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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눈 쌓인것이 더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얼마 안 가 도착한 탁신관. 이곳은 미술관과 자작나무 숲이 잘 어우러져 있는 인기 명소이다. 탁신관의 미술관 안에는 비에이 지역의 다양한 사계의 모습들을 담은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했다. 신발을 벗어야해서 귀차니즘을 이겨내지 못하고 패싱. 이곳에 와서 놀랬던 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눈이 쌓일 수 있구나 했던 것...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던 나무의 눈더미들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압도적인 눈 때문에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중간중간 바람 때문에 땅으로 떨어지는 눈더미들이 있었는데, 안피하고 그대로 맞으면 좀 아플 것 같았다.. 많은 눈과 추운 날씨의 콜라보 = 눈이 나무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탁신관, 자작나무 숲에서

사실 이곳이 진짜 유명한 이유는 자작나무가 많아서 사진을 찍기 너무 좋다는 것. 나무가 길쭉길쭉해서 그런지 우리의 키도 덩달아 커보이는 효과는 아주 굿. 가이드도 그걸 알고 있는지 특정 스팟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마다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과 나를 잡아보라는 사람

나무에 눈으로 토끼를 만들기도 하고 하트를 만들기도 한 이전의 여행자들. 그들의 흔적을 쫓아본다. 이여사는 나뭇가지 때문에 사진이 좀 열받게 나왔다고 했다. 그러더니 바로 도망가는 이여사. (넘어지기만 말기를...)

 

 

끼리끼리 잘~ 논다

부부는 끼리끼리 만나서 결혼한다더니 그말이 딱 맞다. 눈을 가지고 놀기 시작한 이여사와 같이 눈놀이를 하는 나. 눈은 생각보다 차갑진 않았고 파우더처럼 옅게 흩어졌다. 한국에서는 이런 눈들은 잘 뭉쳐지지도 않거니와 곧잘 녹아버리곤 했는데, 이런 눈들이 저런 두께를 만들고 있다는 건 이곳이 대단히 춥고 눈이 정말 많이 왔음을 말해주었다. 

 

탁신관에서 생각보다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던 우리는 청의 호수로 이동했다. 

 

 

패잔병 아님

청의 호수. 말 그대로 호수의 색깔이 푸른 빛을 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일본어로는 '시로가네 아이오이케'라고 한다. 가이드 님은 오늘 출발하기 전부터 겨울의 청의 호수는 그 본연의 색을 절대 볼 수 없을거라고 미리 말했는데, 그래도 여행 코스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 주차비가 아까우니 한 번 올라가보실 분들은 가보시라는 말을 했다. 

 

가이드 여행이 아니면 한겨울의 이곳을 과연 들렀을까? 싶다. 막상 알면서도 황량한 얼음벌판을 마주하니 쓸쓸함과 고독함이 느껴지는 이 곳. 그래도 다음을 기약하며 사진은 남겼던 우리. 

 

 

세상에...

곧장 도착한 곳은 흰수염 폭포. 버스를 주차하고 잠깐동안 걸어가야 했는데, 나름 이곳의 명물이라는 눈 쌓인 전화부스. 전화부스 문쪽에는 눈이 어찌나 많이 쌓였는지 날씬한 사람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라고 해서 이여사만 겨우겨우 들어갔다. 세상에 살다살다 저렇게 눈이 많이 쌓인 걸 언제쯤 볼 수 있을까 ㅋㅋ 그 옆에 있던 자판기들도 그 뒷쪽으로 얼마나 눈이 많이 왔는지 알 수 있는 인덱스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근처의 온천을 지나 '블루리버'라고 불리우는 다리 쪽으로 향했다. 도로의 옆에는 하수구가 보였는데, 끊임없이 뜨거운 증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사계절 따뜻한 물을 뿜어내는 흰수염 폭포에서

흰수염 폭포는 사계절 따뜻한 온수가 뿜어져 나와 물이 얼지 않고 계속 쏟아지는 폭포이다. 김이 펄펄 나오는 게 눈으로 보이니 정말 신기했는데, 그 아래로 코발트 블루로 보이는 물 색깔 때문에 신비감을 더했던 곳이었다. 찾아보니 수산화알루미늄?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사진이 잘나오기 참 어려웠던 이 곳

난간이 있는 다리이다 보니 위험하지 않게 사진을 남기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난간은 꽤 높고 폭포는 저 멀리 아래에 위치해 있어 사진이 온전히 나오려면 팔이 2m정도는 되어야 했다. 아둥바둥 애쓰고 있는 우리를 위해 그나마 사진같이 찍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시며 도와주신 가이드님. 

 

 

오지않는 버스

주차장 근처에 있던 버스정류장. 아마도 눈이 오지 않는 여름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곳에 앉아 있었겠지. 버스가 아닌 남편을 기다리는 이여사. 눈이 너무 많이 쌓였다보니 심지어 따뜻해 보이는 이 공간. 

 

 

어둑어둑

흰수염 폭포를 나설 때 즈음에는 눈발은 짙어지고 날은 점점 어둑어둑 해져서 나무와 나무 사이가 구분이 안되기 시작했다. 

 

 

닝구르 테라스의 입구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조명들이 밤의 초입을 조심스레 비추고 있었다. 시라카와고가 연상되었던 작은 마을은 입구부터 동화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닝구르 테라스의 분위기 속에서

닝구르 테라스는 '요정의 숲'이라는 뜻으로 일본의 드라마 작가가 만든 15개의 작은 동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함으로 무장한 소품들을 판매하고 있고, 역시나 가격은 사악... ㅎㅎ 배낭여행 시절에 기념품은 공간만 차지하는 예쁜 쓰레기들이었는데(그래서 마그넷이랑 엽서만 샀다는...), 일본에 오면 충동구매를 했던 적이 많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어제 구매한 오르골... 그래도 오늘만큼은 캐리어 공간에 과감히 양보(?)하고 그 분위기만 소심하게 즐겨보기로 했다. 

