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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이렇게 바깥뷰를 봐 줘야 이 호텔의 가치가 올라간다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살면서 얼마나 멋진 뷰와 아름다운 장관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가장 최고의 뷰라고 자신할 수 있었던 마리나베이 샌즈와 에스플러네이드. 어쩜 이렇게 질리지 않는 뷰가 있는지 모르겠다. 뷰 하나만으로도 모든 가치를 증명해 냈던 우리의 숙소. 아버님 어머님도 아침에 일어나시면서 바깥 뷰를 감상하셨을텐데,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했다. 

 

 

오전 수영을 해 본다

마지막 날이 되서야 비로소 수영을 즐겨본다. 어제 산책하면서 봤던 동그랗고 얕은 수영장 말고도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수심이 꽤 있는 수영장이 하나 더 있었다. 이여사는 어렸을 적 수영을 배웠다고 했는데, 거짓말 인 것 같다.

 

 

몸만 적시고 나온 이여사

수박의 겉 핥기 x → 수영의 겉 핥기 o 

 

몸을 잔뜩 적시기만 했던 이여사는 선배드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한 5분 정도? 풀장에서 깔짝깔짝 하다가 피곤하다며 선배드에 바로 누워버리는 이여사. 오전에 진득하게 수영을 할 생각은 아니었고,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의 인피니티 풀은 즐기지 못했으니 수영장에서 물장구라도 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이후에 탕에 몸을 잠깐 담구고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체크아웃 하러 나왔다. 

 

 

둘째날 찾았던 Toast box

둘째날에 조식을 해결했던 Toast box에 다시 왔다. 카야잼 토스트는 여전히 맛있었고, 진한 블랙커피는 아침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밥과 닭다리를 곁들이니 이보다 더 든든한 아침밥상이 없다. 

 

 

열심히 체크아웃 중 (직원 아님)

여지껏 묵었던 숙소중에서 뷰 만큼은 가장 돈 값 했던 숙소였던 스위소텔 더 스탬포드. 아쉬운 마음을 한가득 안고 체크아웃을 했다. 어젯밤에 신나게 즐겼던 룸서비스 결제와 함께... ㅎㅎ 

 

 

공항으로 가는 길

여행을 많이 해보니, 공항으로 가는 길보다 더 아름다운 길은 없다. 여행의 모든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길인데, 이 순간 만큼은 오직 바깥의 풍경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이다. 거리의 차들도 모두 특별하게 느껴지고, 무성한 가로수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그 자리에 있던 건물들까지 더 기억하고 싶어진다. 

 

창이공항에 도착

아직 우리 가족의 일정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공항까지 다 온 마당에 면세점 말고 무슨 일정이 있겠냐마는, 싱가포르는 공항에서조차 즐길거리가 있는 신기한 곳이기 때문. 

 

 

쥬얼 창이 입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항을 '비행기 타고 내리는 곳' 정도로 인식하겠지만, 싱가포르가 생각하는 공항의 목적은 좀 달랐다. 관광객에게 '그 자체로 반드시 즐겨야 하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인식하게끔 설계된 특수한 관광명소였다. 

 

 

레인 보텍스(Rain Vortex) 폭포

쥬얼창이에 도착한 후에 모든 사람의 발걸음이 향하는 중심부로 이동하면, 거대한 돔 안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거대한 자연이 감싸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폭포인 레인 보텍스(Rain Vortex) 폭포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모를것 같은 무한한 낙수가 보여주는 장관이 이곳이 공항이라는 것을 잊게 해 주었다. 

 

 

거대한 숲에 있었던 우리

저 폭포가 우리에게 돈을 주거나 일자리를 주거나 배부름을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공간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최소한 이곳이 공항이라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다. 

 

 

밑으로 내려와서도 찰칵

폭포 아래에서

밑으로 내려와서 폭포에 가까이 가니 물줄기에서 흩어지는 물방울들이 피부에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물이 떨어져 내려가는 가운데 무엇이 있나 궁금해서 모여들곤했다.

 

이곳은 단순히 이 폭포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탐험 시설들을 갖추고 있어 일종의 재미를 제공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쇼핑브랜드들이 입점해 있고, 한국인에게 반가운 F&B가 많아 환승 혹은 싱가폴을 떠나기 전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다. 더군다나... 밤에 오면 폭포를 둘러싼 모든 초록의 녹음들이 조명때문에 더 명확해 보이고, 폭포는 금색 빛으로 둘러싸이는 폭포 쇼케이스를 한다고...다음에는 꼭 밤 시간에 맞춰서 와봐야지 ㅠㅠ 

 

 

다시 공항쪽으로 돌아가는 길

공항에서 쥬얼창이로 건너갈 때에는 도보로 이동했었는데, 알고보니 공항↔쥬얼창이를 이동하는 자기부상 셔틀이 있었다. 덕분에 편하게 이동~

 

 

셔틀열차 타고 이동 중~

이제는 별거 아닌 것도 아쉬움에 다 예뻐보였다. 

