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감정에 타협을 대입하지 말 것' 2014년 가을 쯤이었나. 지금 보고 있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레터스 투 줄리엣이라고 대답했다. 멜로영화 정도로만 생각했던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12월 31일, 2016년의 마지막 날. 영화의 장르도 모르고 어떤 영화인지도 몰랐기에 마치 블라인드 시사회에 초청받은 기분이었다. 제목으로 미루어봐도 멜로영화인 줄 지레짐작할 수 있었지만 솔직히 기대를 안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를 시작한 후에는 제야의 종소리를 듣는 것도 잊은 채 영화에 집중하느라 방 안의 모든 불을 끄고 주인공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귀담아 들었다. 게다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를 처음 만나서 그랬는지(어떻게 생긴지도 몰랐다) 더 신선했던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스스로를 깨우는 책 Hermann Hesse, 1919 헤르만 헤세(1877-1962)는 독일계 스위스인이다. 헤르만 헤세가 독일계 작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화가로서 활동했다는 것은 '헤세와 그림들'이라는 전시회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알았고, 시인으로서 활동했다는 것은 오늘 이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알게된 사실이다. 사진 하나만으로 그를 판단한다는 건 굉장히 주제넘는 일이지만, 유난히 반짝이는 그의 두 눈동자가 작가, 아니 예술가로서 그의 인생을 모두 말해주는 듯 하다. 구글링을 통해서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흑백사진들 뿐이었지만, 생기있고 에너지 넘치는 그의 통찰력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다. 헤르만 헤세는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혼돈의 시대를 탐구하며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자기 실현의 길을 걸었..
"내가 그린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렸다." 지루한 사만다 공식 블로그 유럽을 여행하며 많은 작품을 보아 왔지만 가슴으로 동감하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은 적었다. 나는 그들과 같은 시대에 살지 않았고, 역사적인 이야기들 또한 글로써 전해지는 것들이기 때문에 크게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은 없었다. 모두가 칭송하는 다빈치의 작품이나 고흐의 작품을 보고서도 그저 그렇다 혹은 아직은 잘 이해할 수가 없다 식의 반응 뿐이었다. 물론 내가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어쩌면 걸작이라 함은 모두가 처음 보고도 놀랍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이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첫째로 그 작품의 규모가 굉장했고, 둘째로 익살스럽게 표현된 그림에서 억압받고 있는 시대적인 상황이나 작품을 통해..
'코를 제외한 나의 모든 감각을 자극했던 영화' 엠마스톤이 여주인공(그웬 스테이시 역)으로 나오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결말 장면을 보던 나의 대사가 생각이 난다. "죽지마... 제발...아... 안돼ㅠㅠ" SF영화에서 그토록 내 감정을 싣고 결말의 혹독함에 못이겨 한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엠마스톤이 날 그렇게 만들었다.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야 엠마 스톤이 여주인공인 걸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행복이 넘치는 미소와 반짝이는 금발, 그리고 여자치곤 약간 저음에 속하는 목소리이다. 영화 킬 빌에서 빌이 금발에 미쳐있었던 이유도 어느 정도 납득은 간다. 하얀 피부라서 그런지 금발이 유난히 돋보인다. 거기에 녹색 홍채라니.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다. 어메이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