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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타운 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비행기가 오클랜드 공항에 가까워졌을 때 갑자기 나도모르게 눈물이 났다. 벅차오르는 감정과 그 옛날 나의 소중한 기억들이 다시 되돌아 온 것 같아 너무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11시간이라는 긴 비행을 했기에 다리는 띵띵 붓고 얼굴은 수척하고 꼴은 말이 아니었지만, 정신만큼은 말짱했다. 그만큼 내가 이곳에 돌아오기를 기다려왔고 그리워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목표한 곳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그럴 수 없었다. 지난 번 신혼여행때 비행기를 놓쳤던 것도 환승할 때였기 때문에 변수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웠던 미트파이

입국심사가 길어질까봐 걱정했는데,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원래는 Exit를 나오기 전에 있는 Spark에서 유심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나오고 나서야 생각나는 마법 ^^ 그래도 Exit를 나오고 바로 앞에 Spark가 위치해 있어 우리가 기대했던 가격은 아니지만 곧장 구매를 할 수 있었다. 이 여사는 10GB, 나는 2GB를 구매했는데, 나는 딱 맞게 사용했고, 이 여사는 거의 7GB정도가 남았더래지... ㅎㅎ

 

우리는 바삐 걸음을 옮겨 환승을 위해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했다. 바깥의 온도는 20도로 따뜻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다행히 터미널 간 이동하는 셔틀이 있어 편하게 이동했고, 도착하자마자 허기를 달래고자 터미널 안의 어느 카페에서 파이를 주문했다. 미트파이와 머쉬룸치즈 파이였는데, 그 옛날에 미트파이 하나로 몸을 데우고 아침을 깨우던 시절이 생각나서 또 감격... ㅋㅋ 미트파이가 간이 좀 세서 생각만큼 맛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파이 하나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사실이 또 재밌고 웃겼다.

 

 

모바일 티켓이 있어도 발권은 꼭 하는 편ㅎㅎ

에어뉴질랜드에 탑승한 우리. 그래도 내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에어뉴질랜드는 승무원 서비스도 좋은 편이고 기내도 쾌적한 편이라 만족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차 한잔과 쿠키같은 주전부리를 줘서 그런지 뭔가 심심한 비행은 아니었다. 게다가 세상에서 제일맛있는 쿠키중에 하나인 쿠키타임 쿠키라니.. 이 정도 서비스면 그냥 공짜비행 아닌가!

 

 

서던알프스 산맥들과 그 너머로 보이는 여러 호수들

우리는 오클랜드 → 퀸즈타운을 에어뉴질랜드 항공을 타고 이동했다. 12시 25분에 출발해서 2시간 정도 비행을 했고, 왼편으로 뉴질랜드의 서쪽을 끼고 가기 때문에 일부러 자리도 서쪽으로 예약을 했다. 다행히 날씨가 도왔고, 우리가 기대한 풍경들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마운트 쿡을 중심으로 뉴질랜드의 남섬의 서쪽을 쭉 두르고 있는 서던알프스가 한눈에 펼쳐져 있었고, 그 너머에는 널따란 호수들이 아름다운 색을 뽐내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을때에도 딱 저정도 날씨면 좋으련만.. ㅎㅎ 

 

 

퀸즈타운 공항 뷰

퀸즈타운 공항에 도착. 예전에 퀸즈타운은 와봤지만 공항에 와보는건 처음이었는데, 공항뷰가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건가? 싶었다. 주변에 있는 산세가 높고 험해서 착륙할때 굉장히 조마조마 하면서 창밖을 지켜봤는데, 이것도 여행의 재미중 하나겠구나 싶었다.

 

 

입구에서 출구가 보임

공항 안으로 들어오니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일단 공항 자체의 규모가 작아서 분주해 보이는 것도 있겠지만, 오클랜드에서 들어오는 사람들과 시드니 혹은 멜버른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원래 대부분의 국제공항은 출구게이트 안에서 짐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는 출구 구분이 따로 없었고, 짐을 찾는곳이 직관적이지 않아서 잠깐 당황했다... ㅎㅎ 형광색 안내복장을 하고 계신 분께 짐을 어디서 찾아야되냐고 물어보고 나서야 찾아갈 수 있었다. 

