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같이 일어나서 1층의 호텔 식당으로 터덜터덜 내려오니, 나보다 먼저 아침을 시작한 사람들의 진한 커피 향기가 퍼지고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늘상 아침이면 고통받는(?) 배고픔에 못이겨 접시부터 들고 음식을 둘러보았겠지만, 오늘은 커피부터 시작했다. 아침 커피는 늘 즐겁지만, 여행와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뜨겁다 못해 진하다. 투어 가이드인 타냐와 로만을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았었는데, 그 시간을 온전히 커피 마시는 데 썼던 것 같다. 이전의 여행들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쓰거나 생각에 잠기거나 책을 읽는 건 아니었다. 말을 아끼고 생각을 아끼고 무언가를 채워넣을 수 있는 빈 공간들을 만들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여행을 간 것은 가을이 무르익을 때 쯤 이었던 것 같다 (9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