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5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을 거쳐 도착한 알마티 시내. 어떤 인연이든 헤어짐의 순간은 아쉽겠으나, 2박 3일간 함께해 준 타냐와 로만이 정말 고마웠다. 이렇게 동행식으로 1 on 1 가이드 해 본 경험은 또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말이다. 내가 오늘 카자흐스탄 호텔에 묵는다고 하니, 친절하게 여기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까지~ ㅎㅎ 이렇게 나름 알마티의 상징이라 불리는 카자흐스탄 호텔에 도착 1977년에 지어진 50년이 다되어가는 호텔이지만, 나름 4성급의 호텔이고 진도9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고 한다. 깔끔한 멋도 좋지만, 이런 오래된 느낌이 주는 편안함도 좋은 것 같다. 호텔의 외관은 변경과 리모델링이 쉽지 않겠으나, 내부는 그래도 나름 현대적인 느낌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다. 호텔..
어제 불같이 돌아다니고 불같이 잠들어서 새벽 이른시간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회사다니면 맨날 늦잠자고 싶은데, 여행에서의 잠은 1분 1초가 사치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의 국룰... 눈뜨자마자 밖을 나섰는데, 아직 안녕을 고하지 않은 새벽 별빛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어제 그 자리에 있던 별들인 것 같은데,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시골집의 흔한 아침풍경인데,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 닭이 울고 개가 짖고 굴뚝에는 연기도 피어오른다. 흡사 우리나라 시골이라 해도 믿을 법한 모습들이었다. 이제 아침이 가까워지고 들이치는 햇빛을 맞으며 홍차 한 잔 하기.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대자연 카테고리인 '호수'를 방문하는 날인데,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거점 마을인 사티를 중심으로 왼쪽으로 가면 카인디 호수가 있고, 오른쪽으로..
눈을 떠보니 열려있는 창문으로 아침의 쌀쌀한 공기가 들어왔다. 어제 맥주를 완병하겠다는 목표보다는 피곤해서 좀 더 자야겠다는 욕구가 강했는지, 맥주를 남겨둔 채 (세상에나!) 창틀위에 저렇게 올려두고 잠이 들었다. 그래도 남아있는 맥주는 차갑게 유지시키겠다고 저렇게 창문을 열고 잔 것 같다. 거실로 나가니 이미 저렇게 아침이 준비되어 있다. 부드러운 빵과 샐러드, 그리고 속이 꽉찬 만두 같은 음식도 있었다. 정확히 뭐를 베이스로 한 속인지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냥 만두같다고 생각하고 먹었던 것 같다. 오늘도 신나게 덜컹거리는 오프로드를 달린다. 어제 타냐가 농으로 말했던 Natural Massage는 오늘도 계속되었다. 밤에 잠이 잘 오는 이유도 하루종일 이런 마사지를 받아서 일까...? 로만은 정말..
새벽같이 일어나서 1층의 호텔 식당으로 터덜터덜 내려오니, 나보다 먼저 아침을 시작한 사람들의 진한 커피 향기가 퍼지고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늘상 아침이면 고통받는(?) 배고픔에 못이겨 접시부터 들고 음식을 둘러보았겠지만, 오늘은 커피부터 시작했다. 아침 커피는 늘 즐겁지만, 여행와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뜨겁다 못해 진하다. 투어 가이드인 타냐와 로만을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았었는데, 그 시간을 온전히 커피 마시는 데 썼던 것 같다. 이전의 여행들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쓰거나 생각에 잠기거나 책을 읽는 건 아니었다. 말을 아끼고 생각을 아끼고 무언가를 채워넣을 수 있는 빈 공간들을 만들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여행을 간 것은 가을이 무르익을 때 쯤 이었던 것 같다 (9월 말..
카자흐스탄 여행은 원래 계획에 없었다. 단지 내 욕심의 무게를 확인하기 위한 배낭만 하나 챙긴 채 원래는 조지아 여행에 포커스를 맞추어 여행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트빌리시 직항이 없었음에 한편으로 감사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가을은 꽤 괜찮았기 때문에. 2018년 9월 23일 토요일, 인천공항에서 약 7시간이 걸려서야 알마티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환전과 동시에 출구 쪽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멍청한 이방인을 찾는 하이에나들이 먹이를 기다렸다는 듯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물론, 그런 수작에 넘어갈 내가 아니다. 이미 현지 가이드로부터 호텔까지의 택시비가 3,000탱게라는 걸 알고 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 속아주겠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서 4,000탱게를 불렀다. 그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