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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의 심장, 페와호수

 

드디어 포카라로

 

인터넷에서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으며 버스 티켓을 끊는 창구를 찾아냈다. 버스의 등급에 따라(이를테면 일반과 우등의 구분처럼 더 안락하거나 와이파이가 되는 것 등등) 가격이 달랐는데, 나는 가장 저렴한 500NRP짜리 버스를 선택했다. 이때까지만해도 인도에서 경험했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버스'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7시간이라는 장거리 구간을 단돈 500루피에 해결하다보니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먼지의 도시(?) 카트만두에서 벗어나 드디어 포카라로 간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던 것 같다. 드디어 여행자들의 천국, 그리고 배낭여행자의 3대 블랙홀 중 하나인 포카라로 간다.

 

 

모두 포카라로 향하는 버스들

준비할 틈도 없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게 정말 여섯시가 맞나 싶을 정도이다. 네팔의 아침은 정말 일찍 열린다. 태양도 그렇거니와 새벽 공기를 벗삼아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도 많다. 버스 시간에 맞춰 도착한 버스 정류장에는 나를 포카라까지 운반해 줄 버스가 와 있었는데, 나의 단 돈 500NRP짜리 버스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등받이가 뒤로 내려가지도 않고 창문도 열리지 않아 바깥공기를 맡을 수 없었다. 간만에 벗어나는 먼지도시인데... ㅠㅠ

 버스가 정말 수 천 번도 더 덜컹거렸다. 네팔 사람들이 그들의 언어로 시끄럽게 떠드는 것도, 지도에도 없고 사진으로도 결코 볼 수 없는 장면들을 지나치고 퉁퉁거리는 차 소리와 짹짹이는 새소리들을 들으며 수 시간을 달렸다. 아낙네들이 빨래를 널고 있는 모습이나, 꼬맹이들이 교복을 입고 형, 누나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가는 모습들도 놓칠 수 없었다. 꼬마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공차는 모습을 보며 감동받을 필요는 없었는데, 괜히 어렸을 때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게 생각나기도 했다. 버스가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굉장히 즐거웠다. 웃고 싶었는데 간만에 불편한 버스 타면서 짓는 웃음은 거울을 안봐도 뻔했다.

 

 

호수의 기슭에 피어난 Lalupate

포카라에 다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내리긴 했는데, 버스기사가 알 수 없는 곳에 내려줬다. 버스에서 내리면 택시기사들이 '레이크사이드!'를 외치며 여행객을 호객한다. 더군다나 이 버스를 탔던 외국인은 나 혼자였는데 내가 내리자마자 수 명의 택시기사들이 나를 둘러싸고 호객을 해댔다. 거절은 항상 미안한 일인줄 알면서도 바가지 쓸 걸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너무 오랜시간 버스 안에 있었기에 날이 좀 더워도 걷고 싶었다.

예전에 뉴질랜드의 한 백패커에서 만난 한 여행자가 '세계에는 배낭여행자들을 묶어두는 3대 블랙홀 여행지가 있다'라는 말을 하면서 이집트의 다합, 파키스탄의 훈자마을, 그리고 네팔의 포카라를 이야기 해 준 적이 있다. 배낭여행을 하면서(비록 많이, 그리고 오래도록 한 것은 아니지만) 쉬이 정박하여 오랫동안 마음을 둘 곳을 쉽게 찾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포카라가 도대체 어떻길래 그 정도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지 궁금해 했던 적이 있다. 나는 그 당시 세계를 여행하겠다는 다부진 꿈을 꾸며 단순히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목표로 여행을 하겠다는 대책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목표가 하나 더 생겼던 셈이다.

 

 

페와호수에 정박해 있던 보트들

한~참을 더 들어가서야 널따란 호수가 보였다. 호수 기슭을 따라서 수많은 게스트하우스와 호텔, 그리고 그럴듯한 레스토랑들이 자리하고 있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것들이 저 멀리 산 중턱에 기다랗게 걸쳐있었는데 조금은 흐려서 맑은 호수를 보는 것은 힘들었다. 하지만 호수의 편안함이 좋았는지 가방이 무거운것도 잠시 잊고 길을 따라 아낌없이 걸었다. 몇몇은 보트를 타고 유유자적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방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ㅋㅋ 유난히 피곤해서(버스를 8시간 탄 것이 가장 힘들었다) 레이크사이드 초입에 있는 400NRP짜리 숙소에서 하루를 묵었다. 속이 터질 정도로 느렸던 와이파이 때문에 화가 좀 났는데, 다리가 띵띵 부어서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포카라의 밤거리

사실 포카라의 밤을 양껏 흡수하고 싶었는데, 밤거리만 비실비실 돌아다니다가 결국 숙소로 들어왔다. 나에게 있어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은 고요함과 정갈한 음식, 그리고 커다란 산과 호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포카라의 밤은 너무 밝고 휘황찬란했다. 게다가 생각보다 비싼 술이며(레스토랑 사장에 의하면 포카라의 물가가 몇 년 동안 미친듯이 올랐다고 한다) 음식들은 배낭여행객인 나를 놀라게 했다. 비단 이런것들 뿐만 아니라 정말 한 다리 건너면 있던 수많은 여행사들, 오토바이들, 렌트샵들은 좀 실망스러웠다. 내가 아직 포카라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오늘따라 유난히 시끄러운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오늘 피곤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하루만 있어서 포카라 전체를 보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기에 오늘은 그냥 잠을 푹 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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