 

 

상념에 잠긴척

소품샵 근처에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있어 동화같은 분위기라기보다는 돗대기 시장같은 분위기였다. 그래서 어떻게든 사람이 없는 곳에서 분위기를 담고 싶어 많은 시도와 탐색을 했던 것 같다. 조명 사이로 옅게 번지는 눈발을 감상하며 조심스럽게 자연 속에서 요정의 일부(?)가 되어 본다. 기분도 말랑말랑 해지는 느낌...? 

 

 

눈 없는 닝구르 테라스는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청의 호수나 패치워크로드, 그리고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경우에는 눈 없는 여름에도 나름의 멋이 있을 것 같았지만, 눈 없는 닝구르 테라스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나무데크소리와 사박이는 눈 발자국, 그리고 신비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노란조명이라는 아주 심플한 것들이 자연의 일부같다는 착각까지 들게 했다. 

 

 

더 거세진 눈발

버스 정류장 앞에는 스키장이 딸린 리조트가 있었는데, 리조트 내부에 위치한 매점으로 들어갔다. 이곳에 도착하기 이전부터 가이드가 홋카이도 지역의 대표 맛집이며 어떤 기념품을 사야되는지 이것저것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곳에 위치한 매점에서 후라노 지역의 대표 먹거리인 감자칩과 병 우유를 먹어봐야 한다고 했다. 

 

봉다리에 한 움쿰 챙겨서 버스로 돌아가는 우리. 더 거세지는 눈발에 돌아가는 길이 걱정되기도 했다. (우리가 운전하는 것도 아닌데...ㅎㅎ)

 

 

하...진짜 좋았다.

여행 출발할 때부터 따뜻한 병우유는 꼭 마셔봐야지 했는데, 드디어 득. 뚜껑을 딸 때부터 팡!하고 터지는 꼬숩함을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감자칩도 두 봉이나 샀었는데, 바로 없어졌다. 이쪽 지역이 감자가 정~말 맛있다고 했는데, 감자를 베이스로 만드는 감자칩 조차도 이 기본기를 빗겨가지 않았다. 

 

 

스프카레 맛집이었던 '사무라이'. 카레스프 야채와 치킨(좌), 만족하고 표정이 밝아진 나(우)

다시 집결 장소로 돌아온 우리는 오늘 하루종일 수고해주신 가이드님께 아쉬운 작별 인사를 건네고 흩어졌다. 도착했을 때 시간이 거의 9시 쯤이었는데, 배고픔이 극도로 올라와 있던 우리는 스프카레 맛집인 '사무라이'를 찾아서 들어갔다. 우리는 치킨 스프카레와 야채 스프카레를 주문했다. 오늘 참 즐거웠다~ 이 사진이 잘 나왔다~ 저 사진이 잘 나왔다 하하호호 웃고있는 사이에 서빙된 우리의 요리.

 

스프카레는 일본 카레요리의 한 종류로, 카레를 베이스로 여러 향신료가 첨가된 묽은 국물에 해산물, 채소, 야채 등 기호에 맞게 다양한 재료가 들어있는 음식이다. 부드러운 카레에 이것저것 재료를 넣은 단순한 요리라고 생각했는데, 야채며 치킨에도 카레의 깊은 맛이 깃들어 있어 식사로서의 가치가 정말 훌륭했다. 원래부터 국물요리를 좋아하는 우리였지만, '이 국물집 잘하네'라는 칭찬을 연발하며 깨끗하게 그릇을 비워냈다.

 

 

눈내리는 건 이제 아무렇지도 않은 우리...

배부른 저녁 식사를 마친 우리. 약속 장소로 향했다. 버스에서 인스타 릴스를 덜그럭덜그럭 넘겨보다가 SVP동기가 남편이랑 삿포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걸 보고 곧장 DM을 보냈다. 마침 우리가 복귀할 때 즈음에도 스스키노 쪽에 있었고, 이렇게 성사된 급 벙개... ㅎㅎ

 

마지막 단체사진

다누키코지 상점가 근처에 위치한 쿠시도리 미나미2죠점에서 조우한 우리. 사실 근무지가 달라 서로의 결혼식 말고는 만나기가 힘들었는데, 이렇게 타지에서 만나니 반가움은 두 배 였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ㅋㅋ) 여행의 처음부터 앞으로 있을 계획까지 알찌게 공유한 우리. 정말 이곳에서 파는 온갖 하이볼은 전부 다 마신 우리는 기분좋은 상태로 시마이했다. 

 

 

다시 처음의 그곳으로 돌아왔다.

여행을 하면서 오늘처럼 많은 일정을 소화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다. 오늘 원데이 투어 비용이 인당 55,000원으로 기억하는데, 원데이 투어가 이토록 알차고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사실 투어 프로그램이라는 게 가이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당연한데, 그만큼 가이드 분의 안내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발화량(버스에서 방해받지 않고 쉴 수 있는 시간을 보장받는)도 적당했다. 이 포스팅을 쓰면서 다시 기억해내려고 유튜버 후기까지 찾으면서 가이드 분의 성함까지 알아냈으니 나중에 일본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또 가이드 투어를 해보고 싶다. 

 

꽉 찬 하루, 맛있는 저녁, 그리고 반가운 만남들의 콜라보는 오늘의 여행을 정말 완벽하게 해 주었다. 내가 삿포로 여행을 즐겁고 행복하게 기억하는 이유도 아마 이런 하루가 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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