 

 

면세 필수코스가 되어버린 바샤커피

이제 출국심사를 마치고 면세구역으로 들어온 우리 가족. 그래도 빈손으로 가기는 아쉬워 무엇을 살까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면세점 한 켠을 이~따만하게 차지하고 있는 바샤(Bacha) 커피를 발견했다. 바샤커피는 2019년 론칭을 한 커피프렌차이즈인데, 무엇보다도 매장 인테리어나 패키지가 기깔나게 디자인 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에르메스나 루이비통이 주황빛의 색깔을 사용하고 있어 이 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1910'이라는 숫자를 보면 마치 100년도 더 된 유서깊은 커피 브랜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좀 다르다. 모로코의 유명 커피하우스인 다 엘 바샤 펠리스(Dar el Bacha Palace)가 지어진 연도. 즉 1910년을 말한다. 당시에 이 커피하우스에 찰리 채플린, 플랭클린 루즈벨트, 윈스턴 처칠 등 수많은 문화 정치계 유명인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의 여파가 전해지면서 이곳은 폐쇄되고 마는데, 2019년에 TWG의 창업주인 타하 부크팁이 이러한 히스토리를 브랜드에 입혀내면서 바샤 커피가 탄생한 것이라고 했다. 

 

 

기깔난 디자인과 패키징

매장에 들어가니 역시나 한국인 직원이 용케 우리를 알아보고(누가봐도 한국인) 마케팅을 해주신 덕분에 우리도 몇개 득템해 올 수 있었다. 패키징을 해서 받아보니 이게 명품백인지 커피인지 못알아 볼 정도였다. 

 

 

간단하게 점심해결하기

우리는 공항의 푸드코트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라멘 등) 기내수하물을 체크하러 가는 길에 갑자기 아버님께서 주머니를 뒤적뒤적 하시더니 뭔가 없어지셨다고 말씀을 하시길래 응!? 했는데, 그게 하필 여권이라고 하셨다. 타지에서 여권이 없어지는 것만큼 머리가 띵해지는 상황이 없는게,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급하게 식사를 했던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 ㅠㅠ 모두가 다급하게 식당쪽으로 달려가실 때 나는 주변을 찾아보자 싶어서 아까 샀었던 바샤커피 가방을 들어올리니 짜잔~ 여기 있어요~~~~  식은땀 찔끔 흘리고 다시 전진 또 전진. 싱가포르에 1분이라도 더 머물고 싶어 하시는 아버님의 계략을 저지했다.

 

 

무사히 비행기 탑승

잠깐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사히 비행기를 탑승. 그 사이 당황한 나는 어느새 수염이 자랐다. 

 

 

오늘의 기내식 닭고기 스테이크(좌)와 고추장 비빔밥(우)

시간이 지나 저녁식사 시간이 가까워지고 얼마 안있어서 서빙된 오늘의 기내식. 첫날 인천공항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는 비행기에서 마실 수 있는 모든 술의 종류를 모두 시도했었는데, 이 때문에 컨디션이 엉망진창이 되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컨디션 관리 해야지~ 하며 비행기 안에서의 주전부리나 음주를 꾹~ 참고 있었는데, 덕분에 저녁식사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퀴송~

 

 

어둠이 내리고 이제 중국과 일본 사이로 들어가는 중

이제 1시간 20여분 정도가 남은 우리 가족의 여정. 이제는 지도놀이도 재밌어질 지경이다. 

 

 

인천공항의 입국 게이트를 지나 나오는 길.

게이트를 나와서 누군가 손을 흔들어 환영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늘상 하는데, 저 건너편에 나를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가정하고 무작정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주변의 사람들은 누군가가 있어서 반가워 하는거겠지~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버님은 정말 아는사람을 마주친 것처럼 연기를 하시는..ㅎㅎ)

 

 

공항철도 타는 곳에서 마지막 찰칵~
이여사의 소감

아마도 오늘 잠을 푹~자고 내일 눈을 뜨면, 어제까지의 기억과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들이 내 마음을 뒤흔들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잠깐동안 방해를 할 것 같다. 그래도 혼자였던 여행과 다른 것이 있다면, 혼자만의 기억속에 켜켜이 쌓여있는 아련하고 오래된 기억들이 아니라, 아마도 우리 가족 모두가 공유하는 하나의 생생한 추억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10년 전의 여행은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이 좋았고, 머라이언상의 분수가 좋았고, 싱가포르의 야경이 좋았지만, 23년 11월의 싱가포르 여행은 어머님의 왕밤송이 머리가 재미있었고, 꽃밭안의 꽃들(두 모녀)을 사진에 담기도 했고, 아버님의 여권분실 해프닝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잠깐 동안이라도 부모님과 함께 같은 방향으로, 그리고 동일한 속도로 보내지 않았나 싶다. 

 

마음만 앞서갔던 서툰가이드의 일정을 잘 소화해주신 아버님과 어머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다시 있을 이후의 가족 여행을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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