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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너무나 아쉬워 추가로 구매해 온 파스테이스 데 벨렘의 나타. 돈이 아깝지 않았다.

전날 과음을 한 탓도 있겠지만, 아침에 일어나기가 정말 싫었다. 포르투갈에서의 마지막 날이라는게 너무나 아쉬웠고, 시간을 조금 더 할애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였다. 그만큼 새로운것에 대한 기대만큼 포르투갈을 여행하며 느꼈던 만족감이 대단했던 것도 있었고, 신혼여행의 첫 여행지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더더욱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을 열심히 챙기고 다음 여행지로 갈 준비를 했다. 

 

준비하며 아침 대신 간단하게 먹었던 파스테이스 데 벨렘의 나타. 전날 샀음에도 불구하고 눅눅함 없이 페스츄리의 바삭함과 꾸덕꾸덕한 노른자의 식감, 그리고 달작지근한 맛은 포르투갈과의 안녕을 아름답게 하기에 충분했다. 

 

 

언덕 위로 짙게 드리운 구름들

리스본을 떠나며. 언덕에 층층이 자리잡은 건물들이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였다. 예전에 이탈리아의 친퀜테레나 페루의 쿠스코에서 봤던 도시들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아파트 숲에서만 살던 촌사람이라 이런 '마을스러운' 건물들의 배치가 참 예쁘고 멋지다.

 

 

세비야로 향하는 비행기(좌), 기내에서 제공된 간단한 스낵(우)

다행히 제시간에(?) 도착한 우리는 별 탈 없이 세비야행 TP airline 비행기에 탑승했다. 리스본에서 세비야까지는 두어시간 정도였는데, 간단한 스낵이 제공되었다. 단순히 과자일꺼라고만 생각했으나, 같이 곁다리로 제공된 소스가 정말 놀라울정도로 맛이 좋아서 깜짝놀랐고, 너무 인상적이라 이름까지 기억해서 왔다. '홈무스(Hummus)'라는 소스인데, 병아리콩, 타히니, 올리브기름, 레몬 즙, 소금, 마늘 등을 섞어 으깬 소스이고, 레바논이나 이집트 등 중동의 향토 음식이라고 한다. 식감은 흘러내리는 느낌의 소스는 아니고 모스 형태의 되직한 형태인데, 처음에는 메쉬드 포테이토인가? 싶었는데, 고소하고 살짝 스파이시한 맛이 굉장히 생소했으나, 끝내주게 인상적인 소스였다. TP airline 칭찬해...

 

 

이번에는 항공문제도 없고, 수하물 문제도 없었다...!

세비야에 무사히 도착했음을 기념하는 기념샷(?)... 이미 세비야가 초행길이 아니라는 점에서 나의 발걸음은 이미 자신감이 넘쳤다. 근데 그것도 무려 10년 전 이야기...공항버스를 타고 우리가 예약한 숙소 근처로 가는데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25분 정도를 탁 트인 고속도로를 달리니 어느덧 숙소 앞까지 왔다. 요즘은 구글지도가 다 알아서 해주니까 참 편하고 좋은데, 옛날에는 정말 어떻게 다녔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세비야에 있는동안 머물렀던 ALFONSO X 호텔

예전에 동생과 유럽여행을 하던 시절에 스페인 남부지방인 안달루시아를 여행하면서 세비야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 좋았던 여행지를 위주로 이번 스페인 여행의 테마는 누구보다도 더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동선을 짜는 것이 중요했다. 더군다나 세비야는 가볼만 한 곳이 원체 많아 위치를 고르는 데 한참을 고민했던 것 같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세비야 대성당 근처에 위치한 HOTEL REY ALFONSO X. 구글 평점도 좋고, 근처에 괜찮은 식당과 관광지와의 접근성이 좋아서 우리가 여행하기에 제격이었다. 

