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제외한 모두가 아침을 일찍 시작했다. 나름 네팔에서 6~7시에 아침을 시작하던 나였는데, 긴장이 풀린 탓인지 어제 마신 술이 덜 깬건지 제일 늦게 일어났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모기장을 헤치고 밖을 나서려는데 로가 남들 다보는 데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자기껀 볼 게 없다면서 웃통도 까고 옷을 갈아입는 이상하리만치 짗궂은 친구였다. 덕분에 상기된 얼굴로 아침식사를 하게된 나...

고산에서만 먹는 아침 특별식을 기대했는데, 토스트와 잼이 나와서 살짝 당황... 그래도 인심이 어찌나 좋은지 빵으로 산을 쌓아서 우리에게 내 주었다. 후식으로 먹었던 바나나는 속이 어찌나 튼실하던지 잘 익은 무를 먹는 느낌이었다.

어제와는 달리 내려가는 길 만큼은 쉬웠다. 네팔에서 고단하게 트래킹을 했던지라 무릎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급경사는 없어 무리할 정도는 아니었다. 수 분을 내려가다보니 이런 커다란 폭포에 닿았는데, 우리 트래킹 활력 담당인 로가 갑자기 입고있던 옷을 훌러덩 벗어제끼더니 비키니 차림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정해진 스케쥴대로 움직이고 있던 일동 당황... ㅋㅋ;;

전형적인 태국남자였던 가이드는 여자 여행객들만 챙기기 바빴다. 한참을 앞서 다니면서 나뭇가지로 새총을 만들어서 바바라나 로에게 건네주거나 바나나 잎으로 삿갓을 만들어 머리에 씌워주곤했다. 사실, 남자 가이드에게 챙김받는걸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같은 돈내고 차별받는 게 싫어서 나도 뭐좀 달라고 했는데, 나무 지팡이만 던져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이렇게 놀러다니는 게 좋았던 승환이형. 승환이형이 나랑 여행스타일이 완전히 맞는 건 아니었는데 나도 승환이형의 여행스타일을 신기해하고 형도 내 여행스타일을 존중해주는 덕분에 뭔가 죽이 잘 맞았다고 해야하나?





드디어 고대하던 코끼리 등에 탑승. 치트완에서 코끼리 투어를 못한 게 정말 아쉬웠는데, 이렇게 해소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처음에는 머리를 밟고 올라타는 게 미안해서 아주 조심스럽게 코끼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했다. 하지만 몇 분 뒤에 신이나서 카메라를 들고 이리찍고 저리찍고 다니면서 초콜렛도 까먹고 귤도 까먹었다. 사전에 서로가 서로에게 촬영을 부탁하며 좋은 사진을 남겨주자고 약속을 하고 출발.


코끼리의 등은 생각보다 안락하지는 않았다. 내가 코끼리를 타는건지 괴롭힘을 당하는건지 모를 정도.허리가 나갈 정도로 반동이 심했고, 코끼리의 성향이나 기분에 따라서 신체가 받는 데미지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우리가 탔던 코끼리가 정말 말을 잘 듣는 코끼리였다는 것. 앞서가던 바바라와 로의 코끼리는 가다가 똥도 싸고 말도 정말 안들어서 고생을 하는 걸 눈앞에서 보니 우리 코끼리가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코끼리가 강물에 똥싸는 걸 똑똑히 봤는데, 다음 일정이 래프팅이라는 게 생각이 났다....


코끼리 라이딩을 마치고 쉴틈없이 래프팅 준비. 이미 네팔에서 한 번 해 본 적이 있고, 이곳 물살이 그닥 세지는 않아 큰 걱정은 안되었다. 내가 커맨드를 내리는 것도 아니고 고장 하는거래봐야 노젓는 일밖에 없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웨이브가 있어서 그런지 네팔에서 했던 래프팅보다 더 재밌게 했던 기억이 난다.

썽태우에 몸을 싣고 님만해민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든 사람이 눈을 감고 졸면서 갔다. 도착하고나서 짧은 안녕인사와 페이스북 아이디를 교환하는 것을 끝으로 헤어졌다. 서로 킵인터치 킵인터치(Keep in touch)하며 계속 연락할 것을 약속하면서 말이다.

숙소로 돌아와 신나게 사진 정리를 하고 있는데, 캄보디아를 여행하고 태국으로 막 들어온 정호형을 만났다. 이것저것 여행후기를 나누며 한참을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어제 같이 트래킹했던 아저씨 내외분이 술을 사주시겠다고 같이 나가자고 하셨다. 좀 쉴까했지만 태국의 술 문화는 어떤지도 궁금했고 한국사람들 다같이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도 궁금해서 따라나갔다.

우리는 Warm up이라는 클럽을 가기로 했다. 네이밍이 카페라고는 되어있지만 전혀 아니었고 그냥 춤추고 노는 클럽이었다. 클럽이라는 곳을 처음가는 마당에 옷을 뭘 주워입을까 하다가 그냥 까만 반팔 반바지에 등산화를 신고 갔다. 형들한테 이렇게 가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태국사람들 다 너보다 못생겼으니까 걱정하지 말랜다.(당시에는 칭찬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잘 모르겠다)
입구부터 쩌렁하게 울려퍼지는 태국 음악때문에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지만 그래도 따라온 김에 주는 술을 홀짝홀짝 다 받아마시니 서서히 음악이 귀에 익기 시작. 아무것도 안하고 술만 홀짝이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좀 부티나는 태국 여자가 자기가 술을 사겠다며 처음마시는 양주를 권했다. 지금같이 각박한 세상에서 이렇게 쌩판 처음보는 사람이 사주는 술을 마시는 건 상상도 못하겠지만, 당시에 옆에 같이 온 일행도 있었고 뭔가 안도를 했었나보다. 아무생각없이 첫잔을 들이키고, 둘째잔을 들이키고 하다보니 영업시간이 끝날때까지 마시고 놀았다.

이후에 자기가 자주가는 클럽이 있다면서 우리를 데리고 온 인피니티 클럽. 인피니티 클럽은 태국 스타일 음악을 다루는 디제이와 라이브 음악이 연주되는 클럽인데, 늦은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외국인들에게는 당시에 300바트라는 입장료도 받고 있었는데, 같이 갔던 던이라는 친구가 가드에게 뭐라뭐라 하더니 우리를 무료로 입장시켜 주었다. 들어가서도 그 친구들이 술값을 전부 다 냈던 것 같은데 뭔가 우리랑 어울려서 노는 게 재밌어서 그랬나 싶기도... ㅎㅎ;; 들어와서 자기 친구들을 소개시켜주며 서로 통성명을 했고(이름이 하나도 기억안남), 그곳에서도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춤추고 술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정말 웃긴 건 춤추고 술마시다가 가위바위보를 하며 놀았다는 거. 이따금씩 우리나라의 여러 술게임을 알려주면서 술이 떡이 될 때가지 마셨던 것 같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아침 열한시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어떻게 숙소에 들어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고 머리는 깨질 것 같았다. 핸드폰으로 페이스북을 확인해보니 알 수 없는 태국글자로 된 이름이 다섯명이나 친구추가가 되어 있었고, 몇 통의 메세지가 와 있었다. 먼저 일어난 형님들은 나보고 정말 클럽에 처음 간 거냐고 물었다. 뭐 믿거나 말거나 정말 처음가는 클러빙이었지만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만 같던 클러버들을 잠시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라고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