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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예뻤던 우리 숙소

어제 포르투에 막 도착했을 때에는 숙소를 어떻게 찾아가지라는 걱정보다 우리의 캐리어를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더했다. 숙소에 도착하고 백팩에만 있는 짐을 풀고 바로 저녁식사를 하러 간 탓에 숙소가 이렇게 예쁘다는 것도 몰랐다. 우리가 포르투갈에서 예약한 숙소들은 모두 에어비앤비 형식의 숙소였는데, 로컬 주민이 된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구를 개고,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고... 숙소 바로 앞에는 포르투 대성당이 있어서 그런지 우리가 일어날 때 즈음에는 모여든 인파로 시끌시끌 했다. 

 

 

오? 진짜?

어제 일류의 하루(?)를 보낸 우리는 한편으론 불편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한 채 잠에 들었었다. Baggage Claim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의 캐리어가 가능한 한 빨리 와주었으면 했고, 그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에어프랑스로부터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이른 새벽에 우편함의 편지통마냥 도착해 있던 이메일 한 통을 보고 좋아 죽는 강아지마냥 아내를 깨워 이 소식을 전했다. 덕분에 우린 아주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좋은 소식과 좋은 날씨로 시작한 포르투 2일차, 숙소 앞에서

숙소는 도우 강 쪽의 히베이라 광장과 다른 관광 명소가 몰려있는 도심 주변의 정 가운데 위치해 있어서 접근성이 너무 괜찮았던 것 같다. 숙소에서 동루이스 다리와 도우강을 감상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으나, 광장쪽으로 내려가서 쉽게 볼 수 있었어서 그렇게 나쁜 위치는 아니었던 것 같다. 

 

 

뭘 꼬냐보냥~

내려가는 길에 보았던 길냥이. 먼 곳에서 찾아온 아시안 닝겐이 신기했나보다. 

 

 

돌담과 돌계단 너머에 도우강이 보인다

아침이라 그런지 태양은 높지 않았으나, 햇빛이 꽤나 강렬했는데, 옛날 그대로의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높은 돌담길이 우리가 편하게 내려갈 수 있도록 방패 역할을 해 주었다. 한국에 있는 잘 정렬된 구획과 아파트들을 오래 봐 와서 그런지, 이런 돌담길을 보면 뭔지 모르겠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관광도시 답지 않게 쓰레기도 없고, 골목길도 깔끔했다. 

 

 

첫 일정은 아침식사! 우리가 예약한 숙소들은 모두 에어비앤비 형식이고, 조식이 제공되지 않는 옵션이었기에 매 아침마다 아침식사 할 장소를 찾아야 했다. 사전에 찾아 둔 곳은 Nata Sweet Nata라는 곳인데, 해석하면 '크림 단 크림'이라는 뜻 이었다. 모두가 알겠지만, 포르투는 에그타르트의 발상지이고, 맛 또한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고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공감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나는 뭐든 경험하고 이해해야 하는 편이라서 포르투에 오면 무조건 세 번 이상은 먹겠노라고 다짐을 했었는데, 그 시작이 바로 오늘이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 것처럼, 포르투에서의 에그타르트의 시작은 반드시 맛있어야 했다. 

 

 

무심하게 던져진 크로와상과 치즈, 햄,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Nata

종업원의 친절한 서빙을 시작으로 식사 대용으로 먹을 크로와상과 햄/치즈, 그리고 라테를 시켰고, 과일 대신 과일의 신선함을 대신하는 생과일 쥬스를 시켰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에그타르트(이하 나타라고 통칭). 외관 상 한국의 그것들과 다를 것은 없었으나, 방금구워져서 나온 덕분인지 때깔이 단정했고 그 향 또한 훌륭했다. 종업원은 기호에 따라 시나몬이나 설탕을 더해서 먹으라고 조언해주었으나, 일단 있는 그대로 맛보고 싶어 한 입 베어물었다. 

인생의 광명을 찾았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섬세한 차이를 느끼진 못했지만, 겹겹이 쌓여있는 페이스트리의 식감이 대단히 좋았고, 쫀쫀-꾸덕-(적당히)달달구리 했던 흘러내릴 염려안하고 아주 편하고 맛있게 먹었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놀란 우리는 더 시켜볼까 한참을 고민했지만, 다른 나타집도 가보기로 결심하고 눈물을 머금고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의 대부분의 평이 '적당히 달다'였는데, 단 종류의 디저트를 선호하지 않는 우리 입맛에 딱 맞았던 이유였던 것 같다. 나중에 포르투에 가게 된다면 무조건 다시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 비단 도우 강변 바로 옆에 위치한 장점 뿐만 아니라 맛 또한 훌륭해서 아침을 즐기기에 최고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히베이라 광장의 아침

어제 저녁에 기운없는 상태로 맞이했었던 히베이라 광장. 아침에 와 보니 도우강을 끼고 조깅하는 사람들,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 자체만으로도 멋있었던 포르투 상벤투 역에서

포르투의 가장 상징적인 역인 상 벤투(San bento)역에 도착했다. 17세기 정도에 지어진 이 역은 포르투 근교로 이동하는 시작점이기도 하고, 역 로비 안쪽을 두르고 있는 아줄레쥬 타입의 타일들이 관광객의 눈길을 끄는 곳이다. 기차역 답지 않은 화려한 내부장식이 놀라웠다. 관광 명소답게 로비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어 사진을 찍기 힘들 정도다. 

