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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보트투어 하기 전 입구에서

이런 여행을 와서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는 것은 사치이다. 캐리어에 고이 싸들고 온 옷가지를 보며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고 오늘은 어떤 곳을 구경할까, 어떤 음식을 먹을까(중국에서 이런 기대를 첫날 다 버리긴 했지만...)라는 기대를 하면 잠에 들 틈이 없다. 자유여행이 아닌 탓에 우리는 예정된 일정을 소화해야 했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장면들이 이러한 기대들을 충족해 줄 것이라 믿었다. 

 

오늘은 상해 근교 항저우의 인공호수인 '서호(西湖)'에서 보트투어를 하고 오후에는 동방명주 전망대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날씨는 여전히 덥고 습했지만 덕분에 사진을 찍으면 얼굴이 번들번들해 보이는 효과는 있었다. 

 

 

산책로 걷는 중 (너무 더움)

인공호수를 빙 둘러 있던 산책로는 한국의 일산 호수공원 산책로와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특별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쉼터가 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호수를 옆에 끼고 있는 만큼 심심하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다만, 산책로에는 패키지 여행(?)을 온 듯한 수많은 중국 인파들과 그로 인해 주정차중인 차량들이 뒤섞여서 정신이 없었고, 이곳의 여름은 정말 형용하기 힘들정도로 습하고 힘들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저 멀리 보이던 뇌봉탐

서호는 6.5키로미터 제곱에 달하는 인공호수로 아름다운 경관 10곳을 지칭하는 서호10경으로 유명한 곳인데, 너무 거대한 나머지 도보로는 빙 둘러 걷는 것이 힘들고(무려 15km),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우리는 1시간 코스인 유람선을 타고 둘러보기로 했다. 

 

 

오징어 2명

우린 정말 다행스럽게도 햇빛을 그대로 맞는 보트가 아닌 천장을 갖춘 '유람선'을 타고 투어했다. 모터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유람선이기에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고,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해서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에어컨까지 갖추고 있어서 잠시 더위는 잊고 여행을 했던 것 같다.

 

 

웃으라고 해서 웃었는데, 너무 더워서 정말 힘들었다

서호를 배경삼아 사진을 좀 찍으려고 바깥에 잠깐 나왔는데, 무슨 더위가 이렇게 힘이 든지... 웃으라고 해서 웃었는데 웃는게 웃는게 아니었다. 목은 마르고 땀은 온몸을 적시고 뜨거운 바람은 얼굴을 치대는 아주 더위 삼합이었다. 1위안 지폐에 새겨진 서호의 10경중 하나인 '삼담인월'이 있는 소영주로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당시에는 너무 더워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뭐 굳이 한마디로 말하자면 좋았으나 너무 힘들었다 정도....

 

 

푸동으로 가는 길, 휴게소에서

점심 먹으러 가는 길도 멀다. 버스타고 또 몇시간을 달려서 가야했다. 중간에 화장실 간다고 휴게소 같은 곳에 들렀는데, 주전부리 같은거 사먹었던 것 같다. 

 

 

겨우 이틀만에 먹은 한식인데...뭐가이리 좋았을까

학생들을 위한 배려인지 미리 예정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식집에 왔다. 나름 이쪽에는 한식집들이 모여있던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재료도 신선하고 다른 한국에서의 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맛이었다. 소불고기랑 김치찌개는 배신하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기름진 음식을 주로 먹으면 달콤짭짜름 시고 매운 한국음식이 생각난다. 특히 김치찌개. 

 

 

상해 폭스바겐 공장 입구에서

식사 후 도착한 곳은 상해의 폭스바겐 공장. 일단, 상해에 도착하고나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수많은 자동차들이 거의 대부분 폭스바겐이라는 것이었다. 정말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많았는데, 폭스바겐은 중국에 진출한 지 30년이 넘었다고 한다. 당시에(2012년) 중국에만 공장이 10개였고, 중국이라는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모두가 다 알다시피 폭스바겐(Volkswagen)은 독일어로 '국민차'라는 뜻을 가진 독일 브랜드인데, 정말 국민차!다 싶을 정도로 대중화 되어 있다.

