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쨍했던 날씨, 덕분에 기분좋은 아침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감정과 빨리 일어나고 싶은 감정이 교차했다. 조금 더 자면서 얼른 피곤함을 누그러뜨리고 싶었고, 빨리 일어나서 호텔의 곳곳을 더 누비고 싶었다. 사실 마음 속의 비중으로만 따져보면 후자가 더 우세했다. 태어나서 제일 비싼 숙소에 묵으면서 이 정도의 편안함과 안락함, 그리고 고급스러움을 언제 다시 느껴볼까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장소에 시간이라는 가치를 매긴다는 것은 아직 내가 이 숙소에 머물 수 있을만한 여유 가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다소 과분한 숙소였고, 모든 것을 누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물론 신혼여행 특수성이 있으니 이런 숙소에 묵게 됨을 감사해야 겠지만 말이다. 

 

 

아래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테이블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는 같은 건물 내에 있지는 않았다. 수영장을 지나 언덕을 올라가야 했지만, 그래도 테이블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꽤 멋져보일 것 같아서 그리 고생스럽지는 않았다. 다행히 아주 괜찮은 자리에 안내를 받았고, 뷔페음식 말고도 조식 샌드위치를 무엇으로 할 건지 주문을 했다. 가장 만만한 에그베네딕트 비스무리한거와 견과류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주문하고는 건물 안에 있는 뷔페로 들어가서 조식 만찬들을 마주했다. 

 

 

종류가 많아서 고르기가 너무힘들었음

호텔의 명성답게 조식의 종류는 진짜 어마무지할 정도로 많았다. 들어가자마자 보였던 빵/올리브/치즈코너. 그리고 꿀도 벌집을 그대로 갖다놔서 벌이 왔다갔다 하고 있었음.. ㅋㅋ 

 

 

스페인은 비건을 위한 식단이 정말 잘 되어있다.

준비된 음식을 한 피스씩만 먹어도 다 먹지 못할 것 같아서 일단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최소화...ㅎㅎ 여기서도 비건을 위한 배려는 피해가지 않았다. 

 

 

좀 덜어낸다고 덜어냈는데...

이미 채워진 그릇을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배부르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주스와 커피를 선택하라고 물어봤다... 배를 부르게 해서 죽일 심산이 분명하다...그와중에 오렌지주스는 착잡을 해서 뽑아낸건지 진짜 맛있고 상큼했음...

 

 

하몽과 스크럼블에그가 얹혀진 샌드위치와 바나나, 견과류가 토핑된 샌드위치

개인적으로 하몽이 토핑된 왼쪽 샌드위치가 극호였다. 빵이 맛있었던건지 하몽이 괜찮았던건지 전체적인 토핑밸런스가 너무 좋았다. 

 

 

마지막 산책 즐기기

내려가는 길에 마지막 산책 즐기기. 날씨의 요정이 늘 우리를 돕는지 몰라도 여행가서 날씨가 안 좋은적이 한 번도 없었다. 레지덴시아의 전체적인 톤과 쨍한 옷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여기 사는사람인 척 해보기

호텔에서 빌린 가방으로 폼 좀 내보기... ㅎㅎ 레지덴시아에서 제일 좋았던 점은 전형적인 아메리칸 호텔의 격식에서 벗어나서 최대한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다는 건데, 여기에 호텔 내부 시설도 정말 고급화를 잘 해서 그런지 너무너무 멋지게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톤 다운된 느낌은 여기에 편안함을 더했다.

 

 

이건 무슨 영화 티저같네... ㅋㅋ

호텔앞에서도 신혼여행 온 티 내보기... ㅎㅎ 우리는 호텔 주변을 실컷 산책하다가 호텔 내부에 마련되어 있는 미술관도 잠깐 들러서 작품들도 감상하고는 체크아웃을 했다.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벨몬드 라 레지덴시아

숙소의 분위기, 서비스, 그리고 편안함 모두 만점이었던 라지덴시아. 신혼여행이 아니었다면 과연 와 볼 수 있었을까? 신혼여행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왔지만 정말 나중에 다시 한 번 와보고 싶은 숙소중에 하나였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호텔유형에서 벗어나 '나의 집 같은 편안함'을 주었던 곳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눈탱이 맞아버린 우리 차...

