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첫 부자(父子)여행, 마치며 (tistory.com)
이전에 아버지와 함께 후쿠오카 여행을 갔을 적에는 조금은 충동적인 감정으로 시작했다(물론 긍정적인). 생애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하시는 아버지를 위한 효도관광이었고, 여행의 결과는 꽤 괜찮았다.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릴수는 없었지만, 처음으로 아들과 단 둘이 간다는 여행이라는 점과 생애 처음 해외여행을 간다는 점은 분명 아버지께도 신선한 경험이었을 거다.
이번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네 부부가 함께하는 온가족 여행이었다. 온가족 이렇게 여행하는 게 지난 번 아버지 환갑생신 때 강릉으로 놀러갔을 때 이후로 오랜만이었고, 해외여행을 같이 간다는 사실 덕분에 뭔가 더 새롭다는 느낌도 들었다. 우리 부모님세대 최대 과업이 자식들 잘 가르쳐서 결혼시키는 거라던데, 자식들 두 명 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걸 보면 어느정도는 그 과업을 완수하신 듯 하다. 어머니의 환갑생신 축하 겸으로 계획된 여행이었지만, 아마도 그 과업을 축하하는 여행이기도 했다.
오사카를 선택한 이유는 바보같지만 간단했다. 비행시간도 짧고, 음식도 쉽게 접해보셨거니와 교통이나 여행인프라가 좋아서 여행하기 편할 것이라 생각했다. 아버지의 경우는 이전에 후쿠오카를 한 번 다녀오신 적이 있어서 감흥이 좀 덜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는 일본이 처음이시라 그래도 궁금해 하셨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일본에 처음 가시니 일본의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는 숙소나 음식을 경험하게 해드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았는데, 이런 것들 때문에 숙소 선택을 하는 데 애를 먹었다. 다다미 방과 가이세키 조합의 료칸을 소개해드리고 싶었지만, 오사카는 그런곳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는거... 지금에서야 하는 이야기이지만 다음에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에 갈 때에는 꼭! 반드시 료칸으로 가고싶다.
이전에 아버지와 후쿠오카 여행을 갈 때에는 '와~ 울 아부지랑 여행간다~'라는 생각이 좀 더 주요했다면, 이번에는 내가 책임지고 모든 것을 가이드 한다는 생각이 더했다. 후쿠오카 여행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쓴다는 점은 같았지만 가족들 중에서 나만 오사카에 한 번 와봤다는 점과, 여행 경험이 가장 많다는 점, 그리고 모든 일정과 동선을 짜는 데 있어 많은 부분 나의 의견이 반영되었다. 그래서인지 책임감의 무게가 달랐고, 여행 내내 신경쓰이는 부분들이 참 많았다. (여행 가이드들이 참 힘들겠구나 싶었음)
아쉬운 점들도 꽤 많았다. 아무래도 내가 여행지를 골랐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안맞는 음식이나 힘든 부분이 많이 있으셨을거라고 생각한다. 개중에서도 이동의 편의성을 너무 과신한 탓인지 이동하면서 체력소모가 너무 컸고, 그러면서 여행지에서의 감동이 조금 반감된 것 같았다. 지하철이 잘 되어 있으니까 이동하기 편할꺼야 라고 넘겨짚었던 적이 많았어서 부모님의 체력이 빨리 소진되는 것을 잘 캐치하지 못했고, 그런것들 때문에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는 게 눈에 보여서 많이 죄송하기도 했다. 자유를 일부 할애하면서까지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는 어르신들의 여행스타일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차로 알아서 데려다주고 때되면 밥먹으러가고 쇼핑할시간도 주니 말이다.
가족들에게 고마운 점들도 참 많다. 사실 여행 비용은 나와 이여사가 모두 부담할 생각으로 계획했다. 하지만 동생네 부부가 여행에 Join하고 큰 지원을 해 준 덕분에 부담이 많이 줄었다. 누구는 항공비, 누구는 숙박비, 그리고 공통으로 쓸 여행자금을 모아가면서 알찬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마지막 날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본가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시며. 그래도 마지막날에 무리해서 일정을 넣지 않았던 덕분에 나름 피곤을 뒤로하실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집에 무사히 도착하셨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비로소 우리도 편하게 집에서 쉴 수 있었다.
내 존재는 주변의 내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자고로 '책임'이란 지금 내게 주어진 상황에 대해 올바른 행동과 결정, 그리고 말로써 무게를 더해 잘 마무리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학업일 것이고, 직장생활에서는 내 업무가 그러할 것이며, 이번 가족 여행에서는 여행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보면 가족들에게 점수를 따기 위한 것도 아니고, 여행을 더 잘하려고 하는 마음에서 책임을 다했던 것은 아니었다. 조금은 이타적으로 가족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랬고, 조금 더 즐겁고 유익한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했던 것 같다. 이번 여행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그 동안의 부모님의 책임의 무게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번 가족 여행에 내 존재를 담아 여행의 모든 것에 영향을 받고 그 시간을 함께해 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짧지만 즐거웠던 오사카 가족여행기를 마무리 지어본다. 그리고, 여행에서 끝까지 웃음과 행복을 담당해 준 이여사에게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