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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싸이클릭샤

 

 네팔의 심장을 걷다.

 

 이른 저녁식사를 한 나는 숙소에 들어와서 이제껏 찍은 사진들을 정리할 참이었다. 불행하게도 네팔의 첫 숙소는 와이파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집에 연락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네팔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 'EVEREST'를 맛보고 곧장 잠들어 버렸다.

 좀 오래 자고 싶었다. 다섯시 쯤이었나?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둔 탓에 차가운 공기가 머리맡에 내려앉아 나를 귀찮게 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새벽부터 시끄럽게 울어대는 떼까마귀들 때문인지 몰라도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고, 때문에 오전 5시나 6시가 결코 이른 시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오늘 새 옷을 꺼내서 돌아다닐까 하다가 어제처럼 먼지를 뒤집어 쓰게 될까봐 아주 버릴 심산으로 후줄근한 옷을 입었다.

 

 

카트만두의 아침

 

 아침길은 먼지도 없고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정말 딱 이정도만 되어도 카트만두를 여행하기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요하고 사람들의 발소리만 들리는 이 거리를 걷는 게 좋았다. 인도에서 보았던 싸이클 릭샤도 보였다. 오늘은 나도 모르게 인도 생각이 났다.

 

 

아침기도 하는 사람들

 

 아침에 이렇게 기도를 올리고 지나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국가종교가 힌두인 네팔은 거리 곳곳마다 이렇게 기도를 올리는 사원이 있어 사람들은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않고 오른손을 가슴과 이마에 대는 의식을 행하거나 아예 들어가서 잠깐이라도 기도를 드린다. 사원의 곳곳에 손을 갖다 대고, 종을 쳐서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리면서 머리맡을 건물에 갖다 대어 종교적 신앙을 다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조금은 생소해서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녔지만 기도하는 모양새는 똑같거나 비슷하다. 우리는 대부분 집안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는데, 이곳의 사람들은 어떨까.

 

 

더르바르 광장가는 길

 

 더르바르 광장으로 향하는 길. 이 때 길을 못찾아서 한참을 헤맸던 기억이 난다. 거리의 노점이 앉기 시작하고 시끄러운 클락슨의 주인공들인 오토바이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은데 다들 뭔가를 하고 있다. 카트만두의 아침은 바쁘다. 거리는 지저분하고 쓰레기도 종종 보였는데, 왠지모르게 정감이 간다.

 

 

오전 8시의 한적한(?) 더르바르 광장

 

더르바르 광장에서

 

 운이 좋게 광장 입구에 닿아 거리를 서성이며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티켓 오피스에서 직원 한 명이 왔다. 750루피를 내라고 하며 티켓을 한 장 줬다. 광장 입구는 따로 없었고, 티켓팅을 한 순간부터 광장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아침이라 고요할 것이라는 상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아직 아침 8시밖에 안되었는데 사람이 이렇게나 북적인다. 더르바르 광장을 꼭 와야겠다고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원의 툇마루에 앉아 붉은색 계단과 갈색 지붕들을 보면서 고풍스럽고 심지어 우아하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다. 한 20분을 앉아 있었더니 사람이 가득차기 시작했다. 오전부터 행사가 있었나보다.

 내려가려는 찰나에 왠 꼬마 아이가 능숙한 영어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자기가 가이드를 해줄 수 있다며 돈을 달라고 했다. 이건 인도에서 많이 보던 건데, 그냥 닥치고 구걸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신사적(?)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조심스럽게 나이를 물어보니 9살이라는 꼬마아이. 그 꼬마아이가 싫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어린아이다 보니 신뢰할 수가 없어서 냉정하게 거절해야 했다. 한편으로는 돈 때문에 어린 나이에 저러는 아이가 불쌍하기도 하고...

 

 

으악! 정말 셀 수 없이 많았던 비둘기들!!

