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처럼 주변의 식당에서 제대로된 아침도 먹지 못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실수로 숙소를 1박을 덜잡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있던 숙소에서 옮겨야 했고, 다행히 바로 앞에 위치한 다른 숙소로 옮겨갈 수 있었다. 옮긴 숙소에 부랴부랴 짐을 맡기고 론다를 가기 위해 밖을 나섰다. 쌀쌀한 아침바람을 맞으며 과달키비르 강의 산책로를 걷는 길.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흔한 산책길이라지만 150살도 더먹은 다리를 보고 걷는 기분은 한국사람들에겐 좀 낯설기만 하다. 1852년에 완공된 이사벨 2세 다리는 낮보다는 조명이 잘 뒤섞인 밤에 와야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우리의 동동걸음과 함께 햇빛이 천천히 들이치기 시작하는 모습도 장관이었다. 마치 우리가 걸음을 옮기는 만큼 이곳의 아침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어제 산 세..
우리는 아침 느즈막이 일어났다. 여행 계획을 열심히 세운만큼 하루 2만보는 기본이고 피곤함은 덤으로 얹고가는 우리의 여행에서 아침 기상만큼 순탄치 못한 것은 없었다. 습관처럼 아침8시에 눈이 떠지다가도 오늘 출근을 안해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다시 눈을 붙이고나면 한 시간은 훌쩍 가 있었다. 그래도 하루를 시작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아침식사를 빼놓을 수 없어 호텔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세비야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게, 내가 가 본 도시 중에서 먹부림하기 가장 좋은 도시라서 아침식사 할 수 있는 곳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전에 호텔 주변을 돌아다니다보니 '엘 데자유노(El desayuno)'라는 팻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직역하면 아침식사라는 뜻인데, 스페인의 식문화에서 말하는 가장..
전날 과음을 한 탓도 있겠지만, 아침에 일어나기가 정말 싫었다. 포르투갈에서의 마지막 날이라는게 너무나 아쉬웠고, 시간을 조금 더 할애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였다. 그만큼 새로운것에 대한 기대만큼 포르투갈을 여행하며 느꼈던 만족감이 대단했던 것도 있었고, 신혼여행의 첫 여행지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더더욱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을 열심히 챙기고 다음 여행지로 갈 준비를 했다. 준비하며 아침 대신 간단하게 먹었던 파스테이스 데 벨렘의 나타. 전날 샀음에도 불구하고 눅눅함 없이 페스츄리의 바삭함과 꾸덕꾸덕한 노른자의 식감, 그리고 달작지근한 맛은 포르투갈과의 안녕을 아름답게 하기에 충분했다. 리스본을 떠나며. 언덕에 층층이 자리잡은 건물들이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였다. 예전에 이탈리아의 친퀜테레나 ..
결혼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지만, 결혼을 축하하는 메세지는 언제들어도 기분이 좋고, 마치 정말로 새로운 시작을 축하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숙소를 예약하면서 Honeymoon이라는 코멘트를 꼭 넣었었는데, 저런 기분좋은 메세지카드를 주었던 숙소도 있었고, 침구류에 꽃잎으로 하트를 만들어 주거나, 달콤한 디저트를 선물해주는 숙소도 여럿 있었다. 사실 이여사에게 이런 이벤트같은 순간들을 매일매일 만들어주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매일매일이 이벤트의 연속이었다 (굳이 내가 준비하지 않아도 ㅎㅎ) 어제 폰토 파이날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마트에서 과일과 요거트, 그리고 이것저것 주워담았던 스낵과 빵으로 아침을 간단하게 때웠다. 예전에 유럽에서 돈이없어서 값싼 요거트로 끼니를 때우던 게 생..
신혼여행의 어원에 대해서는 말이 참 많다. 신혼여행(新婚旅行), 허니문(Honeymoon) 그리고 밀월(蜜月)여행. 신혼부부가 한 달 동안 꿀 술 등의 음료를 마시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신혼의 한 달이 가장 달콤한 때라는 뜻에서 유했다는 설이 있다. 혹자는 달도 차면 기운다는 속담을 신혼 생활에 비유하곤 하는데, 신혼의 한 달은 꿈처럼 달지만, 그만큼 금방 식어간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결혼식 직후에 출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는 코로나 등의 여러가지 이유로 1년이나 늦게 출발을 하게 되었다. 1년 동안 많은 것들을 서로의 일상에 양보하고, 때로는 열심히 일하며 이번 신혼여행을 준비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번 여행이 무언가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고, 행복하고 ..
점심을 거하게 해결한 우리는 와이너리 투어를 위해 도우 강 건너편으로 향했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동루이스 다리를 건너야 했고, 도우강이 흐르는 모습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도보다리를 이용했다. 조금 무서워서 카메라를 꺼낼 엄두를 못냈어서 유감스럽게도 사진이 없다... ㅎㅎ;; 동 루이스 다리의 아랫부분은 도보와 차량이 이동하는 곳이고, 상단부는 트램과 도보가 같이 있는 다리로 구성이 되어있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아래의 통행로가 보수공사중이라 보행자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통로 밖에 없었다. 다리를 건너고 안도하는 이여사. 사실 이 때 즈음에 너무 많이 걸어서 지친것도 있었고, 포르투 공항에 도착한 짐을 언제 찾으러가야 하나 초조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날씨가 슬슬 더워지면서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둘 다..
어제 포르투에 막 도착했을 때에는 숙소를 어떻게 찾아가지라는 걱정보다 우리의 캐리어를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더했다. 숙소에 도착하고 백팩에만 있는 짐을 풀고 바로 저녁식사를 하러 간 탓에 숙소가 이렇게 예쁘다는 것도 몰랐다. 우리가 포르투갈에서 예약한 숙소들은 모두 에어비앤비 형식의 숙소였는데, 로컬 주민이 된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구를 개고,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고... 숙소 바로 앞에는 포르투 대성당이 있어서 그런지 우리가 일어날 때 즈음에는 모여든 인파로 시끌시끌 했다. 어제 일류의 하루(?)를 보낸 우리는 한편으론 불편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한 채 잠에 들었었다. Baggage Claim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의 캐리어가 가능한 한 빨리 와주었으면..
솔직히, 난 아직도 캐리어를 들고 여행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사실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나이이긴 한데, 백팩보다 훨씬 편함에도 불구하고 백팩을 선호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백팩을 메고 끙끙거리며 여행하던 시절을 추억하는 나이가 되어버린건지, 아니면 두 팔과 다리가 자유로운 여행을 선호하는건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짐을 적게 가져가는 걸 좋아해서 그러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백팩여행 하는 걸 워낙 좋아하다 보니 내 주변의 사람에게도 (피해자: 내 아내...) 백팩을 메고 가는 것을 권유(강요 아님!!)하고 있다. 근데 특이하게 백팩이 주는 뭔가 오묘한 매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조금 더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도 있고... 아무튼 우리는 백팩과 캐리어를 모두 가져가기로 했고, 이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