 

밖은 한산했다. 택시나 버스가 조금 있었고, 우리는 타운센터로 향하는 버스를 타야했다. 마침 1번 버스가 기다리고 있어 우리의 숙소 근처로 가는지를 기사이게 물으니 타란다. 근데 편도 10달러는 좀 비싼거 아닌가... ㅠㅠ

 

 

Villa del Lago

버스를 타고 직선도로를 쭉 달리고 나서 도착한 우리의 숙소. 숙소는 타운센터와는 좀 거리가 있었지만 창가에 호수를 마주하고 있어 뷰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예약했었다. 에어비앤비처럼 식기와 조리도구, 그리고 웬만한 생활용품들을 모두 구비하고 있는 형태의 숙소였고, 방의 크기도 모자람 없이 커서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처음 도착해서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9번 방에 배정받은 우리는 짐부터 풀고 숙소에 무엇이 있나 속속들이 살폈다. 정말이지 먹을것만 사다두면 맘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정도여서 어찌나 안심을 했는지. 평점이 좋은 숙소를 예약해도 가끔 나사 하나씩 빠진 숙소들이 있어서 더 그랬나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생활하는 우리한테 살짝 익숙하지 않은 바닥형태라서 적응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ㅎㅎ

 

아! 그리고 뉴질랜드 모든 숙소를 통틀어서 제일 특이했던 게 뉴질랜드는 컴플리멘터리(Complimentary)로 물을 안주고 우유를 준다 ㅎㅎ 뉴질랜드는 지형적인 특성 상 목축업이 굉장히 많이 발달했고, 이로인해 리터당 우유를 만드는 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싼 국가다. 그리고 물도 깨끗해서 수돗물을 그냥 마시면된다 ㅋㅋㅋ 이 여사한테 말했는데 안믿길래 여행 내내 끓여먹고 그랬다.

 

 

숙소에서 바라본 호수 뷰

숙소에서 조금 쉬었다. 거의 14시간 정도의 비행을 견뎌온 우리는 발이 팅팅 부어있었고, 졸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도 뉴질랜드는 지금 여름의 끝자락이라 해가 길었고 한 두시간 정도는 자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다만 자고 일어났는데 밤 10시 11시면 진짜 너무 우울하고 짜증날 것 같아 알람을 확실하게 맞춰두고 한숨 푹 잠들었다. 

 

 

와카티푸 호수를 배경삼아

퀸즈타운은 와카티푸 호수를 끼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이다. 뭐 아름다운 도시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거겠지만, 10년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하다. 호수를 두르고 있는 거대한 산들과 아름다운 색깔의 호수, 그리고 그 옆으로 쭉 뻗어있는 나무들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끔 한다. 호수는 그대로인데, 나만 더 늙어서 왔네 ㅎㅎ

 

이여사와 호수 가장자리를 걸으며 했던 가장 처음의 이야기도 '뭐가 이렇게 평화로워?' 였다. 햇빛에 비친 윤슬이 잔잔하게 굽이치고 새파란 호수빛이 낭만을 더했다. 원래 목적지는 시티센터로 가는거였는데, 사진을 찍느라 자꾸만 걸음이 느려져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ㅎㅎ 

 

 

셀카봉으로 커플샷

여행 가기 전 구매한 셀루미 셀카봉 사용도 잊지 않았다. 사실 셀카봉을 잘 안쓰는데, 삼각대 겸 셀카봉이 된다고 해서 냉큼 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거 안샀으면 우쨌을까~ 이다. 이곳을 여행하면서 셀카봉 들고다니는 여행객을 잘 못봤는데 우리가 야무지게 제일 잘 찍은 것 같다 ㅋㅋ

 

 

퀸즈타운 트레일로 입성

퀸즈타운 트레일이라는 팻말을 봤을때 선회해서 갔어야 했는데.. ㅋㅋ 이곳으로 들어가면서 걸음 수가 두 배 정도 늘었다. 트레일 양 옆으로 커다란 나무들이 길쭉길쭉하게 뻗어있어서 참을수가 없었다. 덕분에 순식간에 1만 2천보를 달성했다는 ^^;

 

 

어떻게 이런 도시가 있을수가 있지?

트레일을 따라 쭉 들어오니 펼쳐진 호수와 언덕위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어여쁜 지붕들. 어떻게 이렇게 예쁜 도시가 있을 수 있는지. 그냥 여기서 살고싶다는 생각밖에 안들더라. 이여사도 마음에 들었는지 자꾸만 호수 저 너머를 바라보았다. 

 

 

이여사와 나

굉장히 오래 걸었던 것 같은데, 와카티푸 호수와 그 뒤에 쭉 뻗어있는 산들의 배경은 변하지 않았다. 마치 스튜디오 안에서 나만 계속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 

 

 

퀸즈타운의 센터 입성.

트레일을 쭉 따라 20여 분을 걷다보니 어느덧 퀸즈타운의 센터에 입성했다. 깔끔하게 나 있는 산책로와 그 옆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난간에 걸터앉아 퍼그버거를 먹는 사람들, 그리고 호수에서 액티비티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한국과 다른 점은 이 곳에 있는 나무들이 정말 크고 예쁘게 생겼다는 것. 마치 거대한 수목원에 온 것 같았다. 

