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역에서 하코다테로 향하는 길. 눈과 바다가 한 장면에 보이는 신기함이 오늘도 이어졌다. 날씨는 푸르다 못해 치명적이기까지 했다. 바닷가를 쭉 타고 이어지는 해안 철길이 여행의 노곤함을 그대로 씻어주었다. 여행의 딱 중간이 되는 날인데, 피곤함은 없고 아직도 설렘 한가득을 안고 가본다. 추추추추~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와 해안가를 끊임없이 어슬렁대는 파도들을 보며 수 시간을 달렸다. 하코다테는 홋카이도 남서쪽에 있는 항구도시로, 삿포로 공항에서 비행기로 쉽게 갈 수도 있고, 이렇게 우리처럼 바닷가를 달리는 낭만을 선택할 수도 있다. 시가지가 바다에 튀어나온 열쇠형의 지형을 하고 있어서 위에서 내려다 본 도시의 전망이 참 멋있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코다테 역에 도착. 여름의 복잡함과 가을의 적..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얼마 안 가 도착한 탁신관. 이곳은 미술관과 자작나무 숲이 잘 어우러져 있는 인기 명소이다. 탁신관의 미술관 안에는 비에이 지역의 다양한 사계의 모습들을 담은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했다. 신발을 벗어야해서 귀차니즘을 이겨내지 못하고 패싱. 이곳에 와서 놀랬던 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눈이 쌓일 수 있구나 했던 것...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압도적인 눈 때문에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중간중간 바람 때문에 땅으로 떨어지는 눈더미들이 있었는데, 안피하고 그대로 맞으면 좀 아플 것 같았다.. 많은 눈과 추운 날씨의 콜라보 = 눈이 나무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사실 이곳이 진짜 유명한 이유는 자작나무가 많아서 사진을 찍기 너무 좋다는 것. 나무가 길쭉길쭉해서 그런..
어제까지만해도 눈이 다 녹고 없었는데, 아침은 다시 하얀 빛으로 변해 있었다. 오늘 비에이와 후라노 가이드 투어가 예약되어 있었는데, 오늘의 이 여행을 위한 환상적인 날씨가 아닐 수 없었다. 역시나 자유여행과는 다르게 정해진 장소와 시간이 있었다. 마침 어제 오타루로 가는길에 잠시 지나쳤던 장소였고, 그곳은 삿포로 TV타워 앞이었다. 버스가 두 대 정차되어 있고 그 앞으로 가이드로 보이는 남자분이 명단이 적힌 종이를 들고 체크를 하고 있었다. 버스가 구분되어 운영되고 있었는지, '이 버스를 타셔야 됩니다'라고 분명하게 안내를 해주던 정일도 가이드 님. 오랜시간 배낭여행을 해오던 나는 가이드투어가 정말 익숙하지 않았다. 낯간지러운 가이드의 자기소개부터 조용하고 싶은 순간에 시끄러운 안내멘트들을 계속..
사실, 여행을 하면서 유명한 여행지는 대부분 예쁜 곳이고(왜 잘생겼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걸까?), 그런 곳은 대부분 커플들이 우리 예쁜 사랑하고 있어요 우리 이만큼이나 로맨틱해요를 보여주기위한 사진을 찍는 장소였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할 적이면 그래도 필수코스이니 만큼 눈도장은 찍고 가야지 하는 마음에 괜히 들렀다가 사진기사가 되서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 다반사였다. 같이 여행을 하면 가장 좋은 점은, 이런 걱정은 이제 더 이상 안해도 된다는 것이다. 좀 낯간지러워도 되고, 서로 사진을 찍어준다고해서 민망할 일은 전혀 없었다. 한겨울의 오타루가 그런 곳이었다. 오타루는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영화의 제목에서 주는 첫 느낌부터가 사랑이 가득하고, 금방이라도 따뜻함으로 온 세상이 물들..
여행의 텀이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겠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 이제 막 3개월이 지났는데,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홋카이도 지방 여행을 계획했다. 이여사는 신행에서 복귀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여행을 가느냐고 잠시 머뭇했으나, 삿포로는 이게 있고~ 오타루는 저게 예쁘고~ 하코다테는 저게 있고~ 비에이랑 후라노는 진짜 예쁠거야 라는 나의 착한 속삭임(?) 때문에 못이기는 척 비행기 예약에 동의했다.(동의를 당했다라는 표현이 맞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약 일주일을 계획해서 다녀온 홋카이도 지방의 여행은 매우 훌륭했다. 여행의 완성은 멋진 장소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훌륭한 숙소라고만 생각했는데, 같이 가는 사람도 정말 중요하구나 라고 더더욱 느꼈던 여행이었다. 나고야에서도, 그리고 신혼여행에서도 ..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건지 오늘도 아주 느즈막이 일어나 하루를 준비한 우리. 여행 후에 그 날 아침은 뭐먹었지? 라고 했을 때 쉬이 기억하지 못하고 사진첩 또한 비어있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여행의 관성도 효과를 다해서 집에 돌아갈 때라고 느끼고 있었다. 오늘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의 일정은 딱 하나. 고딕지구 근처에 위치한 라떼 맛집에서 여유있는 모닝커피를 딱! 마시고 점심 딱! 먹고 공항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일단은 체크아웃까지 한 우리는 짐을 맡기고 오전 일정을 다녀오기로 했다. 샤를 드 골 공항행 비행기가 18:05에 예정되어 있어서 아직은 여유부릴 수 있었다. 천천히 아침 산책 겸 고딕지구로 산책을 나온 우리는 집이랑 회사에서 챙겨먹을 뚜론 등을 구매했고, 곧장 카페로 향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날씨는 꽤 쌀쌀했다. 어제와 같이 알찌게 조식을 챙겨먹은 우리는 호텔에서 대여해주는 우산을 빌려 이른 아침 숙소를 나섰다. 몬세라트로 가는 방법은 에스파냐 광장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었는데, 에스콜라니아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나서야 했다. 광장에 있는 기차역에 들어가면 몬세라트 행 기차를 탑승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티켓 발행도 역무원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우리는 기차+산악기차 조합으로 왕복티켓을 끊었고, 바깥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비오는 경치를 즐거이 감상하며 갔다. 타박타박 창가를 때리는 빗소리가 오늘은 더 신났고, 바람을 타고 거대한 산 봉우리를 넘나드..
유럽에서는 정말 가격대 비 성능을 뽑기 참 어려웠던 것 같다. 무엇이든 라 레지덴시아가 이여사와 나의 표준이 되어버려서 그런지 이정도 아침식사는 누구 코에 붙이지 생각을 여러번 했다 (마음속으로). 그래도 개인별로 선택가능한 디쉬가 있어 그나마 배는 채웠던 것 같다. 오늘은 가우디의 흔적을 따라가는 날. 혹자는 가우디를 세기의 천재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다른 이는 그냥 '스페인이기에 가능했던 예술이다'라고 평가 절하를 하기도 하는데, 나는 전자에 가까웠다. 어제 까사 바트요에서도 느꼈지만, 도시에 자연을 입혀내는 것은 천재가 아니고서 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숙소에서 멀지 않는 그라시아 거리 건너편에서 N6번 버스를 타고 구엘 공원으로 이동했다. 구엘은 바르셀로나의 사업가로,..