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의 향기를 느끼다 유럽에서의 여행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봐야한다는 강박관념?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네팔 여행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긴 일정에 적게 보자'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꽤 어려웠다. 여전히 '여행은 바빠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새벽에는 알 수 없는 조바심에 눈을 뜨고 분주한 사람들의 틈에 섞여 돌아다녀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스스로와의 계획과 다짐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느린 아침을 먹고 억지로 게으름을 피웠다. 나와는 안 어울리고 성에 차지 않았지만 서서히 적응해가고 있다. 어제는 파슈파티나트만 봤고, 오늘은 보다나트만 볼 생각이다. 매일 아침 먹는 건 잊지 않았다. 사실, 아침 먹는 게 가장 중요했다. ..
이곳을 결정한 건 바라나시 때문이었다. 많은 여행지 중에서도 이곳을 선택한 건 바라나시가 생각나서였다. 바라나시에는 온종일 운반되어 온 시체를 태우는 화장터가 있는데, 화장을 하기 위한 의식을 행하고 시체를 태우는 장면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한국에서조차 화장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인도에 다녀온 이후로 잠시동안 윤회(輪廻)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는데, 시체를 태우는 것으로 하여금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했던 적이 있다. 갠지스강의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는 파슈파티나트를 선택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더 보고 더 느끼고 싶었다. 이른 아침부터 출발하지는 않았다. 다소 늦은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한 나는 쓸데없이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걷는 걸 선택했다. 유난히 걷는 걸 좋아하는 나이지..
Real Cashmere를 원한다면? - 마하구띠는 라짐팟 Rd에 위치해 있다 - 택시타고 가면 80~100루피 정도에 흥정 가능(택시기사가 모르는 경우도 있음) - 스카프, 숄, 스웨터, 식기 등 다수의 제품 - 정찰제, 가격 흥정 불가능 - 스카프의 경우 NRP 2000 ~ 진짜를 원해서 수소문 끝에 찾아갔다. 어느 특정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에 관심이 많아 네팔에서는 과연 무엇을 사야할까 고민을 했다. 지인으로부터 '캐시미어를 사는 것이 좋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런 최상급의 고급원단을 학생인 내가 구입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산지이기 때문에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는 대답을 들었다. 덕분에 어디를 가던 구입했던 엽서와 함께 내가 챙겨올 수 있었던 유일한 기념품..
불교의 향기를 느끼다 어제의 아주 짙은 먼지가 싫었는지 밖에 나서기가 두려웠다. 목은 칼칼하고(마치 감기가 걸린 사람처럼) 코는 훌쩍거리고 목은 부었는지 약간의 통증까지 있었다. 카트만두는 도저히 살 곳이 못된다고 어찌나 투덜거렸는지. 도착한 날과 어제, 딱 이틀 걸었을 뿐인데 나름 면역이 좋다고 자부하는 나의 몸을 이렇게까지 만든 도시의 흙먼지가 싫었다. 해가 창을 통해 쨍쨍소리를 내며 들어오고 나서야 어제 입었던 바지를 바라보았는데, 곤색 바지가 색이 바래진 것처럼 뿌옇게 변해 있었다. 곧장 밖으로 나가서 바지를 털어냈는데, 한국에 있었으면 삼년은 묵어야 나올법한 먼지들(모래폭풍인 줄)이 떨어졌다. 아무리 돈없고 가난한 여행이라 할지라도 이정도의 먼지는 싫어 바지를 신나게 두들겨 팼다. 무슨 소화기인..
네팔의 심장을 걷다. 이른 저녁식사를 한 나는 숙소에 들어와서 이제껏 찍은 사진들을 정리할 참이었다. 불행하게도 네팔의 첫 숙소는 와이파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집에 연락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네팔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 'EVEREST'를 맛보고 곧장 잠들어 버렸다. 좀 오래 자고 싶었다. 다섯시 쯤이었나?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둔 탓에 차가운 공기가 머리맡에 내려앉아 나를 귀찮게 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새벽부터 시끄럽게 울어대는 떼까마귀들 때문인지 몰라도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고, 때문에 오전 5시나 6시가 결코 이른 시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오늘 새 옷을 꺼내서 돌아다닐까 하다가 어제처럼 먼지를 뒤집어 쓰게 될까봐 ..
질문1 : 왜 네팔인가? 네팔 여행을 한 지 1년이 지난 아직도, 나는 답을 찾지 못했다. 여행 갔다 온 누구는 무척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했고, 또 어떤 누구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가장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이미 여행이라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삶의 무게와 깊이, 그리고 생각의 농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번 동남아 여행에서 가장 길게 일정을 잡은 네팔에서 질문도 없는 답을 찾으려고 한 것 같다. 도대체 뭘? 말레이시아 항공을 타고 거친 기류를 이겨낸 끝에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에 닿았다. 이곳은 카트만두. 몸집이 큰 인천공항과는 달리 초라한 트리부반 공항의 규모에 살짝 실망했다. 절!대! 안전한 교통수단인 비행기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관제탑이 보일 듯 말 듯 한다는 사실이 약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