 

 

상 벤투 역 플랫폼에서

상 벤투 역은 기차역 답지 않은(?) 분위기 덕분에 포르투 스냅을 촬영하는 포토 스팟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지붕이 막혀있는 돔 형식의 플랫폼이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하드 워킹(Walking) 일정

우리가 계획한 일정은 꽤 타이트 했는데, 포르투가 이렇게 좋은 도시일 줄 알았다면, 다른 도시의 일정을 줄이고 포르투 일정을 넉넉하고 여유있게 짰을 것 같다. 지금 다시봐도 너무했다 싶을 정도로 첫 도시부터 스퍼트를 너무 많이 올린 탓에 포르투에서의 걸음 수가 3만보에 육박했다. ㅋㅋㅋㅋ 미안하다 내 아내여

 

산투 일드폰수 성당은 일정에는 없었으나, 그냥 외관만 구경해보자 하는 마음에 잠깐 들렀고, 원래는 마제스틱 카페(Majestic Cafe)를 갈 생각이었다. 해리포터의 원작자인 J.K.롤링이 즐겨가던 카페라고 해서 어떤 느낌일지 좀 궁금했다. 1923년에 문을 열어 올해로 딱 100년이 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카페이기도 하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 Top10에 선정된 카페라고 해서 그 궁금증이 더했던 것 같다. 

 

 

내부라도 구경하고 싶은 나의 마음과 같은 사람을 찍은 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가 어제 하루를 비행기 소동으로 날려먹은 덕분에 자연스럽게 첫째날의 일정이 오늘로 밀렸는데, 마제스틱 카페는 오늘 휴무일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기분좋게 왔다가 건물의 바깥모습만 볼 수밖에 없었다 ㅠㅠ 너무 아쉬웠다. 

 

 

산타 카타리나(Santa Catarina) 거리에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걷고 또 걷기. 포르투의 최대 번화가라고 불리는 산타카타리나 거리. 세계 각국에서 방문한 관광객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오늘 스냅샷 일정까지 캐리어를 찾지 못하면 옷을 전부 다 새로 구매를 해야했는데, 정말 살까말까 한참을 고민했던 곳이기도 하다. 초조한 나머지 중간중간 이메일 체크, 항공사 Claim process 진행상황을 계속 모니터링 했던 것 같다

 

 

포르투의 대표 나타 카페, 만테이가리아(Manteigaria)에서

걱정과 초조함, 그리고 마제스틱 카페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찾은 곳은 만테이가리아(Manteigaria). 만테이가리아의 카페명 아래에는 'Fabrica de Pasteis de Nata'라고 적혀있는데, 포르투갈어를 잘 모르는 내가 그냥 직감적으로 해석한 바로는 공장 de 페르츄리 de 나타, 크림 페이스트리를 만드는 공장? 정도로 해석이 되었다. 들어가면 카페 안에 진동하는 달달구리 페이스트리 향기와 함께 나타의 제조과정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장면이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YUMMM

만테이가리아의 한줄평은 '맛있으나 우리에겐 좀 달다'였다. 조금 더 단 것을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최적의 나타일듯 싶다. 저 때 커피가 없어서 아쉬웠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알리아도스 역 근처에 있는 시청쪽으로 향했다. 원래 일정은 만테이가리아 바로 옆에 위치한 볼량 시장에 들러 시장구경도 하고, 포르투에서 맛볼 수 있는 식전주인 '진자냐(체리주)'를 맛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일요일에는 휴무였다 ㅠㅠ 어제 봤었어야 했는데...

 

 

사진작가 아님

포르투 시청사에서 Porto 심볼을 배경삼아 사진도 찍어본다. 근데 대기 줄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서 기념촬영 정도로만 남겼다. 나 왤캐 사진작가처럼 나왔지..

 

 

신난 이여사(좌), 성낭 내부(우)

카르모 대성당에서. 원래 우리는 여행중에 최소 한 번은 미사를 드려보자고 약속을 했었다. 어제 일정이 밀리지 않았다면 숙소 바로 옆 포르투 대성당에서 9시에 미사를 드리는 일정이었는데, 일정이 밀려버리는 바람에 다음 여행지에서 미사를 드리는 것으로.. ㅠㅠ 아쉬운대로 카르모 대성당 안에 들어가니 나름 미사를 하고 있었어서 늦었지만 들어가봤다. 

