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에는 늘 부모님의 시간을 우리가 따라가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늘 항상 옆에 계셨고, 우리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 행복한 감정을 공유했다. 그리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러나 부모님과의 시간은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이런 사실을 우리 스스로 알게 될 때 즈음이면, 부모님의 시간이 우리의 시간보다 너무 빨라서 시간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곤 한다. 마치 산을 올라가는 사람과 정상을 찍고 내려가는 사람처럼 말이다. 이여사의 첫 가족 해외여행은 태국여행이었다. 해외여행은 남일같이 여기던 이가네 남자들(장인어른/형님)과 다르게 어디든 떠나보고 싶었던 장모님(이하 어머님으로 호칭)께서 행동을 개시하면서 이여사가 동남아 패키지를 알..
생애 첫 부자(父子)여행, 마치며 (tistory.com) 이전에 아버지와 함께 후쿠오카 여행을 갔을 적에는 조금은 충동적인 감정으로 시작했다(물론 긍정적인). 생애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하시는 아버지를 위한 효도관광이었고, 여행의 결과는 꽤 괜찮았다.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릴수는 없었지만, 처음으로 아들과 단 둘이 간다는 여행이라는 점과 생애 처음 해외여행을 간다는 점은 분명 아버지께도 신선한 경험이었을 거다. 이번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네 부부가 함께하는 온가족 여행이었다. 온가족 이렇게 여행하는 게 지난 번 아버지 환갑생신 때 강릉으로 놀러갔을 때 이후로 오랜만이었고, 해외여행을 같이 간다는 사실 덕분에 뭔가 더 새롭다는 느낌도 들었다. 우리 부모님세대 최대 과업이 자식들 잘 가르쳐서 결..
여행을 하며 누릴 수 있는 축복 중 하나는 온종일 받아냈던 여행의 피곤함을 몇 시간의 단잠만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주일이 피곤해도 주말의 낮잠 한 번이 그러하고, 출근하면서 셔틀 버스의 창가에 기대어 잠깐 자는 몇 분이 그러하다. 어제 그렇게 하루종일 돌아다녀 생긴 피로들이 나를 잠깐 다녀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금세 떠나가 있었다. 가족들 모두 간밤에 단잠을 주무셨는지 얼굴이 뽀송뽀송했다. 어제와 비슷한 조식을 먹고 커피까지 한 잔 했던 오늘. 오늘도 날씨의 신이 도왔다. 최소한 오늘까지 날씨가 좋길 바랐는데, 그 염원이 하늘까지 닿았던 날. 오늘은 전체적으로 오사카의 주요 명소들을 계획했다. 물론 주요 명소 간의 이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짰지만, 이번에 가족들과 여행하면서 ..
2023. 04. 21. 교토는 맑음 (이라고 한다) 맑음이라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한시름 덜었던 우리. 간밤에 푹 잔 덕분에 어제의 피로가 싹~풀렸다. 우리는 약속한 시간에 로비쪽으로 내려가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오늘 우리의 일정을 모두 소화하려면 하루를 위한 에너지를 완충해두어야 했다. 사실... 너무 일정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은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식사는 뷔페였는데, 일식과 양식 등 다양한 음식을 취사선택할 수 있어 딱히 호불호는 없었다. 일본까지 오셨으니 한상차림으로 내어드렸으면 좋았을 뻔 했지만, 호텔이라는 한계 때문에 어려웠다. 사실 숙소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고민이 많았다. 아무래도 어머니는 일본이 처음이시니 일본 느낌이 많이 나는 다다미 방을 예약하고 싶었으나, 도톤..
어렸을 때 다함께 갔던 가족여행에서는 나와 내 동생은 뛰어놀고 아버지, 어머니는 우리가 위험하지 않은지 재미있게 노는지를 항상 주의깊게 살피시는 세이프 가드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당신들도 가고싶은 곳이 있고 드시고 싶은게 많았을 나이인데(지금의 내 나이를 생각해보면 항상 그러하니), 자식의 즐거움을 위해 그 시간을 희생하셨다고 생각하니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후엔 학창시절(중학교/고등학교)이라는 시간의 공백을 건너뛰고 대학교에 입학했고, 나는 수원으로 올라와 자취생활을 하게되어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렇게 거의 10여년이 지났다.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휴양소가 당첨되어 몇 년 만에 가족과 다같이 여행을 다녀왔다. 종종 집에 내려와서 집밥도 같이 먹고 가족들이..
오전에는 아침피로(?)를 씻어내기 위해 공용탕을 찾았다. 공용탕도 나름 옥빛을 내는 온천수 덕분에 몸이 말끔히 씻긴 듯 했다. 노보리베츠의 온천수는 씻고나면 약간 미끌미끌한 촉감이 있어 신기했는데, 일본사람들은 온천수의 기운을 유지하기 위해 탕에서 나온 후로는 따로 비누칠을 안한다고 했다... ㅎㅎ 거한 아침식사를 맞이했다. 다른 일본의 료칸과 다르지 않게 한상차림으로 푸짐하게 나왔고, 배가 고문을 당할때까지 밀어넣느라 힘이 들 정도였다. 노보리베츠에서는 더 이상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 없기 때문에 아침일찍 숙소를 나섰다. 숙소 바로 앞쪽에 위치해 있던 차고지 쪽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역으로 가기 위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삿포로 행 기차를 타기 위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어느 플랫폼으로..
어제와 마찬가지로 산뜻하고 신선한 해산물로 시작한 우리는 오전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어제 한밤의 모토마치거리가 너무 아쉬웠던 우리는 트램을 타지 않고 산책 겸 슬금슬금 걸어갔다. 날씨가 워낙 많이 풀려서 눈이 차츰 녹기시작했는데, 마지막날 그러니까 뭔가 좀 아쉽기도 하고..ㅎㅎ 눈이 펑펑 내리면 또 어땠을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봤다. 아카렌가 창고쪽은 사람이 거의 없고 한산했는데, 어제의 복작복작한 느낌보다는 한산한 느낌이 훨씬 더 잘 어울렸다. 우리의 유난스러움이 고요함을 깨고 있었지만 정적의 한가운데에서 떠드는 기분이 오묘했다. 오전에는 거리 앞쪽의 바다가 정말 잘 보였다. 영화의 중반부에도 이런 거리의 모습이 정말 멋있게 나왔는데 실제로 봐도 정말 아름다웠다. 가끔씩 언덕의 가장 높은곳에..
방 안으로 햇빛이 쏟아졌다. 오늘은 교통패스를 끊고 하루종일 돌아다녀야 할 만큼 일정이 꽉꽉 차 있는 하루였고, 오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호텔 내에는 별도의 식당이 없고, 주변에 제휴된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사권을 제공해주는 형태였다. 멀리갈 필요 없이 우리는 바로 앞에 위치한 작은 식당에 들어갔고, 가이센동이 포함된 아침 정식과 미소라멘을 주문했다. 가이센동은 해산물을 뜻하는 '가이센'과 덮밥을 의미하는 '동'의 합성어이다(부타동, 가츠동처럼). 말 그대로 해산물을 주 재료로 한 일본식 덮밥인데, 아무래도 신선한 해산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고 재료도 너무나 신선했다. 해산물이 주요 식단이 아닌 우리에게 정말 낯선 향들과 재료들이었지만, 정말 '신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