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여행을 와서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는 것은 사치이다. 캐리어에 고이 싸들고 온 옷가지를 보며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고 오늘은 어떤 곳을 구경할까, 어떤 음식을 먹을까(중국에서 이런 기대를 첫날 다 버리긴 했지만...)라는 기대를 하면 잠에 들 틈이 없다. 자유여행이 아닌 탓에 우리는 예정된 일정을 소화해야 했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장면들이 이러한 기대들을 충족해 줄 것이라 믿었다. 오늘은 상해 근교 항저우의 인공호수인 '서호(西湖)'에서 보트투어를 하고 오후에는 동방명주 전망대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날씨는 여전히 덥고 습했지만 덕분에 사진을 찍으면 얼굴이 번들번들해 보이는 효과는 있었다. 인공호수를 빙 둘러 있던 산책로는 한국의 일산 호수공원 산책로와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별반 다를 것이 ..
10여 년이 지난 2023년이 되어서야 기억의 퍼즐 조각들을 맞추기 위해 외장하드를 뒤적이고 사진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새삼스럽고 어색하다. 대학생활을 함께하며 단기 연수를 목적으로 갔었던 상해였는데, 호주와 일본 이후로 나의 3번 째 해외여행(?) 이기도 했었기에 나름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던 곳이다. 해외 단기연수 목적이기에 학교가 짜 놓은 스케쥴에 맞추어 이동하고 견문과 배움의 농도를 최대화 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이러한 목적에 너무 집중하다보면 해외까지 가서 다양한 경험들을 오히려 제한할 수도 있다는 학생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했는지, 총 5일의 일정에서 3일이나 자유여행 일정으로 할애를 해 주었다. 우리가 구성했던 조는 학과 동아리 내에 남2/여2의 선후배로 이루어진 조였는데,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