 

 더르바르 광장에서 옆으로 난 길을 쭉 따라가다보면 작은 석탑과 함께(오벨리스크인가? 흠...) 비둘기들이 정말 잔~뜩 모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놈들이 신성한 것을 아는 것인지 아니면 자리가 좋은걸 아는건지 역겨울 정도로 비둘기들이 많았다.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에서도 이렇게 많은 비둘기들이 모여 있지는 않았는데 징하다 징해. 네팔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비둘기를 싫어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놈들에게 먹이도 주고 사진도 찍는걸 보면.

 

 

정의의신, 칼 바이랍

 

땡그렁~ 소인이 왔습니다. 응답하소서

 

 

 그들은 기도하고, 티카(이마의 한 가운데 찍는 빨간 점)를 찍거나, 걸려있는 주황색 꽃잎을 머리에 뿌리거나, 저 가운데 손에 담겨 있는 물을 마시거나, 머리나 손을 갖다 대며 무어라 중얼거리곤 했다. 불교도 모르는 미래한 중생인데, 불교의 아버지 격인 힌두를 이해하려니 머리가 복잡했다. 그들이 섬기는 신은 무엇이며, 무엇을 믿는지가 굉장히 궁금했고, 그 뒤에 얽힌 이야기도 궁금했다. 네팔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가자!'하는 마음으로 온 건데, 그들이 가진 이야기와 역사를 모르니 이해하기 힘든 게 당연했다. 탈레주 사원이나 하누만도카 박물관, 꾸마리 사원 등등, 신기하고 볼만한 것들은 많았다. 모르는 자의 여행은 신비함과 궁금증으로 넘치기 마련이다. 머리는 이해를 못하되, 모든것은 가슴으로 이해하는 걸로.

 

 

바산타푸르 왕궁의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카트만두

 

 (이해는 못하겠지만 가슴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바산타푸르 왕궁에 들어간 나는 이곳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힘들겠다 생각하여 곧장 꼭대기로 올라갔다. 그 밑에 펼쳐진 카트만두의 전망 내려다보기.

 

 

바산타푸르 광장의 노점상인들. 바가지 대마왕!

 

 바산타푸르 광장에는 수많은 노점들이 있어 많은 기념품들을 팔고있다. 묵주부터, 명상에 도움이 되는 철그릇, 각종 목걸이, 팔찌, 목각제품, 청동으로 된 부다상까지. 내 관심을 끌어낼만한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워낙에 물건들이 다양해서 나와는 달리 취향에 맞게 물건을 고르고 있는 외국인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 바가지는 어찌나 씌우던지. 사는걸 말리고 싶더라 ㅠㅠ 솔직히 나도 돈의 여유만 있었으면 기념품으로 하나쯤 사 볼 의향이 있었지만, 저것들을 사서 가방속에 꾹꾹 눌러담아서 가지고 다닐 용기가 나지는 않았다. 눈만 마주치면 호객을 시도하는 노점의 직원들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지나갈 때마다 눈을 마주치며 가격을 물어보고 다녔다. 나 나쁘다.. ㅋㅋ

 

 무튼, 750루피라는 거금을 주고 입장한 나는 더르바르 광장이 주는 느낌을 최대한 흡수하고 싶었다. 아마 그 곳에 있는 노점상이며, 꾸마리 사원, 마주데비, 시바 파르바티 사원 등등. 내용은 잘 모르지만 이 광장에 있는 모든 것들을 꼼꼼하게 보았다. 모든 사원의 이름을 외고, 사원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고 이해하려면 한참이나 걸릴 거다. 바산타푸르 왕궁의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카트만두의 전경을 조망하는 것이나, 끊임없이 걸어다니면서 사람들이 하는 행동, 그리고 정말 큰 맥락으로 봤을 때 느낄 수 있는 네팔의 향기를 맡아보고 싶었다. 광장은 기대한만큼 꽤나 인상적. 파탄이나 박타푸르의 더르바르 광장도 가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박타푸르 광장 입장료는 1,500루피라는데, 현금인출기가 어디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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