 

 

포르투의 가장 핫 한 장소중 하나인 렐루 서점

J.K. 롤링이 감명을 받았다는 장소 중 하나인 렐루 서점. 포르투의 가장 핫 한 장소이기도 하고, 예약없이 들어가려면 정말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예 일정에서 제외해버렸다. 아~ 예쁜 서점이겠구나 싶어서 그냥 넘어갔던 것 같다.

 

 

행복한 이여사

렐루서점을 지나 클레리구스 종탑이 보이는 장소로 가는 중. 오후를 만끽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공원을 지났다. 태양이 저만치 높아져서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포스팅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여기 대학교라고 한다 ㅋㅋㅋ 

 

 

우리가 픽했던 통조림

태양을 피해 종탑 아래에서 지나가는 트램을 보며 한참을 있다가, 바로 앞에 위치한 Casa Oriental이라는 곳에 들렀다. '통조림'이라고 하는 것부터 일단 기념품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은데, 무슨 통조림 샵이 이렇게 화려하다 싶을 정도로 상점 내부는 아주 블링블링 화려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원살코기 참치의 참치캔을 블링블링하게 디자인 한 것인데, 한 번 먹고 버리는 통조림들을 왜이렇게 신경쓰고 마치 리미티드 에디션처럼 해 두었나 좀 궁금했다.

 

통조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는 여기저기 사진 찍고, 디자인이 괜찮은 통조림 캔이 뭐 있나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성당이 예쁘게 디자인 된 통조림을 집어들었다. 그래도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과 내구성이 괜찮은 덕분에 기념품으로 괜찮을 것 같았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형적인 이점과 더불어 오랫동안 보관할 방법을 고민하고 이것에 디자인을 입혀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으로 내놓았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도 김 같은거를 고급화해서 기념품으로 팔았으면 좋겠다. 

 

 

포르투의 기념품 중 하나인 정어리 통조림

우리가 선택한 통조림을 계산대에 가지고 갔는데, 직원이 이게 혹시 뭔지 알고 집었냐고 물어봤다. 그냥 디자인이 괜찮아서 집어들었다고 대답하자 'Come on'이러더니 유창한 영어에 영업 스킬 만렙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가장 시그니처 통조림은 정어리 통조림이야. 너네 기념품샵 가서 물고기 모양 많이 봤지? 그게 다 정어리야"

"오 그렇구나. 그럼 이 많은 정어리중에서 뭘 사는게 좋아?"

" 굿 퀘스쳔. 너네 생일이 각각 언제야? 우리는 커플들한테 각각의 생일연도가 적힌 제품을 추천해주고 있지"

 

그래서 원래 한 개 사려던 거를 영업당해서 2개를 사버렸다 ㅋㅋㅋ 각각의 생일 연도가 적힌 정어리 통조림으로

 

 

밥 먹을 생각에 신난 이여사

우리는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히베이라 광장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었던 수많은 기념품샵들과 식당을 지나 우리가 사전에 구글 평점을 보고 가보기로 했던 오라비바(Ora Viva). 직역하면 '지금 이 순간'이라는 뜻 정도 되겠다. 

 

 

오라 비바(Ora Viva)에서

식당은 이제 막 점심식사 시간대를 맞아 오픈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미 예약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예약을 했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 기다리겠다 라고 이야기하자 안그래도 마침 한 테이블이 남았으니 들어오라는 반가운 대답을 해 주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돌벽과 목조의 특 사이사이로 수 많은 국가에서 다녀간 듯한 지폐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끼워져 있었고, 개중에는 한국의 천원짜리 지폐도 종종 보였다. 

 

한국인은 밥심에 산다는 말을 가장 잘 공감할 것 같은 포르투의 식당들. 어딜 가던 해물밥은 기본으로 메뉴판에 있었고, 어떤 해산물을 먹을 것이냐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사실 이곳에 오면 뽈뽀를 먹어볼 생각이었다.(원래 일정대로였다면) 그런데, 어제 뽈뽀를 한 번 먹어봤으니, 다른 것들도 먹어보자 하는 생각이 들어 감자와 후추, 그리고 올리브로 밑간을 한 대구 구이를 먹어보기로 했다. 해물밥은 여전히 좋았고, 대구구이는 생각보다 간이 좀 쎄서 흰 밥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나름대로의 풍미가 너무 좋았는데, 간이 너무 쎄서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반나절 걷느라 지친 다리를 달래고, 밥도 든든하게 먹어 에너지를 충전한 우리는 가장 기대했던 포트와인 와이너리로 이동했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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