 

 

요걸 타고 Fab 투어를 한다. (사진 촬영은 금지라고 했음)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 제조(Manufacturing) 공장이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파트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그 복잡할것만 같은 자동차들이 뚝딱뚝딱 짠! 하고 완성되는게 정말 신기했다... ㅋㅋ 당시에는 '전기자동차'라는 것이 대중화 되지 못해서 내연기관 base의 자동차들이 조립되고 있었는데, 전자공학과를 전공하는 나에게 있어서 나의 전공이 이런곳에도 응용될 수 있음을 눈으로 볼 수 있었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동방명주 입구에서

상해에서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동방명주의 야경을 꼽고 싶다. 정부가 관광산업 지원 개념으로 전력비용의 80%를 지원해 준다고 할 정도였고, 그 규모가 단순히 건물 하나에 지나지 않고, 황포강을 두르고 있는 모든 건물들이 상해의 밤을 비춘다고 했다. 슬 밤도 가까워지고 더위가 조금씩 가시고 나니 사람들이 입구에서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다. 

 

 

아시아의 빛 이라는 상해의 동방명주

동방명주는 '아시아의 빛'이라 불리는 진주(Pearl) 모양의 TV타워이다. 완공(1994년) 당시에는 아시아에서 3번째로 높은 타워였으나, 지금은 상해에서 4번째로 높은 타워라고 한다. 

 

 

왼쪽
정면

전망대의 끝까지 올라와서 내려다 본 것은 아니고, 동방명주의 3개의 구체 중 두 번 째 구체(263m)의 전망대로 올라왔다. 귀가 멍멍해지는 엘리베이터를 거의 1분?정도 타고 올라오면 도착하는 전망대. 안쪽과 바깥쪽, 그리고 바닥도 모두 유리로 만들어진, 사방이 유리로만 된 전망대에 도착했다. 올라갔을 당시에는 마침 저녁 놀이 오늘과 안녕을 고하고 있었다.

 

 

안개? 스모그?

상해는 강을 끼고 있는 탓에 심심하면 안개가 짙어진다고 한다. 정말 운이 없으면 여행기간 내내 안개가 껴서 야경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하더라. 밤이 짙어지고 조명이 들어서면서 안개가 살짝 보이긴 했지만, 다행히 걱정할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겁도없이 벽에 기대어본다

몇 장 없었던 원샷인데, 저 모양으로 서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 20대는 정말 겁이 없었다. 

 

 

상해 야경의 하이라이트, 와이탄

낮과 밤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나면 밤을 알리는 수많은 조명들이 낮을 대신한다. 어느 하나 똑같지 않았던 수백 개의 빌딩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고, 각기 다른 모양의 유람선들이 좌우로 오가며 관광객들의 심심한 시야를 끊임없이 달래준다. 밤빛의 황홀함에 녹아버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저 멀리의 사람들의 발소리나 음악소리, 자동차의 경적소리 같은 것들은 들을 수 없었지만 조명 아래 그대로 녹아있어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느낌을 주었다. 

 

 

현지인?

끝내주는 야경을 뒤로하고 아쉬움만 남긴 채, 1층에 있는 동방명주 박물관.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이었고, 어떻게 현대화가 진행됐는지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동방명주는 여러모로 가성비는 좋았다. 

 

 

중국식 샤브샤브

중국 샤브샤브 식당. 중국 음식에는 특유의 향이 있어서 힘들었던 것 같다. 

 

 

숙소에 오니 번아웃이 왔다

두 번째 날의 마무리. 3일차부터는 자유일정인데, 계획을 짜지 못해서 늦게까지 계획을 세우고 잤던 기억이 난다. 오늘도 괜찮았으니까 내일도 꽤 괜찮겠지? 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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