 

 

돼지고기 타다끼, 빠에야

숙소 바로 앞에는 'El Pasaje'라는 식당이 있었다. 스페인어로 직역하면 '통로'라는 뜻이었는데, 위치가 정말 모든 관광지로 통하는 통로에 위치해 있었다. 구글 평점 역시 좋아서 숙소에 짐을 풀고 부리나케 달려나왔다. 스페인에서의 첫끼였는데, 여행에 든든함을 더해 줄 탄수화물이 듬뿍들어있는 빠에야, 그리고 이베리코 산 돼지로 요리한 돼지고기 타다끼를 주문했다. 살면서 소고기 베이스의 육회나 미디움 레어의 굽기로 익힌 소고기는 많이 접해봤으나, 돼지고기를 베이스로 한 타다끼는 처음 먹어봤다. 이러한 우리의 새로움에 대한 간지러움을 깨주기라도 하듯,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말캉한 훌륭한 식감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빠에야는 10년 전에 스페인에서 많이 먹었던 맛 그대로였다. 

 

 

스페인에 왔다면 틴토 데 베라노(Tinto de Verano)는 빠질 수 없는 기본 '음료'다.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렸던 틴토 데 베라노(Tinto de Verano)를 마시는 날... 틴토 데 베라노는 레드와인과 탄산음료, 그리고 간단한 과일류를 섞어서 만든 일종의 칵테일인데, 술이라기보다는 거의 음료에 가까울 정도로 달콤하고 신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산뜻한 맛이다. 오늘을 시작으로 매 끼마다 마셨던 것 같다. 

 

 

플라멩고 공연 시간표!

밥을먹고 곧장 플라멩고 공연을 보고자 했으나, 17:30은 이미 매진이라고 다음 스케쥴을 추천해주더라. 19시 티켓을 예매하고 주변의 관광지를 대충 둘러보기로 했다. 티켓팅하는 곳에서 세비야 대성당까지는 2분 거리라 더더욱 가볼만 했다. 

 

 

세비야 대성당의 이여사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세비야 대성당의 웅장함은 말해 뭐할까. 한 바퀴 주욱 도는데에도 한참이 걸리고 그 주변을 두르고 있는 상점가와 틈틈히 지나가는 트램, 그리고 따각거리는 마차소리를 듣는것도 재미있는 여행의 요소들이었다. 일 끝나면 바로 맥주부터 마시러 갈 것 같은 배가 이따만큼 나온 아저씨들은 우리랑 눈만 마주치면 호객을 하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우리는 여유있게 한 바퀴 돌며 내일 가게 될 세비야 대성당의 자태를 즐기기만 했다.

 

 

이제 우리 맥주마시러 갈까? 라고 말하는 중

세비야 대성당을 한바퀴 걷고나니 목이 좀 말랐나보다. 저기 골목길을 테라스 좌석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복닥거림을 듣고있자니, 맥주가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운 날 시원한 맥주만큼 훌륭한 즐거움은 없다

테라스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자리가 나는대로 무작정 앉은 그곳에서 안주도 없이 맥주만 무작정 마셨다. 두 달 동안 미친듯이 식단하고 운동했던 우리를 기념이라도 하며 생각날 때마다 음주를 쉬지 않는 중 ... 

 

 

공연 시작

예약한 공연은 정해진 좌석은 없었고, 안내 받아들어가는 순서대로 앉는 방식이었다. 가운데에 널따란 스테이지를 두르고 있는 좌석들이 우리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이었고, 공연하는 사람들이 아주 잘 보일만큼 가시성이 매우 좋았다. 

