다. 근데 처음에 무턱대고 들어갔다가 퇴폐 마사지샵을 들어가서 네명이서 찐 당황했던 기억이... ㅋㅋ 그때 나름 어렸던 우리는 그런데 잘못들어갔다간 어깨 형들한테 혼나는 줄 알고 황급히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도망치듯이 나갔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나름 정상인 곳으로 잘 찾아 들어가서 아주아주 시원하고 만족스러운 발마사지를 받았다. 내 생애 첫! 마사지였는데, 정말 이렇게 좋은거구나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만족하고 나왔다. (아마 중국 여행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을지도...)
마사지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어둑어둑해진 도심. 뭐 한것도 없는데 바로 밥먹으러 출동. 정말 합심해서 맛있는것좀 먹자는 의견이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무난한 햄버거를 먹으러 갔다...
KFC는 그래도 실패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에그타르트가 나오는 세트?를 시켰는데, 여기는 야채값이 정말 비싼가보다. 야채는 푸짐하게 있어야 할 햄버거가 저게 뭐람 ... 정말 실망이네...
그래도 설마 맥주는 실패가 없겠지라는 믿음하에 찾은 펍. 다같이 배고팠는지 맥주뿐만 아니라 안주도 이것저것 시켜서 배가부를 때까지 허겁지겁 먹고 정작 맥주는 많이 마시지 못했다... ㅋㅋ
상해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간다. 즐거웠다면 즐거웠고, 아쉬웠다면 아쉬운 점이 많이 남은 여행이었다. 숙소에 들어가서 이번 여행에서 느꼈던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정리하고, 중국에서의 여행이 정말 즐거웠는지? 그리고 다시 여행을 오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봤다. 대답은 No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앞으로의 전 세계의 무대가 될지도 모르는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궁금했고, 더군다나 상해는 중국 최고의 금융도시, 최고의 IT도시였기에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정말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중국이라는 나라를 단순히 상해라는 도시 하나만으로 감상하고 평가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동임에 분명하지만, 그래도 열린마음으로 소통하고 생각하면서 여러가지를 흡수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다시 오고 싶지 않은 나라가 되어 버렸다. 이번 여행을 통해 중국에 대한 많은 생각의 전환이 이루어지길 바랬는데, 많이 그러지 못했다. 도시 전체를 비추는 화려한 밤조명과 그 위로 반짝이는 빌딩의 마천루가 인상적이었고, 규모있는 호수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원, 그리고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수로마을과 골목 골목길은 정말 좋았다. 하지만 은연중에 느껴지는 지저분함과 질서없음, 배려없고 무례한 사람들의 시민의식 때문인지 다시는 여행오고 싶지 않은 나라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마치... 몸집만 큰 어린아이 같다고 해야되나.. 중국이 가지고 있는 1만년 유구한 역사가 조금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민의식이 많이 부족했고, 오히려 저런게 오만한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느껴졌다. 그래도 난 여행객이라 좋은 기분을 느끼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당국차원에서도 여행객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 될 것 같다. 중국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