이렇게 우리 인생 가장 좋은 호텔에서 묵었던 좋았기만 한 기억을 가지고 남쪽으로 향하려...고 했는데 호텔을 나서자마자 사고가 발생했다... 기분좋게 룰루랄라 네비를 찍고 운전을 하려고 했는데, 앞에 있던 차량이 갑자기 후진기어를 넣더니 그대로 우리 차를 받아버렸다. 한국이었으면 노발대발하며 뛰쳐나와서 이게 뭐하는거에요 라고 따지려고 했는데, 왕복 1차선의 좁은 공간이었고, 우리가 괜히 정체를 유발하는 것 같아서 앞으로 운전을 조금 더 해서 정차를 했다. 왠 떡대 좋은 여자분이 나와서 자신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미안하다고 하고는 어딘가에 전화를 했다. 

 

정말 천만 다행인거는 누군가가 다치거나 운행에 문제가 생겨서 여행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내가 다른 차량을 받은 것도 아니고 보행자를 친 것도 아니어서 엄청난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상대 차측도 정말 행운이었던 것이 렌트했던 차량 회사가 같아서 일처리가 더 쉬웠던 것 같다... ㅎㅎ 암튼 짜증은 났어도 특별히 문제가 안됐던 게 정말 다행이고 다행이었다. 

 

 

점심을 기다리는 우리, 세상 행복하다

이여사와 나는 어느덧 남부로 내려와 있었다. 마요르카에 오면 반드시 가 봐야 하는 곳 중 하나인 칼로 데스 모로(Calo des moro)라는 곳인데, 마요르카 섬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아서 이동에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낯선 가정집 앞에 주차를 하고 한참을 헤매다가 오픈한 식당으로 들어오니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아무래도 이 시간에 오픈한 곳이 여기밖에 없었나보다.

 

 

햄버거와 하몽샌드위치

우리는 햄버거와 하몽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 진짜 거짓말아니고 1시간은 기다렸던 것 같다. 우리나라 맥도날드나 롯데리아에서 패스트푸드를 한 시간 걸려서 수령했으면 진짜 난리가 날 법 했는데, 이게 무슨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인지(아니었겠지만 ^^;) 아니면 진짜 이 곳의 사람들은 주문을 받고 재료를 사러 갔다오는 건지 싶을 정도로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 그래도 많이 허기졌던 탓인지, 아니면 정말 맛이 있었던 것인지 몰라도 입에 물자마자 화가 풀리는 마법...(참 단순한 우리...ㅋㅋㅋ) 

 

 

해변가로 가는 길~

정차했던 곳이 인적이 드물어서 차 안에서 꾸역꾸역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칼로 데스 모로로 가는 길. 이여사가 챙겨준 가방에 방수팩과 수건, 그리고 스노쿨링 장비 챙겨왔다. 눈에 보이는 이정표가 하나도 없어서 구글 맵으로 숙지를 하고 방향을 터득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다행히 해변가에서 놀다가 복귀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가 맞게 가고 있는지를 틈틈히 알 수 있어서 좋긴했다. 

 

 

우리는 맞게 가고 있는걸 알려주는 표지판

얼마 안가서 발견한 표지판. Calo des moro가 무슨 뜻인지 정말 궁금한데, 아직도 그 뜻을 모르겠다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표지판의 Carrer des는 ~~로 가는 길 정도로 해석하면 되는지라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걸 알게했다. 

 

 

이제는 내려가봅시다

저 표지판을 지나니 펼쳐진 바다. 그리고 수많은 계단들. 계단을 내려가서 얼른 바다를 마주하고 싶었다. 계단 경사가 좀 대단해서 빨리는 못내려가는 중 (무릎 보호)

 

 

이여사 어디보고 계신거에요?

드디어 마주한 칼로 데스 모로. 여기가 너희를 위한 수영장이다라고 하는 것처럼 네모난 모양의 풀은 참 인상적이었다. 바로 안쪽에 나 있는 모래사장에서는 사람들이 볕을 즐기고 있고, 옅은 파란색 물빛이 수심이 그다지 싶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우리도 얼른 동참하고 싶어 벼랑길(?)을 내렸갔다. 생각보다 길이 험준해서 내려가는 길은 조심을 해야 했다. 한국처럼 여기가 길입니다~ 라고 해주는 친절함은 없어서 사람들의 흔적을 따라가야 했다.

 

 

추워하는 중

햇빛이 짱짱했는데 바닷물은 꽤 차가웠다. 발만 살짝 담그고 몸에 물을 찹찹 뿌려주고 들어갔음에도 물 자체가 차갑고 물 밖으로 나오면 바닷물이 증발해서 추운게 더했다. 차라리 바닷물에 계속 들어가 있는게 낫겠다 싶었음.. ㅎㅎ 

 

우리 둘이 사진 찍어주고 있으니까 어떤 사람이 우리가 커플인 것을 알았는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난 외국인들의 사진찍는 실력은 절대적으로 불신하는데, 그래도 사진이 없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핸드폰을 건넸는데, 생각보다 잘찍힘!

