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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후쿠오카 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생애 첫 부자(父子)여행, 마치며 (tistory.com)

 

이전에 아버지와 함께 후쿠오카 여행을 갔을 적에는 조금은 충동적인 감정으로 시작했다(물론 긍정적인). 생애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하시는 아버지를 위한 효도관광이었고, 여행의 결과는 꽤 괜찮았다.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릴수는 없었지만, 처음으로 아들과 단 둘이 간다는 여행이라는 점과 생애 처음 해외여행을 간다는 점은 분명 아버지께도 신선한 경험이었을 거다.

 

 

첫날 인천공항에서 (좌), 첫날 체크인을 기다리며(우)

이번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네 부부가 함께하는 온가족 여행이었다. 온가족 이렇게 여행하는 게 지난 번 아버지 환갑생신 때 강릉으로 놀러갔을 때 이후로 오랜만이었고, 해외여행을 같이 간다는 사실 덕분에 뭔가 더 새롭다는 느낌도 들었다. 우리 부모님세대 최대 과업이 자식들 잘 가르쳐서 결혼시키는 거라던데, 자식들 두 명 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걸 보면 어느정도는 그 과업을 완수하신 듯 하다. 어머니의 환갑생신 축하 겸으로 계획된 여행이었지만, 아마도 그 과업을 축하하는 여행이기도 했다. 

 

 

출발하는날 인천공항에서

오사카를 선택한 이유는 바보같지만 간단했다. 비행시간도 짧고, 음식도 쉽게 접해보셨거니와 교통이나 여행인프라가 좋아서 여행하기 편할 것이라 생각했다. 아버지의 경우는 이전에 후쿠오카를 한 번 다녀오신 적이 있어서 감흥이 좀 덜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는 일본이 처음이시라 그래도 궁금해 하셨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일본에 처음 가시니 일본의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는 숙소나 음식을 경험하게 해드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았는데, 이런 것들 때문에 숙소 선택을 하는 데 애를 먹었다. 다다미 방과 가이세키 조합의 료칸을 소개해드리고 싶었지만, 오사카는 그런곳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는거... 지금에서야 하는 이야기이지만 다음에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에 갈 때에는 꼭! 반드시 료칸으로 가고싶다.

 

 

둘째날 교토의 은각사에서

이전에 아버지와 후쿠오카 여행을 갈 때에는 '와~ 울 아부지랑 여행간다~'라는 생각이 좀 더 주요했다면, 이번에는 내가 책임지고 모든 것을 가이드 한다는 생각이 더했다. 후쿠오카 여행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쓴다는 점은 같았지만 가족들 중에서 나만 오사카에 한 번 와봤다는 점과, 여행 경험이 가장 많다는 점, 그리고 모든 일정과 동선을 짜는 데 있어 많은 부분 나의 의견이 반영되었다. 그래서인지 책임감의 무게가 달랐고, 여행 내내 신경쓰이는 부분들이 참 많았다. (여행 가이드들이 참 힘들겠구나 싶었음) 

 

 

그늘에서 잠깐 쉬는 부모님. 셋째날 오사카성의 안뜰에서

아쉬운 점들도 꽤 많았다. 아무래도 내가 여행지를 골랐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안맞는 음식이나 힘든 부분이 많이 있으셨을거라고 생각한다. 개중에서도 이동의 편의성을 너무 과신한 탓인지 이동하면서 체력소모가 너무 컸고, 그러면서 여행지에서의 감동이 조금 반감된 것 같았다. 지하철이 잘 되어 있으니까 이동하기 편할꺼야 라고 넘겨짚었던 적이 많았어서 부모님의 체력이 빨리 소진되는 것을 잘 캐치하지 못했고, 그런것들 때문에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는 게 눈에 보여서 많이 죄송하기도 했다. 자유를 일부 할애하면서까지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는 어르신들의 여행스타일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차로 알아서 데려다주고 때되면 밥먹으러가고 쇼핑할시간도 주니 말이다. 

 

 

동생네

가족들에게 고마운 점들도 참 많다. 사실 여행 비용은 나와 이여사가 모두 부담할 생각으로 계획했다. 하지만 동생네 부부가 여행에 Join하고 큰 지원을 해 준 덕분에 부담이 많이 줄었다. 누구는 항공비, 누구는 숙박비, 그리고 공통으로 쓸 여행자금을 모아가면서 알찬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마지막 날 인천공항에서

마지막 날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본가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시며. 그래도 마지막날에 무리해서 일정을 넣지 않았던 덕분에 나름 피곤을 뒤로하실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집에 무사히 도착하셨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비로소 우리도 편하게 집에서 쉴 수 있었다. 

 

내 존재는 주변의 내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자고로 '책임'이란 지금 내게 주어진 상황에 대해 올바른 행동과 결정, 그리고 말로써 무게를 더해 잘 마무리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학업일 것이고, 직장생활에서는 내 업무가 그러할 것이며, 이번 가족 여행에서는 여행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보면 가족들에게 점수를 따기 위한 것도 아니고, 여행을 더 잘하려고 하는 마음에서 책임을 다했던 것은 아니었다. 조금은 이타적으로 가족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랬고, 조금 더 즐겁고 유익한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했던 것 같다. 이번 여행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그 동안의 부모님의 책임의 무게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번 가족 여행에 내 존재를 담아 여행의 모든 것에 영향을 받고 그 시간을 함께해 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짧지만 즐거웠던 오사카 가족여행기를 마무리 지어본다. 그리고, 여행에서 끝까지 웃음과 행복을 담당해 준 이여사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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