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는 자유여행 하는 날.
나름 상해 안에서도 원데이 패스로 돌아다닐 수 있는 티켓을 팔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어울리지 않게 무슨 박물관을 간다고 일정을 잡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괜히 갔다는 생각밖에 안드네... 한국에서도 잘 안가는데...
인민광장? 이라는 곳에 바로 보이는 상해 박물관. 일단 일본여행 같은걸 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여행객을 위한 편의는 일단 없었다. 모든 것이 중국어로 되어있어 이해 난이도가 최상이고(물론 오디오 가이드 했다면 모르겠지만...), 상해의 역사에 대해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일단 넷 다 이런 역사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여행코스를 짰는지 모르겠다 ㅋㅋ;;
그래도 나름 규모가 있는 곳이라 다 둘러보는 데 2~3시간 정도 걸린다는데, 우리는 한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상설전시나 특별전 같은것도 종종 있다고 하는데, 이 날은 굉장히 한산했던 것 같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예원. 참고로 상해에서는 택시도 잘 골라타야 한다는 지도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다. 빨간택시, 노란택시, 파란택시 등등 택시회사가 굉장히 많았는데, 택시도 잘못골라타면 가격도 덤탱이 쓸 뿐더러 뺑뺑 돌아서 관광객들을 엿먹이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개중에서도 파란택시가 그나마 관광객들을 상대로 안전하다고는 하던데, 가격도 생각보다 만만치 않을 뿐더러 택시기사님들이 영어를 정말 무~진장 못한다. 이 날 우리가 잡은 파란 택시도 택시기사님의 인상은 좋았으나, 기본영어 소통이 많이 어려워서 곧장 가이드북에 있는 지도를 보여주며 '워 야오 취나리 예원(예원으로 가고싶어요)'라고 해서 겨우겨우 도착 했던 것 같다.
힘들게 도착한 예원. 아마 상해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아닌가싶다. 수 많은 빌딩들이 운집해 있는 상해의 한 복판에서 옛 것을 지키고 있었던 아주 멋진 공간이었다. 입구부터 아주 옛스러움이 넘치고, 낮은 건물들이 마음을 그래도 좀 편안하게 해 주었던 것 같다.
뭔가, 이제껏 봐왔던 현대사회의 전형적인 도시 이미지를 보여줬던 상해에서 이런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이런 대조적인 모습에서 오는 신선함이 좋았던 것 같다.
이 날도 역시나 습도가 엄청났었는데, 아무렴 내가 마음에 드는 곳에 올 때면 이런 짜증 쯤은 좀 참을만 하다. 다만, 여기는 분명히 도로 한복판인데, 질서 따위는 없다.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다.
예원은 16세기 명나라의 한 관료가 아버지를 위해 지은 정원이라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 아버지는 정원의 완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후 태평천국의 난 때 예원은 아예 폐허가 되어버렸고, 그 탓에 원래 규모의 40%정도만 남아 그 이후에 중국 정부에 의해 복구작업을 치뤘다고 한다. 뭐 나같은 관광객에게 있어 복구작업을 거친 저런 건물들의 이름은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그냥 상해에서 제일 괜찮았던 곳 정도로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정원을 꾸미는 요소는 연못과 나무, 그리고 수석인데, 평소에 볼 수 없는 아주 기가막힌 수석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집에서 어항을 꾸미는 나에게 있어 저런 진귀한 풍경은 눈에 담아둘 법 하다.
막상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서니, 중국과는 좀 어울리지 않게 한산했다. 사람이 없어 나를 위한 정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으나, 바깥의 도심과 비교했을때 너무너무 한산했다. 지금(2023)에 와서야 예원을 이렇게 리뷰하지만, 저 당시에도 물만 보이면 물고기가 있는지 항상 들여다 봤던 것 같다. 단순히 그냥 '연못이 있는 정원'이라는 생각보다는 특이한 모양의 돌들과 그늘을 만들어내는 수많은 나무들, 그리고 조경 수준, 인테리어 등등을 굉장히 관심있게 봤던 것 같다. 참고로, 중국인에 있어 물고기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라고 한다.