 

 

Selfie

해변가에서 1차 wave를 마치고 조금 쉬는중. 이번에는 상탈을 하고 스노쿨링을 해보기로 했다(상의를 입고들어가면 공기가 입수를 방해해서) 어쩔수없이 ^^;

 

 

스노쿨링 장비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분명히 집에서 시연을 마치고 왔는데 아직 스노쿨링 장비가 익숙하지 않았다... ㅎㅎ 눈쪽에 물이 자꾸 스며들어와서 따가운것을 참고 하려니 너무 빡세서 계속 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 우리가 꿈꿨던 몰디브 수준의 청명한 물색깔과 다양한 물고기들은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다양하고 많은 물고기 떼 들을 볼 수 있었다. 

 

 

33세 한창 호기심 많은 나이

혹시나 다른 갑각류나 신기한 생물들이 없는지 살펴보는 33세 ㅎㅎ 근데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음.. ㅋㅋ 몸에 있는 물이 마르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쌀쌀해져서 이제 정리하고 올라가보기로 했다.

 

 

다시 돌아가는 길

다시 차로 돌아가는 길. 마냥 맑고 화창한 날씨인 줄 알았는데 구름이 살짝 끼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이 꽤 길고 바람도 불고 해도 짱짱해서 그런지 주차해 둔 곳에 도착하니 옷이 다 말라버렸다. 숙소는 해변가와 가까이에 있었고 도로변에 입구가 위치해 있어서 찾는데 좀 애를 먹었다. 

 

 

우리 방의 입구
방 구조가 신기함 ㅋㅋㅋ

1층으로 배정받은 우리는 (애초에 2층까지밖에 없음) 서둘러 짐을 풀었다. 샤워부스랑 좌변기는 문으로 분리가 되어 있었는데, 세면대랑 욕조가 이렇게 방이랑 문 없이 이어지는 구조였다 신박한 방 구조 때문에 요리조리 둘러보고 어매니티가 뭐가 비치되어 있는지 구경하다가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섰다. 오늘 물놀이 실컷해서 몸이 부르틀만도 한데 5성급 호텔에 머무르는 이상 포기할 수 없었다... 

 

 

방을 나서니 바로 보이는 호텔의 풀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덕분에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선배드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가 풀 쪽을로 다가가니 호텔 직원이 자리를 안내해주었고, 웰컴드링크(샴페인)를 마실 것인지, 수건은 여기 있고, 저기 안쪽에 Gym이랑 indoor pool이 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햇빛이 들지않는 선배드

햇빛은 들지않아 좋았지만(?) 뭔가 뜨끈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던 선배드 ㅎㅎ 그래도 칼로데스모로에서 햇빛을 실컷 쐬고 온 탓에 쉬엄쉬엄하자 싶었다

 

 

Can ferrereta의 모든 것 즐겨보기

 

그래도 왔는데 풀에 몸은 좀 담가보고 웰컴드링크 마시면면서 즐겨보기. 우리는 바깥에서 웰컴드링크 마시고 실컷 사진찍다가 indoor pool에서도 실컷 물놀이를 즐겼다. 사실 바깥에 있는 pool이 조금 차가워서 indoor로 들어갔는데, 물이 따뜻해서 놀기 좋았음.. ㅎㅎ 이 여사 수영도 가르치고 오늘 제일 열심히 물놀이 했었다. 

 

 

오늘 저녁은 50%만 성공임

주변에 밥을 먹을만한 인프라가 마땅치 않아서 과감하게 호텔 디너를 선택했는데, 스테이크는 뭐 고기니까 당연히 맛있게 먹었으나 저 비트로 만든 음식은 충격과 공포였다. 육식으로 다져진 우리 식단에 있어 몸 안에 있는 독소를 강하게 때려서 그런가? 내가 웬만하면 음식을 남기지 않는데, 나를 굴복하게 했다...그래도 이 여사와 함께 오늘 찍은 사진들을 리뷰하면서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

 

 

도로변에 위치한 호텔의 입구

오늘은 마요르카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우리에게는 휴양만 하는 여행이 익숙하지 않아서 지루하고 재미 없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놀고먹고 하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네. 신혼여행이 아니어도 우리 이런 여행도 종종 하자구 이여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