 

플라멩고(Flamenco)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통적인 민요와 향토 무용, 그리고 기타 반주 세 가지고 일체가 되어 형성하는 민족예술이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이 지방의 개성적인 민족 감정과 기백이 풍부하고 힘차게 표현되는 것이 주요 관전 포인트이고, 보통은 남성/여성무용가, 남성/여성가수, 그리고 기타리스트로 구성이 되는데, 장단을 맞추어 소리지르는 관중도 플라멩고를 구성하는 한 요소라고 한다. 남성/여성가수 역할을 하는 분들은 화려하고 상쾌하면서도 애수가 담긴 특이한 매력을 가진 음색을 가지고 있었고, 기타리스트는 공연의 분위기에 급격한 변화를 줄 수 있는 뛰어난 기교가 인상적이었다. 여담으로 플라멩고는 연주나 민요, 무용의 악보가 존재하지 않고 모두가 구전되고 암기되어 연주가 된다고 한다. ㅎㅎㅎㅎ

 

 

라스트 앵콜공연 (촬영이 가능하였음)

뭐니뭐니해도 남성/여성 무용가의 안무가 끝내주었다. 탭댄스를 베이스로 남성/여성 안무가의 화려한 발재간이 정말 주요하게 볼만한 재미요소였고, 특히 여성 안무가의 경우는 하반신에 착 붙는가 싶다가도 아래로 갈수록 넓게 펴지는 밑통이 넓은 치마가 움직일 때마다 흩날리는데 공연을 더 신나게 하고 화려하게 보이는 데 한 몫을 했던 것 같다. 10년 전에 돈이 없어서 플라멩고를 못 본 한을 드디어 풀었네... 

 

비록 스페인어가 능숙하지 않아 공연에서의 가사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가수들의 음색과 독특한 비트, 그리고 예상할 수 없는 전개와 눈을 즐겁게하는 안무의 전개를 보는 것만으로도 돈 값 하는 공연이었다. 

 

 

세계 최대 목조건물인 메트로폴 파라솔(Metropol Parasol)

공연을 마치고 잠에 들기는 아쉬워 무작정 갔던 메트로폴 파라솔(Metropol Parasol). 메트로폴 파라솔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축물로 알려져 있는데, 거대 버섯을 모티브로 한 이 건축물의 원래 이름은 '라스 세타스 데 세비야(Las Setas De Sevilla: 세비야의 버섯들)'이라고 한다. 일몰 시간에 맞춰오면 도시 저편으로 넘어가는 일몰을 구경하기 좋은 장소라고도 한다. 일몰까지는 아니어도, 도시마다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I♥Sevilla와 함께 사진을 남겼다. 전세계에서 사진을 가장 잘 찍는 민족은 한국인이라고 생각해서 웬만하면 사진을 부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떤 백인 외국인들이 자기네들 사진을 찍어주고 나니 자청해서 찍어준다고 하기에 한번 맡겨보았다. 수평이 맞은 것만으로도 상위클래스 사진 실력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백인 친구였다. 

 

 

숙소 근처의 La Bartola라는 식당에서 주문한 많은 양의 타파스들

다시 숙소 근처로 돌아온 우리는 늦은 저녁을 타파스로 해결하기로 했다. 타파스(Tapas)는 식욕을 돋우어 주는 식전 에피타이저의 일종인데, 특히나 세비야는 그 종류가 다양해서 여행 내내 먹어도 다 먹어볼 수 없을만큼 다양한 종류의 타파스를 즐겨볼 수 있는 곳이다. 어느 식당에 가던 기본으로 제공되는 빵(바게트 등)에 얹어서 한입에 넣는 방식으로, 해산물, 육류, 그리고 다양한 야채와 치즈로 구성된 음식을 기호에 맞게 주문하면 되었다. 한 그릇 식사라는 느낌보다는 간식이나 안주같은 느낌이 강해서 시간에 구애를 받는 여행자들에게 아주 적격인 음식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음식을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매력적인 음식이었다. 역시나 빠질 수 없는 틴토 데 베라노와 함께 타파스의 매력에 퐁당 빠진 채로 저녁식사는 이렇게 마무리 해본다. 

 

스페인에서의 첫 날밤이 이렇게 저물어 간다. 피곤함은 덤이지만, 내일 제대로 된 세비야 탐험을 위해서 힘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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