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과음을 한 탓도 있겠지만, 아침에 일어나기가 정말 싫었다. 포르투갈에서의 마지막 날이라는게 너무나 아쉬웠고, 시간을 조금 더 할애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였다. 그만큼 새로운것에 대한 기대만큼 포르투갈을 여행하며 느꼈던 만족감이 대단했던 것도 있었고, 신혼여행의 첫 여행지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더더욱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을 열심히 챙기고 다음 여행지로 갈 준비를 했다. 준비하며 아침 대신 간단하게 먹었던 파스테이스 데 벨렘의 나타. 전날 샀음에도 불구하고 눅눅함 없이 페스츄리의 바삭함과 꾸덕꾸덕한 노른자의 식감, 그리고 달작지근한 맛은 포르투갈과의 안녕을 아름답게 하기에 충분했다. 리스본을 떠나며. 언덕에 층층이 자리잡은 건물들이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였다. 예전에 이탈리아의 친퀜테레나 ..
결혼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지만, 결혼을 축하하는 메세지는 언제들어도 기분이 좋고, 마치 정말로 새로운 시작을 축하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숙소를 예약하면서 Honeymoon이라는 코멘트를 꼭 넣었었는데, 저런 기분좋은 메세지카드를 주었던 숙소도 있었고, 침구류에 꽃잎으로 하트를 만들어 주거나, 달콤한 디저트를 선물해주는 숙소도 여럿 있었다. 사실 이여사에게 이런 이벤트같은 순간들을 매일매일 만들어주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매일매일이 이벤트의 연속이었다 (굳이 내가 준비하지 않아도 ㅎㅎ) 어제 폰토 파이날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마트에서 과일과 요거트, 그리고 이것저것 주워담았던 스낵과 빵으로 아침을 간단하게 때웠다. 예전에 유럽에서 돈이없어서 값싼 요거트로 끼니를 때우던 게 생..
신혼여행의 어원에 대해서는 말이 참 많다. 신혼여행(新婚旅行), 허니문(Honeymoon) 그리고 밀월(蜜月)여행. 신혼부부가 한 달 동안 꿀 술 등의 음료를 마시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신혼의 한 달이 가장 달콤한 때라는 뜻에서 유했다는 설이 있다. 혹자는 달도 차면 기운다는 속담을 신혼 생활에 비유하곤 하는데, 신혼의 한 달은 꿈처럼 달지만, 그만큼 금방 식어간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결혼식 직후에 출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는 코로나 등의 여러가지 이유로 1년이나 늦게 출발을 하게 되었다. 1년 동안 많은 것들을 서로의 일상에 양보하고, 때로는 열심히 일하며 이번 신혼여행을 준비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번 여행이 무언가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고, 행복하고 ..
점심을 거하게 해결한 우리는 와이너리 투어를 위해 도우 강 건너편으로 향했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동루이스 다리를 건너야 했고, 도우강이 흐르는 모습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도보다리를 이용했다. 조금 무서워서 카메라를 꺼낼 엄두를 못냈어서 유감스럽게도 사진이 없다... ㅎㅎ;; 동 루이스 다리의 아랫부분은 도보와 차량이 이동하는 곳이고, 상단부는 트램과 도보가 같이 있는 다리로 구성이 되어있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아래의 통행로가 보수공사중이라 보행자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통로 밖에 없었다. 다리를 건너고 안도하는 이여사. 사실 이 때 즈음에 너무 많이 걸어서 지친것도 있었고, 포르투 공항에 도착한 짐을 언제 찾으러가야 하나 초조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날씨가 슬슬 더워지면서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둘 다..
어제 포르투에 막 도착했을 때에는 숙소를 어떻게 찾아가지라는 걱정보다 우리의 캐리어를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더했다. 숙소에 도착하고 백팩에만 있는 짐을 풀고 바로 저녁식사를 하러 간 탓에 숙소가 이렇게 예쁘다는 것도 몰랐다. 우리가 포르투갈에서 예약한 숙소들은 모두 에어비앤비 형식의 숙소였는데, 로컬 주민이 된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구를 개고,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고... 숙소 바로 앞에는 포르투 대성당이 있어서 그런지 우리가 일어날 때 즈음에는 모여든 인파로 시끌시끌 했다. 어제 일류의 하루(?)를 보낸 우리는 한편으론 불편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한 채 잠에 들었었다. Baggage Claim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의 캐리어가 가능한 한 빨리 와주었으면..
솔직히, 난 아직도 캐리어를 들고 여행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사실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나이이긴 한데, 백팩보다 훨씬 편함에도 불구하고 백팩을 선호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백팩을 메고 끙끙거리며 여행하던 시절을 추억하는 나이가 되어버린건지, 아니면 두 팔과 다리가 자유로운 여행을 선호하는건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짐을 적게 가져가는 걸 좋아해서 그러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백팩여행 하는 걸 워낙 좋아하다 보니 내 주변의 사람에게도 (피해자: 내 아내...) 백팩을 메고 가는 것을 권유(강요 아님!!)하고 있다. 근데 특이하게 백팩이 주는 뭔가 오묘한 매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조금 더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도 있고... 아무튼 우리는 백팩과 캐리어를 모두 가져가기로 했고, 이 선..
늦은 신혼여행기를 올려본다. 결혼 후 1년 만에 가게 된 신혼여행. 결혼 당시에는 사람들과 바쁜 일정을 보내느라 신혼여행을 계획 할 겨를도 없었고, 갈만한 여유 자금도 충분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코로나 때문에 생긴 규제들이 점점 완화가 되기 시작했고, 유럽권 국가들은 통제를 하나 둘 씩 해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현이와 신혼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신혼여행지를 어디로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결혼식을 치르고 바로 출발을 했다면 하와이, 칸쿤 등과 같은 휴양지를 선택했을 법 했지만, 식을 치르고 난 지 1년이 지난 지금은 그렇게 지쳐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둘 다 휴양지를 선호하지 않는 타입인 탓에, 최종적으로는 포르투갈/스페인을 선택하게 되었다. 나는 10년 전에 스페인을 배낭여행으로 가 본 ..
어제 과음을 하지는 않았으나 하루 온종일 돌아다녔던 탓에 둘 다 피곤했는지 적당한 늦잠을 잤다. 우리가 묵었던 방은 남향의 통창이 나 있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챠르르 커튼 밖으로 옅은 아침이 들이쳤고, 그 사이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을 잠시 즐기고 싶었고, 아침을 너무 빠르게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제 저녁에 사 두었던 메론맛 환타로 아침을 시작해본다. 예전에 오사카에 놀라갔을 적에 고등학교 동창인 흥진이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일본 와서 뭘 먹었냐는 질문에 주저리주저리 답변 했더니 아직도 메론맛 환타를 마셔보지 않았냐고 잔소리를 들었다. 곧장 마트에 가서 메론맛 환타를 사서 마셔봤는데, 이게 왠걸... 도대체 왜 한국에 없는건지... 밖을 나서니 눈은 멈추고 타카야마의 목가적인 분위기가 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