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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어느 가을 뉴질랜드에서

살다보니 견뎌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는 힘들고, 당장 내일 있을 출근과 주말의 낮잠을 기다려야 하더라. 그리고 고통스러운 것들도 생각보다 많다. 점점 다양해지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견뎌야 하고, 생각보다 모르는 것이 내가 지내온 일수보다 몇배는 더 많아지고 있다.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용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지금의 편안함과 행복에 안주하는 삶이 더 가치 있어 보이는 지금.. 내가 끊임없이 세상에 도전하고 뛰어들었던 20대의 그곳으로의 삶이 갑자기 기억이 났고, 스위스와 뉴질랜드 중에 어디가 더 좋을지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뉴질랜드를 선택했다. 

 

5개월 전쯤이었나, 10월이 다 지나갈 때 즈음에 비행기를 예약했다. 원래 뉴질랜드 최고의 여행시기인 12~2월에 여행을 가고자 했으나 우리가 계획한만큼 여행자금이 모일 것 같지 않았고, 이러한 이유로 3월로 여행을 미루었다. 10년 전 뉴질랜드 여행을 할 때에도 3월 중순 즈음에 여행을 했던 기억이 난다. (기록에 의하면 3월 19일)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였고, 초가을임에도 불구하고 일교차가 커서 햇빛이 들지 않는 새벽과 밤에는 꽤 쌀쌀한 날씨였던 것 같아 이번 여행도 바람과의 전쟁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그래도 저렴한 비행기 티켓과 휴가가 짱짱하게 충전되는 시기임을 고려한다면, 나쁜 선택지가 될 것 같지는 않아서 과감하게 결정을 했다. 3/8~3/16의(8박9일) 다소 짧은 일정이었는데, 이 기간 내에 뉴질랜드의 모든 것을 탐험한다라기 보다는 '뉴질랜드 남섬의 정수'인 몇 개의 관광지를 집중적으로 둘러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주 오래전 예약한 항공권

날짜가 다가올수록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을 다잡을 수 없었다. 10년 전 그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이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했고, 혼자 있는 동안 많이 외로웠지만 그만큼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시간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한국에서와는 달리 끝없이 펼쳐져 있는 대자연이 내 마음을 설레게 했었는데, 나중에 꼭 결혼하고 다시 와 봐야지 하는 다짐을 많이 했었다. 근데 그게 이제 현실이 된 것이다.

 

 

생각보다 하드해보이네..

먼저 퀸즈타운으로 in → 밀포드사운드 → 글래노키 → 와나카 → 마운트 쿡 → 테카포 → 크라이스트처치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10년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내가 렌트하여 직접 운전하여 이동하는 일정이라는 것과, 텐트가 아닌 침대가 있는 숙소에서 묵는다는 것 정도? 무엇보다도 캠핑의 천국인 뉴질랜드에서 캠핑 한 번을 안해본다는 것이 좀 아쉽긴 했지만, 이제는 경험보다는 우리의 허리와 목 건강이 더 소중...하니까 ㅎㅎ 근데 생각보다 운전을 되게 많이 하는 경로였다. (1,260km) 렌트가격은 이전의 마요르카 여행때보다 한참 비싼 가격이었지만, 그 당시에 소형차를 빌렸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중형 SUV를 렌트했다. 무엇보다도 한국이랑 운전 방향이 반대이기도 하고 초행길이라 당연히 Full coverage로... ㅎㅎ

 

 

이제는 한 개가 아닌 두 개의 캐리어

겨울 날씨가 아니라 패킹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겹겹이 입을 옷을 많이 챙겨갔고, 트래킹 일정까지 감안해서 바람막이와 트래킹화를 챙겼다. 이여사는 이번에 새로 산 트래킹화를 정말 마음에 들어했다. 

 

 

나름 커플티??

고대하던 D-day가 되었다. 매번 비행기 값과 도착시간을 고려해서 티켓팅을 하다보니 출발시간이 새벽 아니면 늦은 밤이었는데, 이번에는 오후 적당한 시간에 출발하는 행운이 있었다. 전날 밤에 여유있게 패킹을 했고, 당일 아침에는 늦잠도 잤다. 이 여사가 그 전부터 장모님 표 김밥을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는데, 마침 딱 준비가 되어 있는 장모님 표 김밥. 뭔가 장모님의 손맛인지, 아니면 재료가 신선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여행가기 전 마지막 한식 만찬일거라는 생각때문에 대단히 많이 먹었던 것 같다. 거기에 과일까지 먹어서 배는 이미 포화상태에....

 

 

당 충전중이신 이여사

무슨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이륙이 한 시간 정도 지연이 되었다. 공항에 여유있게 도착한 울리는 25만원 정도 환전을 하고 여유있게 면세점으로 들어갔다. 면세점에서 특별히 뭔가를 산 것은 아니지만, 미리 구매해 둔 선글라스 모델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고 없을 경우에 우리가 미리 사길 잘했다면서 셀프 칭찬도 좀 해주고.. ㅋㅋ 이러다보니 급격하게 당이 떨어진 이여사. 가까이에 보였던 공차에 들러 긴급수당(?)을 하고 해도 시간이 너무너무 충분하게 남았다. 일본 여행처럼 사람이 분주하지 않아 그래도 마음만큼은 편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KE411

무사히 탑승 기념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대한항공 KE411. 대한항공 → 오클랜드 직항은 하루에 한 편 밖에 없어서 놓치면 끝장이다 ㅎㅎ 이번에는 비행기 절대 안놓쳐...증말 이번 여행에는 특별한 이슈가 없어야 할텐데 ㅠㅠ

 

저녁 기내식(좌), 아침 기내식(우)

탑승 후 기분좋은 기내식. 호비튼 마을에서 먹었떤 소고기 스튜를 생각나게 하는 요리였다. 여기에 레드와인을 더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사였음.. ㅎㅎ 식사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비행기 내부는 소등이 되었다. 우리가 출발한 시간은 늦은 저녁시간대였기 때문에 저녁식사 후 하룻밤을 비행기 안에서 보내야 했기 떄문이다.맥주를 한 잔 마시더니 아주 기분좋게 잠이 든 이여사. 나는 잠자리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허리랑 목이 불편해서 내내 잠을 잘 수 없었다... ㅠㅠ 아쉬운대로 기내 엔터테인먼트에 있는 영화들 섭렵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여행의 첫날이 벌써 마무리가 되어버리는 마법.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같이 하는 여행이고, 2배가 아니라 4배로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하다. 내가 느꼈던 감동이 이 여사에게 잘 전해질까? 오늘 딱 하루만 지나면 드디어 고대하던 뉴질랜드에 도착해 있겠지 하며 하루를 보낸 우리. 내일 도착하게 될 오클랜드와 퀸즈타운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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