예원을 나와 상점가 쪽으로 들어서면 수~많은 상점과 식료품점들이 늘어서 있다. 가볍게 식사를 하거나 쉬어가기 좋다. 여기 밤에오면 야경이 그렇게 멋지다는데, 못봐서 조금 아쉽긴하다.
이제 예원을 떠나 난징루로 향하려 하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준비 없이 비를 맞는 것 만큼 당황스러운 순간이 없다. 꿉꿉한 날씨 때문에 소나기가 충분히 예상되는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우산을 챙겨오지 못했다.
그냥 쿨하게 맞고 가기에는 난징루를 통과해서 와이탄으로 가는 길은 거의 2km라고 한다. 비가 내리고 그치는 것은 이 곳 현지인들에게는 그냥 예사가 되었는지 우산 쓰기를 포기한 사람도 종종 보이고, 검은색 수트가 흠뻑 젖어 얼룩이 진 채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굉장히 긴~ 거리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명동거리의 4~5배 정도 되는 엄청난 번화가였고, 굉장히 고급화 된 지역으로 발전해 있던 곳이었다. 거리가 거리인만큼 저렇게 거리를 가로질러 가는 노면전차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보행가의 중심인 세기광장 옆 지오다노의 I♥SH. 이곳에서도 나의 인기는 여전하구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비를 피해 잠시 들어왔던 COFFEE COSTA. 영국에서 건너온 커피 프렌차이즈인데, 찬 음료를 찾기 힘든 중국에서 더위를 달래기 좋다. 여담인데, COSTA는 2019년에 코카콜라에 인수가 되었다... ㅎㅎ
다시 나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끔해진 거리. 비가 온 뒤라 그런지 더위도 더위고, 습도가 정말 미쳤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게 아니고 내 표정이 굳어버렸다.
난징루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이렇게 명품 시계샵들이 줄지어 있다. 최고급 브랜드 중 하나인 브레게가 눈에 띈다. 지금도 물론 브레게는 없지만, 당시에 어머니께서 선물해주신 Tissot 시계 하나 가지고 있는 나로선 신기하기만 했다.
그냥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고 내가 먼저 가는 곳이 우선이다. 신호등의 신호가 무색하다.
유람선 탑승 전 건너편 와이탄에서 찍은 상해의 동방명주와 친구들. 사진 화질이 너무 구려서 빨간색 강조만 해 봤는데, 조금 무섭네 .. 와이탄은 아편전쟁으로 강제 개항된 역사의 현장인데, 앞으로는 황푸강이 흐르고 뒤로는 수많은 '아르데코풍'의 건물들이 들어서있다. 뭔가 굴곡진 역사를 가진 곳이긴 하지만, 지금은 '세계 건축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볼 거리가 많은 거리이기도 하다.
유람선을 타고 한 10분정도? 지나니 이렇게 속속들이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예전에 말했던 것처럼 상해는 관광사업화 차원에서 이런 전력비용의 80%를 정부가 지원해주기 때문에 조명폭행은 진짜 역대급이다.
화려한 야경의 극치를 감상하는 중. 동방명주를 중심으로 그 주변을 너르게 두르고 있는 전부 모양이 다른 수 많은 빌딩들이 인상적이다. 야경이야 뭐 다 비슷비슷하겠거니 싶겠지만, 너무 화려해서 좀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ㅎㅎ;;
유람선 투어를 마친 우리의 일정은 택시에 몸만 싣게 되면 다 끝나는 줄 알았지만, 여전히 소통이 힘들었던지라 택시를 타고 10분 동안 워 야오 취나리 디스 호텔을 연발하며 힘겨운 사투를 계속했다. 결국은 나중에 택시기사가 기찻길 반대편에 잘못내려주는 바람에 20분을 더 걸어서 와야 했다는 ... 쉽지 않다... 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