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 높이에서 숙박을 했던 오늘, 그 추위는 역시나 대단했다. 새벽의 추위는 기다렸다는 듯이 날 괴롭혔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지 말고 어서 나가를 신호를 보냈다. 옆방의 Sunir와 Patrick도 일출을 보기 위해 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곤했던 탓에 조금만 더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지난 밤에 지금이 아니라면 이곳의 일출을 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용케 기억해내서 준비를 서둘렀다.
30분 거리에 있는 전망대에 가서 일출만 보고 내려오는 일정이기에, 간단하게 옷만 껴입고, 등산스틱 두 개를 챙겼다. 밤새 추위가 대단했어서 길이 얼어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별도의 랜턴을 챙겨오지 않아서 핸드폰을 들고 다니면서 플래시를 비추어야 했고, 덕분에 배터리가 소진해버렸다. 당시 갖고갔었던 핸드폰에 파노라마 기능이 있어서 일출을 보며 찍을 계획이었는데,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해가 떠오르기 전 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대단했다. 검게 그늘져 있는 산봉우리들이 남빛 하늘과 맞닿아 오묘한 경계를 이루고 있었고,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는 것을 고스란히 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초행길이었던 이 곳의 산세가 익숙하지 않아 어디에서 가장 멋진 일출을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을 했었는데, 아무렴 상관이 없었다.
드디어 드디어 구름을 뚫고 모습을 드러내는 태양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동진이나 동해바다, 그리고 부산 해운대에서 보았던 수평 너머에서 떠오르는 흔해터진 일출과는 다르게 운해로부터 시작하는 일출이었다.
항상 일출을 보러 갈 적이면 날씨 걱정을 하는 게 일이었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구름 밑의 세상 이야기이고, 신선들이 노니는 구름 위의 세상은 같은 시간에 태양이 보이고, 정해진 방향으로 움직였다. 한참을 전망대에서의 풍경으로 꽉꽉 채우다가 제일 중요한 사진을 찍어서 남겼다. 저 당시에 얼마나 추웠는지 모른다.
운해는 바람을 타고 일렁거리고, 그들을 아우르고 있는 산맥들, 그걸 내려다보는 하찮은 나. Patrick과 Sunir는 푼힐 전망대에 갔으면 후회할 뻔 했을 거라면서 이곳에 오길 천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망대 위쪽이 어찌나 넓던지 뛰어다녀도 될 정도였고, 그곳에 있었떤 사람도 우리 셋 뿐이었던 데다가 심지어 위쪽에서 푼힐(Punhill)전망대를 내려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았다. 뭔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임이 분명해서 위험이 따를 수 있었지만, 이곳의 모든 것이 나의 도전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우리는 오후의 일정을 계속하기 위해 다시 내려가서 따뜻한 차와 아침을 챙겨먹었고, 짐을 싸서 다시 갈길을 청했다. 어디인지 모르는 KHOPRA라는 곳으로 가야 했는데, DOBATO보다도 훨씬 높고 길이 험한 곳에 위치한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