 

 

여전한 퍼그버거

10년 전에 퍼그버거에 왔을 때에도 대기 줄은 여전했었다. 그래도 안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굉장히 많고 분업도 잘 되어 있어서(계산, 고기굽기, 빵굽기, 조립하기 등) 회전율이 엄청나게 빠른 편이었다. 당시에 가격도 11NZD로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수제버거 치고는 가성비가 굉장히 좋은 버거로 기억에 남아있었다. 근데 요새 뉴질랜드 여행기나 블로그 같은걸 보면 퀸즈타운에 오면 반드시 와야 하는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서 그런지 몰라도 퀸즈타운의 모든 관광객들이 다 여기에 왔나 싶었다. 10년이 지났는데도 고작 3달러밖에 안올랐다는 사실이 더 신기했음 ㅋㅋㅋ

 

 

기본 퍼브버거(좌), 돼지 2명(우)

퍼그버거는 여전히 훌륭했다. 우리는 기본 퍼그버거와 디럭스에 치즈를 추가한 버거를 먹었는데, 여전히 커다란 사이즈에 물가 반영은 조금 덜 된듯 한 가격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ㅎㅎ 뉴질랜드는 또 감자가 맛있는데, 칩스의 신선함과 바삭함은 덤! 피곤함에 절어있는 우리였지만, 훌륭한 식사 덕분에 에너지가 조금은 보충이 되었다. 

 

 

아시안 마트는 그자리 그대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보였던 아시안 마트. 10년 전 그 자리 그대로 위치해 있었다. 이곳에서 40인분짜리 미역을 사서 정말 알찌게 해먹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잠깐 이곳에 들러 신라면 작은컵을 구매했다. 매운음식이 생각날 것만 같았다. 

 

 

Best pick! 아미스필드 소비뇽블랑

그리고 뉴질랜드 여행에서 가장 괜찮았던 소비뇽블랑인 Amisfield. 아시안마트 건너편에 위치한 리쿼샵에서 고민의 고민을 하다가 고른 와인이다. 한국에 수입도 되지 않거니와 정말 뉴질랜드에서만 마실 수 있는 와인이기에 더욱 귀했고, 가격도 저렴(27.99NZD)해서 이만한 선택이 또 없었다. 우리의 선택에 틀림이 없겠거니 스스로를 위로하며 숙소로 귀하게 모시고 갔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던 Four squre 마트에서 사과와 식빵, 그리고 Baked bean을 샀다. 

 

체력이 오링난 우리는 정신없는 몸을 이끌고 렌트카 픽업을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했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외국인 아주머니가(캐내디언으로 추정됨) 넌지시 말을 건넸다. 어디서 왔냐 뉴질랜드 여행 어떠냐 등등의 소주제로 스몰톡을 하기 시작했는데, 발화량이나 화술이 참 들리기 편안해서 그래도 견딜만했다. 근데 갑자기 같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샌디에이고 출신의 미국인 아저씨가 박찬호에 빙의해서 대화에 참여 시작, 진짜 말이 어찌나 많던지 내 피곤함에 곰 한마리를 얹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여행중에 대화했던 모든 사람들 중에 가장 잘 들리는(?) 영어를 구사하는 분들이었다는 게 함정 ... 이분들과는 가는 방향이 같은 방향이어서 내릴 때에도 기분좋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휴식, 책읽기, 기분좋은 와인

우리는 이른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밤이되니 날씨가 쌀쌀해졌고 숙소는 차가워져 있었다. 다행히 숙소 안에 가스형 난로가 있어 금방 방 안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었다. 노곤함 몸을 이끌고 각종 스낵과 베이크드 빈을 안주삼아 아까 구매한 와인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소비뇽블랑 답게 상큼시린맛과 과실향이 풍부했고, 기분좋게 몸을 따뜻하게 해주어 금방이라도 잠에 들 것 같았다. 

 

 

숙소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촬영한 별사진 ㅎㅎ

별이 많았다. 낮에는 놀고 밤에는 별보기 바쁜 뉴질랜드. 첫날을 너무 의미있고 즐겁게 보낸 것 같아 기뻤고, 녹초가 된 것도 잊어버릴 만큼 신나게 보냈던 것 같다.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랄까. 내일도 일정이 참 많다. 뜻하지 않게 액티비티만 꽉꽉 채워서 보내는 날인데, 그것도 나름 기대가 된다. 어렸을 적 못해봤던 거 다 해보는 날이다. 금쪽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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