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에는 만화가 애니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볼 수 있는 곳을 방문했다.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ㅠㅠ) 한국에는 일본의 만화가 상당히 많이 녹아 있어 내가 알만한 만화 캐릭터들이 상당히 많았다. 뭐 포켓몬만 해도 말 다했지.. 사진이라 표현이 잘 안됐는데, 1컷 1컷의 그림들이 이렇게 뱅글뱅글 돌면 정말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애니가 이렇게 만들어진다고 한다. 지금은 사무실에서 죽도록 하고 있는 모습이긴 하지만 저 당시에는 많이 어색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저 티셔츠를 아직도 안버리고 가지고 있네... 막상 저렇게 열심히 그리는 척 했지만, 난 그림에 재능이 없다. 코를 그리라고 하면 돌맹이를 그리고 눈을 그리라고 하면 망고를 그린다. 후지산도 식후경. 우리는 지금 후지산에 가는 길이고, 일본..
한 순간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아침에 일찍 눈을뜨고 짐을 정리하고 곧장 나갈 준비를 했다. 이때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행만 가면 유난히 부지런을 떨고 싶어하는 성격이 되어버린 것 같다. 평소보다 더 힘든데, 더 일찍 일어나고 싶어지고, 평소보다 더 할 일이 많은데, 더 많이 소화하게 된다. 오늘은 아마도 '첫' 호텔 조식을 먹는다는 기대감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호텔 조식 뷔페였다. 일본 답게,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들, 찰기 있는 쌀밥과 간장과 가쓰오부시가 얹어진 두부와 미소된장국. 토종한국인인 나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았던 아침식사였다. 오전 일찍 처음으로 간 곳은 일본 최고의 대학 동경(東京)대학교. 굳이 한국으로 치면 서울대 이상의 ..
도시의 품을 떠나 대자연의 품으로 도시도 물론 좋았지만 나는 자연이 더 좋더라~ 자연의 품으로 이동! 하코네로 도쿄의 중심부에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지나왔다. 산 속에 놓인 기다란 도로를 지나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시나무 숲도 지나고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이는 들판도 지나서 산꼭대기까지 다다랐다. 이곳은 바다인가? No! 칼데라호! 벌써부터 느껴지는 고산의 서늘함이 으스스하다. 이곳이 바다일지도 모른다는 착각과 함께 해적선처럼 보이는 배를타고 스르르~ 물 위를 미끄러져 갔다. 오와쿠다니 계곡. 저 멀리 보이는 높기만 한 후지산(내 생에 첫 3,000m이상 되는 산). 산 중턱에 구름이 걸쳐 있는 것이 멋있었다. 살면서 한 번 쯤 구름을 내려다 보고 싶은 욕심이 갑자기 생겼다. 저기 우뚝 솟아 있는 ..
바라건데...(뭘?) 메이지 신궁에서 였을거다. 재미없고 고루할 것만 같은 사원을 소망과 미래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게 해 준 자그마한 나무팻말. 수많은 언어들 가운데 한국어로 쓰여진 이것을 걸어 놓는 것도 국위선양일까? 나는 무슨 소원을 적었을까. 그 시절 추억이 가득 담긴 사진첩을 뒤적여보니 '군대에 가기 전' 이라는 문구를 시작으로 아주 뜻깊은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써 놓았더라. 이미 그 소원을 이루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나무팻말에 적은 내용은 복선이 되어 나타났다. 아주 선명하게!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있는 그는 쉴 틈이 없다. 매우 바쁜것처럼 보였지만, 음식을 다루는 자세는 고요하고 차분하다. 수백개의 접시가 식당의 한쪽 끝과 한쪽 끝을 줄지어 연결하고 있었다. 기다랗게 늘어진 생선들..
가깝고도 먼 나라 나는 선택권이 없었다. 나는 첫 해외여행이라는 기회를 놓칠수 없었고, 그 기회를 단번에 잡았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말 의도치 않게 시작된 여행이었고, 도쿄 여행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학교 1학년, 호주 이후로 가는 '20대의 첫 여행'이기에 더욱 특별했고(여행에 관한 처녀성은 이곳에서 다 깨졌기 때문에), IT연수라는 부제목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던 여행이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여권에 사증하나 찍히는 것이 그리도 즐거운 것을. 그들은 Where are you from? 이라고 물었다. Korea라고 대답을 하니 그들은 일본어를 못하는 나를 배려해서 한국어로 쓰여진 대본을 주더라. 앞에 나가서 무엇을 말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내 걱정을 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